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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보호의 쉼터에서 삶의 기반을 만드는 공간으로> 열림터 25주년 기념 포럼을 열다! 관리자 ㅣ 2019-11-27 ㅣ 98

안녕하세요!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잖아요. 그 말에 걸맞게, 이번 10월, 열림터는 그동안의 역사와 고민을 녹여내어 25주년 기념 포럼을 열었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엘지컨벤션홀에서 진행한 이 행사에, 준비해둔 다과가 금방 동이 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와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열림터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과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그 발표 내용을 조금 간략하게 정리해서 여러 분들과도 나누고자 합니다.

 

 


"보호의 쉼터에서 삶의 기반을 만드는 공간으로"

 

 

사회를 보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지리산(이미경)

 

열림터 원장인 사자는 “모든 성폭력피해여성에게 열린 집을 열다-열림터 25년의 역사와 현재”라는 이름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에서는 25년간 열림터 생활인의 구성과 주요활동을 소개했어요. 발표 자료에는 옛날 열림터 사진들도 많아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열림터가 국가 제도 시스템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고민(생활인 정보인권과 관련된 내용이 주였습니다)과, 그에 대한 대응 내용도 나누어주었습니다. 또 시설에서 생활하는 성폭력피해생존자 지원을 위해 앞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그리고 열림터 운영 방향을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 전망했답니다.

 

열림터 활동을 하면서 생활인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지 못해 당황스러운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요. 그 중 하나가 법적 미성년자인 생활인의 휴대폰을 개통하지 못할 때입니다. 법적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열림터에 오는 대부분의 생활인들은 법적인 보호자가 가해자이거나,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휴대폰을 개통해달라는 요구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통장 개설 등, 미성년자에게 제한된 영역에 대한 지원을 법적 보호자가 아닌 열림터가 진행할 수 없어 힘들 때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보호시설에 제한적 후견인 지정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외에도 총 6가지의 정책 제안이 있었답니다. 

 

 

열림터 원장인 사자(정정희)가 발표 중입니다. 

 

두 번째 발표는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의 ‘보호’ 개념을 재사유하기”라는 제목의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사회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라는 이름으로 침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성폭력피해생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열림터 활동도 ‘생활인 보호’라는 이름 속에서 여러 고민을 마주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이 발표에서는 그동안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현장에서 성폭력피해생존자 보호 업무를 할 때 활동가와 생활인이 느끼게 되는 딜레마를 정리했습니다.

 

여성주의와 반성폭력 운동은 여성과 피해생존자의 목소리를 듣고, 연대자와 당사자 모두 평등한 위치에 서서, 궁극적으로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실 모든 관계에서 '평등'은 지향점이어야겠지요. 하지만 종종 평등을 지향하는 관계 안에서도 권력의 불평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보호시설은 특히 생활인의 의식주를 담당하다보니, 활동가와 생활인 간의 권력관계가 불평등하지는 않을까 부단히 점검하고 성찰해야 하는 구조에 있습니다. 보호하는 사람과 보호 대상인 사람이라는 구도도 뭔가 평등하지 않구요. 평등하지 않지만 평등을 지향하며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키우고 보살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가 이 발표의 문제의식이었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이 발표에서는 열림터의 지원이 가져야 하는 여성주의 관점이란 무엇일지 나누며 앞으로 쉼터 형태의 성폭력피해생존자 지원이 어떻게 변화되면 좋을지 상상해보았습니다.

 

 

덜덜 떨면서 발표를 하는 수수 활동가 (준비해 간 발표문에서 눈을 못 떼고 있습니다)

 

자료집을 보고 있는 참여자

 

 

백목련 활동가는 “열림터 퇴소자 지원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모색”이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정상가족’ 중심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자원 없이 시설에 입소하게 된 열림터 생활인들에 대한 고민에서 우러나온 글이었습니다. 생활인들이 퇴소 후에도 ‘가족’의 역할을 하는 정서적지지 체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열림터의 퇴소자 지원의 역사도 정리해주었습니다. 

 

올해 격월로 진행하고 있는 퇴소자모임인 또우리(또 만나요 우리)에 대한 내용도 들려주었답니다. 처음 또우리 모임의 이름을 정할 때 그 후보들이 뭐였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또우리", "다우리", "고사리", "세미나", "떠나간 자들", "다시 만난 모임", "마지막 시스터" 등등.. 무엇의 줄임말인지 알아보시려면 토론회 자료집 50페이지를 참조해주세요. 아무튼 퇴소 후에도 연속적 지원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발표였습니다. 이번 11월22일에도 또우리 모임이 있었습니다. 또우리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며,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퇴소인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필요합니다. 

 

 

 

깔끔한 피피티와 함께 발표하는 백목련 활동가

 

 

그 외에도 같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인 ‘모퉁잇돌’ 송은주 원장님이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퇴소자지원네트워크와 그 필요”에 대해서, 그리고 청소년자립지원사업을 함께 하는 인권교육센터 들의 몽실팀의 난다 활동가가 “‘홀로 서기’가 아니라 ‘의존하며 함께 살기’를 바란다”는 제목으로 대안적인 자립 개념에 대한 토론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포럼 자료집은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이런저런 고민들을 외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시끌시끌 열림터이긴 하지만, 열림터 안 생활은 조금 조용해진 것 같아요. 현재 열림터에는 네 명의 식구들이 공간을 아주 여유롭게 사용하며 생활 중입니다.누군가는 원룸으로 자립하여 떠났습니다. 그리고 10월에는 새로운 이가 열림터로 왔다가, 가해자에게 위치가 노출될 가능성이 커져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이렇게 피해자를 찾아다니는 가해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피해자의 삶의 반경을 줄이는 가해자들이 하루빨리 사라지는 세상이 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남은 네 식구들은 학교를 다니거나, 학교를 다니기 싫어하거나, 직업을 구하려고 하거나, 집에서 맛있는 것을 만들어먹으면서 지내고 있답니다.

 

열림터의 행사들과 일상 소식은 꾸준히 블로그에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11월에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생활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심심하실 때마다 yeolim.or.kr 로 접속 부탁드려요. 댓글도 환영합니다!

 

그럼 모두 행복한 가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겨울 준비도 화이팅이에요!

 

열림터 수수 드림.

 

 

* 이 글은 열림터 후원인들께 보내는 "열림터에서 보내는 10월 소식입니다"를 후기 형식에 맞게 조금 수정한 버전입니다. 

열림터 후원인이 되시면 열림터 소식을 받아볼 수 있어요. 

* 이 글은 열림터 활동가 수수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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