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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대학 강단에서의 언어 성폭력 관련 입장] 상담소 ㅣ 2005-09-16 ㅣ 2166



대학 강단에서의 언어 성폭력 근절을 촉구한다!

얼마 전 한 대학 교수가 강의 도중 여학생에게 “넌 얼굴이 이쁘니 난자 가격이 비싸겠다” 운운하며 여성비하적 발언을 한 것이 문제제기 되고 난 뒤, 며칠 전 또 다른 대학 교수가 “취업하고 싶은데 못하는 심정은 성폭행을 당하고 싶어도 못 당하는 늙어가는 여자의 심정과 같다.“라는 발언을 한 일이 다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대학 강단에서의 성폭력적 발언들이 공론화되면서, 대학 내 강의 중 언어적 성폭력의 실태 및 문제점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본 단체들은 대학사회 내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강의 중 언어적 성폭력의 근절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1. 대학 내 강의 중에 발생하는 언어적 성폭력은, 피해학생의 인권과 ‘자유롭게 학습할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폭력이자 가해 행위이며, 따라서 결코 경미한 사건으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성차별, 성폭력적 언행을 한 해당교수들의 태도는 해당 발언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많은 가해교수들이 해당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문제의 발언이 학생에게 주었을 성적 불쾌감과 폭력적 느낌에 대해 사과하기 보다는 단지 “나로 인해 문제가 일어난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나 “수업중의 말실수”로 사건을 규정하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본 단체들은 그간 학습공간에서 일어나는 교수, 강사의 성차별·성폭력적 언행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들을 무수히 접해왔다. 피해학생들은 심각한 인격적 모욕감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수업자체를 기피하게 되거나 심각한 경우 휴학이나 자퇴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들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학 학습공간에서 자행되는 교수, 강사에 의한 성차별, 성폭력적 언행은 대학에서 보장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권리인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권리"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훼손하는 명백한 폭력이자 가해행위이다. 따라서 해당 사건을 경미한 것으로 다루고자 하는 안이한 태도들은 이러한 권리보장의 중요성과 가치를 무시하는 행위이다.




2. 대학 내 강의 중 언어 성폭력은 발언의 의도와 상관없이, 발언의 내용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차별성과 성폭력적 전제들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대학 내 강의 중 언어 성폭력의 문제는 그 동안 심심치 않게 대학 사회 내에서 문제제기 되어 왔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해교수들은 해당 발언의 성폭력적 성격 자체를 부인하거나 혹은 성폭력적 성격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수업 중 해당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다양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는 말들을 통해 해당 발언이 나오게 된 동기 및 맥락을 들어 발언의 폭력성과 이에 대한 책임을 부인 혹은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해당 교수가 성폭력에 대한 이해에 있어 얼마나 무지한가를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할 것이다.
성폭력은 당사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상대가 해당 언행으로 인해 성적 수치심 및 불쾌감을 느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해당 발언이 어떤 목적이나 동기로 말하여졌는가 하는 것이 해당 발언에 대한 책임을 없애줄 수 없다.
더불어 한 성에 대한 차별적 편견과 비하를 전제로 한 예시들을 수업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활용되어진다면, 이것은 전달하고자 한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의 전달과 함께 성차별적이고 성폭력적인 우리사회의 폭력적이고 반인권적 가치와 인식을 전달하고 학습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다.




3. 대학내 교수 자율권에 대한 주장에 앞서, 피해학생의 인권 및 학습권 보장과 문제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대학 내 언어 성폭력 사건의 경우, “강의 중에 논의되는 내용들에 대해서는 강의의 내용 안에서 문제를 제기해야지, 강의 밖에서의 비판은 부당하다”, “ 강의 내용에 대한 간섭은 교수 자율권에 대한 침해이다”는 등, 가해교수들이 수업운영에 있어서의 자율권 침해를 주장하고 나오는 것을 쉽게 접하게 된다.
이처럼 교수 자율권에 대한 보장을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에 우선하여 주장하는 가해교수들의 행동과 이에 대한 관용적인 대학사회의 분위기는, 교수사회의 권위적 보수성과 학생들의 인권 및 학습권에 대한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강의 중 언어 성폭력의 문제는 교수 자율권이 이미 자신의 권리 영역을 넘어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을 침해한 것으로, 교수권의 영역을 넘어선 부분에 대한 권리주장 자체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강의 중 언어 성폭력은 교수에 의한 학습권 침해만이 성립되는 것으로, 이 경우 마치 대등한 두 권리가 충돌되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4. 대학 내 강의 중 언어 성폭력 문제는, 문제를 제기한 학생의 피해로서만이 아니라, 이러한 언어적 성폭력이 발생가능한 대학사회 전체의 문제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대학 내 강의 중 언어 성폭력은 불특정 다수의 학생들로 하여금 성적 모욕감을 느끼게 만드는 문제이다. 이 경우 단지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해당 언행을 성폭력이라고 느끼고 문제를 제기한 학생 개인의 문제로 다루어지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된다. 즉 문제를 제기한 해당 학생이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그 자리에 있었으나 가만히 있는데 왜 너만 그렇게 느끼냐”는 가해교수 및 주변인들의 비난을 받으며 책임과 부담을 감수하게 되거나 혹은 피해학생의 문제게기가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단지 문제를 제기한 학생과 가해 교수 개인 간의 문제로서 사건해결이 다루어지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대학 내 강의 중 언어 성폭력의 문제는 해당 언행을 성폭력이라고 느끼고 문제를 제기한 학생 개인의 피해나 문제로서 다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해당 상황에서의 언행이 내포하는 사회구조적 의미와 성폭력적 성격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책임을 묻는 것이며, 나아가 대학 공동체 차원 전체의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문제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대학 내 성폭력의 근절이 어느 해당 개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와 더불어, 이를 구조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대학 공동체 자체의 문제에 기인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본 단체는, 대학 내 강의 중 언어성폭력에 대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해결 노력을 요구한다. 더불어 그동안 끊임없이 발생해온 대학 내 강의 중 언어성폭력 문제의 근절을 촉구하며, 이를 위해 대학 공동체 차원에서의 반성적 움직임과 노력을 요구하는 바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교육부와 각 대학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요구하는 바이다.

1. 각 대학은 대학 내 성폭력 사건 발생 시 가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과 피해학생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2. 각 대학은 교직원(교수 포함) 대상의 성희롱 예방교육을 보다 내실있게 운영해 줄 것을 요구한다.

3. 각 대학 및 교육부는 대학 내 교수 평가 및 대학 평가 항목에 성폭력관련 평가조항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4. 각 대학 및 교육부는 대학 내 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노력과 의지를 보일 것을 요구한다.



2005. 4. 11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일년나기 프로젝트팀, 교수성폭력근절을 위한 여성주의자 연대모임,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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