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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아내의 성적자기결정권 인정한 판결환영 상담소 ㅣ 2005-09-16 ㅣ 1786



본 상담소는 8/20 서울중앙지법에서 있었던 남편에 의한 아내 성폭력사건과 관련한 판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부부간에도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이 있음을 인정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오늘 8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 재판부(최완주 부장판사, 박연주 판사, 김갑석 판사)는 아내성폭력사건에 대해 "부부사이라 하더라도 성적자기결정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며, 성적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로서, 부부간에는 다른 사람이 간섭할 수 없다라는 특성에 의해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 가해남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그동안 우리나라 법학계의 통설과 사법부의 관행은 우리나라 형사법상 성폭렵 범죄의 객체가 '부녀'이며 혼인여부를 묻고 있지 않음에도 아내에 대한 성폭력을 인정해오지 않았고, 성폭력특별법상의 친족에 의한 성폭력에서도 친족의 범위에서 배우자를 배제해왔다. 1997년 제정된 가정폭력특별법에서도 폭행과 협박 등에 대해서는 법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였지만, 아내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서는, 아무리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성관계라 하더라도 법적 부부관계가 유지되는 한 처벌할 수 없게끔 되어왔다.

그간 아내 성폭력을 부정해온 그동안의 우리사회의 남성담론은, 민법상의 '부부의 동거의무'를 들어 혼인시 성관계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이는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강제적인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보는 것으로, 여성은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는 남편의 재산으로 보았던 19세기 이전의 여성인권유린 시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아내 성폭력에 대해 '결혼관계에서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며, 특히 부부사이의 성관계는 더욱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아내강간에 대해 법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일축해 왔다. 가정에서의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강제적 성관계를 '집안일, 사생활', '혼인관계에서의 프라이버시'라는 이름으로 용인해준 것이다.
이러한 그간의 관행은 남성에게 혼인과 동시에 아내에 대한 강간면허, 성폭력면허를 제공하였으며, 가정을 남편에 의한 치외법권지대로 인정하고 보호해준 것에 다름 아니다.

오늘 판결은, 이러한 여성인권유린의 법관행을 넘어 어렵게 선고된 것으로, 부부관계의 사생활보호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남편에게 아내 성폭력 면허를 주어왔던 그동안의 법해석과 관행을 바로잡는 시금석의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이번 판결은 여성이 결혼하였다는 것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객체임을 포기한 것이 아님을, 결혼하였다는 것이 남편에 의한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으로, 남편에 의한 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리고, 황폐해지고, 죽어간 많은 여성들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너무 늦은 판결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남편에게 아내성폭력의 면책특권을 주었던 그간의 사회일반의 인식과 법관행이 바뀌어지기를 바라며, 남편의 아내에 대한 성폭력이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는 중대한 범죄임이 다시한번 천명되길 바란다.

2004. 8. 20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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