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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노콘노출마 [콘돔 거부하는 자, 출마 거절한다] : 왜 콘돔 사용은 정치적 과제인가? 관리자 ㅣ 2020-01-30 ㅣ 493



[한국성폭력상담소 단호한시선]



노콘노출마 [콘돔 거부하는 자, 출마 거절한다]

: 왜 콘돔 사용은 정치적 과제인가?



지난 1월 27일,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로 발탁된 원종건이 성폭력, 여성혐오, 가스라이팅 등 데이트폭력을 했다는 폭로가 온라인상에 게시되었다. 폭로에 따르면 ‘원종건은 섹스를 거부하는 사람한테 강제로 피임 없이 달려드는 걸 단순한 스킨십으로 아는 사람’이다. 이튿날 원종건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지루한 진실공방 자체가 (당에) 부담을 드리는 일이다’라며 영입인재 자격을 스스로 반납했다.


언론과 대중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동의 없는 성적 행위를 성폭력으로 인지하는 것은 그간 미투운동이 이뤄낸 유의미한 변화다. 이번에는 특히 동의 없이 피임을 하지 않는 행위가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공론화되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데이트폭력 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20세 이상 60세 이하 여성 중 88.5%가 데이트폭력을 경험한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보고서(2015)에 따르면 18세 이상 69세 이하 남성의 콘돔사용률은 11.5%에 불과하다. 심지어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콘돔을 빼거나 몰래 구멍을 내는 등 이른바 ‘스텔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콘돔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정치 현장이다. 온라인상으로는 ‘노콘노섹(콘돔 안 쓸 거면 섹스하지 마라)’이라는 구호가 퍼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콘돔 사용이 필수인 관계에서 성적 합의 및 피임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성감이 떨어진다’ 혹은 ‘분위기를 깬다’라는 이유로 콘돔을 사용하지 말자고 하거나 스텔싱을 하는 사람은 주로 남성이다. 그 결과와 책임은 대부분 여성에게 돌아간다. 비혼 여성 10명 중 9명이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불안감을 경험하고, 여성의 경력단절 사유 중 57.6%가 임신·출산·육아인데, 형법상 ‘낙태죄’는 임신중지를 한 여성만을 처벌한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선고했지만, 국회는 입법·개정을 미루며 아직도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하지 않고 있다.


기존의 협소한 성폭력 판단 기준도 문제다. 현행법은 저항할 수 없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만 성폭력으로 바라본다.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라도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없었다면 처벌하기 어렵다. 하물며 피해자가 성관계 자체는 동의했지만 피임을 하지 않는 행위에는 동의하지 않은 경우라면 더더욱 처벌할 근거가 없다. 반면 성폭력 판단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라보는 스위스,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스텔싱을 강간과 마찬가지로 처벌한다. 피해자는 피임을 전제로 한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므로, 그 전제를 깨고 피임을 하지 않았다면 동의 없는 성폭력일 뿐이라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총선으로 선출될 제21대 국회에는 어느 때보다도 높은 성평등 의식이 요구되고 있다. 미투운동 이후 모든 정당에서 성폭력 판단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하였지만 결국 임기 내로 의결하지 못하고 다음 국회에 숙제로 남기게 되었다. ‘낙태죄’ 폐지를 비롯해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개정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올 연말까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불평등한 성별 권력 관계를 누리며 콘돔조차 사용하지 않으려 하는 남성, ‘동의’의 뜻도 모르거나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남성에게 과연 성평등한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여기서부터 정치적 책임성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고 싶다.


강간죄 개정과 낙태죄 폐지를 앞둔 제21대 국회에 입후보하려는 모든 남성 후보자들은 아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당신은 콘돔을 스스로 준비하고, 전 과정에서, 안전하게, 반드시, 동의하에, 쓰는가?”


2020.01.30.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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