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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연대] 007.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꼬불맘의 인터뷰 관리자 ㅣ 2019-09-19 ㅣ 129


[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윤문 및 편집 외에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을 충실하게 실었습니다. 저마다의 관점과 논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인터뷰 취지에 맞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있을 경우 수정 또는 삭제 요청드리거나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 있게 경험을 나눠주신 인터뷰 참여자 분들께 비난과 질타보다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꼬불맘의 인터뷰


꼬불맘입니다. 나이는 56세. 직업은 주부.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Q.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세요?


주변인?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딸이 떠오른다고 할 수도 없고. 성폭력 주변인이라는 게 어떤 뜻으로 얘기하는 거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하는 건가요?


너무 광범위하네요. 그냥 ‘상처받은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성폭력 주변인이란) 상처받은 사람을 보고 있는 사람에 대한 거잖아요. 종합하자면 ‘고통받는 사람을 보고 있는 나’?


Q. 스스로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생각하세요?


네.


Q. 내 삶과 성폭력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수치로 표현한다면 0이 가깝고 10이 먼 경우) 0.


딸의 경험으로 인해서 그렇게 되었죠. 다른 사람의 인생은 상관없지만 내 딸이 그런 일을 겪음으로 인해 내가 성폭력에 관한 모든 것을 다 파악하고 있고,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아무튼 가까워요.


Q. 평소에 성폭력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하는 편인가요?


기사 같은 건 많이 보죠. 딸이 보내주는 뉴스, 그리고 성폭력 관련 언론 기사는 많이 봐요. 포털사이트에서.


요새는 특히 더 심한 것 같아요.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는) 여자애가 죽은 사건. 친구 아빠가 여자애를 (강제추행하고) 죽인 사건이요. (어금니 아빠 살인사건) 그리고 또 뭐더라. 유치원생이 또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주로 어린아이들이 관련된 사건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인간성이 점점 황폐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 어렸을 땐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추행도 그냥 건들고 가는 정도나 했었지. 노골적으로 자신의 성욕을 채우면서 사람을 죽이고 상처 입히고 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렸을 때는 그런 것에 대해서 자세히 몰랐을 수도 있는데요. 요새처럼 이 정도까지는 (말잇못) 지금은 너무 무서운 세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Q. 성폭력 또는 성폭력 피해자가 나오는 작품을 보기도 하나요?


옛날에 딸이 갖다 준 책이 있어요. 성폭력 당한 사람들이 쓴 책이요. 『꽃을 던지고 싶다』,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그런 일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일을 당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은 더 많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Q. #미투 운동에 관해 주변 사람들과 어떤 얘기를 하셨는지 기억나시나요?


미투 사건 날 때마다 ‘설마~’ 그랬다가, 계속 얘기가 나오니까 욕이 저절로 나오던데. 친구들과 얘기했던 적도 있고요. 또 내 자식부터 교육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에는 힘이 없으면 (성폭력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은 당한 사람들이 그동안 말 못 했던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대해서는 좋다고 생각해요.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좀 그렇지만요. 배우들도 그렇고 자기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한테 당한 거잖아요. 목사들도 그렇고요. 선뜻 혼자 나서기엔 힘들 수 있으니 여러 사람이 뭉쳐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말 못 했던 사실을) 끄집어낸다는 게, 그만큼 자기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해야 하나, 강해졌다고 해야 하나. 또 성폭력상담소나 여성단체가 더 많이 활성화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Q. 성폭력이 걱정돼서 주변 사람의 행동, 옷차림을 지적하거나 통제한 경험이 있다고 하셨는데……


딸한테 만날 그러죠. 술 작작 마시고 다녀라. 정신 차리고 항상 고꾸라질 때까지 퍼마시지 마라.


Q. 가까운 사람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딸이 겪은 피해에 대해서는) 다시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어요. 절망적이었죠. 본인보다는 낫겠지만.


맨 처음에는 너무 어이가 없었죠. 똑똑한 애가 그런 일을 당했다니까 너무 황당했고요. 야무지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잇못) 그랬죠. 그래도 내가 아무리 충격을 받고 힘들다고 해도 본인보다는 아니겠다 싶어서, 이제는 걔를 도와줘야 하는데 (말잇못) 그런데 ‘내 딸이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했나’ 그 상황 자체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이 더 들었던 것 같아요.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던 곳에서 아이를 도와준 사람도 아무도 없었고. 나도 걔를 도와주고는 싶었는데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고. 그냥 마음만 너무 아팠어요. 딸을 소유물로 여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말잇못) 너무 기가 막혀서.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저런 일을 겪을 수가 있나. 그런 생각들이 막 들었어요. 그래서 걔를 더 많이 못 도와줬던 것 같아요.


Q. 그러셨군요. 성폭력을 겪은 피해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분노의 화살이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현상을 종종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 감정에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억울한 마음이 더 있었던 것 같아요. ‘왜 걔가 그런 일을 당해야만 했지?’ 이런 억울한 마음이 들다 보니까. 그 대상이, 보이는 사람이, 가해자가 내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보이는 게 피해자인 걔밖에 없다 보니까 그런 감정이 더 들었던 것 같아요.


Q. 딸의 사촌오빠였던 가해자는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지 않았나요?


(그 가해자에 대해서는 그랬죠) 근데 걔는 보고 싶지 않아요. 말을 하고 싶지가 않아요. 걔랑은 눈을 마주치고 싶지가 않아요. (아예 말조차도 섞기가 싫었어요)


Q. 딸이 아동일 때 겪은 친족 성폭력 사건과 성인이 되고 나서 겪은 성폭력 사건은 별개라고 생각하세요?


그렇죠. (이유는) 몰라요. 맨 처음에는 (딸이 성인이 되어 성폭력을 당한 건 좀 더 조심했으면 피할 수 있었다는) 그런 감정이 있었는데, 그건 아니죠. 딸의 잘못이 아니죠. 지금은 딸이 뭘 잘못해서 그랬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런데 그때는 너무 화가 나서 딸만 원망하고, 딸에 대해서 그렇게 얘기를 했었어요. (피해 당시 딸이 아팠는데) 아픈 몸을 이끌고 왜 피해장소까지 가서 성폭력을 당하게 됐나. 그것 때문에 저는 더 열이 나고 화가 났었어요. 가해자와의 약속이 뭐가 중요하다고, 왜 아픈데 가해자를 만나러 가서 그런 힘든 일을 겪었나, 그런 생각을 했죠. 딸의 잘못이라는 마음은 안 들어요. 그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냥 나에 대한 분노를 딸에게 (쏟아부었던 것 같아요) 내가 딸과 함께 못 있어 줬으니까. 딸이 혼자 있었고 (말잇못)


엄마로서 그런 거죠.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고 가해자의 잘못임을 알지만) 나는 우선 딸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까, 제3자의 입장에서 얘기하기보다 딸과 내가 동일시되어서 (말잇못) 그런 감정이 더 강해서 딸에게 더 화를 내고 딸을 힘들게 했던 거예요.


Q. 딸과 함께 상담을 받은 것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그랬죠. 내가 생각하는 게 틀렸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제일 힘든 사람은 당사자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울먹임) ‘너 왜 이랬니’ 이런 말보다는 ‘힘들었겠다’라는 (말잇못) 또 눈물이 나네요. 자꾸 딸을 되쓰고 얘기해야 해서 별로인 것 같아요. 왜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Q. 인터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안 좋아요. 기분이 안 좋아요. 정리가 안 돼요. 평생 가도 정리가 안 된다니까요. 딸이 술 먹고 밤늦게 들어오면 만날 잔소리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항상 불안한 건 아니지만, 술 마시고 어디에 쓰러져 있지는 않나, 그런 생각이 자꾸 드니까요. 심적으로 힘든 건 아닌데 자꾸 반복되니까 마음이 안 좋죠. 딸이 집에 들어와서 편하게 누워 있는 걸 봐야지만 안심이 돼요. 그렇지 않으면 많이 불안하고요.


(사진)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수상한 사람 신고하기. 힘들 때 같이 있어주기. 들어주기.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인터뷰 진행자로 함께 하며,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2019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확대 공모사업인 "성폭력,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민지님이 진행하였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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