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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성폭력상담소 29주년 : 활동가 환갑맞이 질문코너 4 관리자 ㅣ 2020-04-17 ㅣ 144

지난 2월 25일, 한국성폭력상담소 SNS에 ↓이런 게시글이 올라왔었는데요. 혹시 기억하시나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함께 환갑을 맞은 두 활동가에게 무엇이든지 물어보는 코너였습니다.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 등 다양한 채널에서 들어온 18개의 질문을 활동가가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9주년 생일을 맞아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질문의 대답이 업로드 될 예정이오니,
두 사람의 인터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매일 오후 6시를 기대해 주세요!

인터뷰이: 사자(), 지리산()

인터뷰어: 닻별()

Q12. 여가시간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업무 말하지 않기로.

  주말에 시간 있으면 호수 공원을 산책하는 것, 시간이 별로 없으면 누워 있는 것.

닻  그냥 누워만 있나요?

  네, 누워서 대개 음악 듣습니다.

  어떤 장르를 주로 들어요?

사  완전 클래식보다 라디오 프로그램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엄청 좋아해서 많이 듣는데 다시 듣기가 안 되더라고요. 그 프로그램이 좋아서 가끔 국악도 듣습니다.

 저는 다행히 산 밑에 살아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산행을 가요. 저한테 산행은 새로운 힘을 얻는 시간이예요. 아니면 주로 멍 때리는데, 과거의 저한테 멍 때린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느낌이었겠죠.

지  '멍때리면 안 돼!' 그런 생각을 가졌는데, 요즘은 멍 때릴 수 있다는 게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내가 나이 들면서 가지게 된 (마음의) 여유인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 올해 계획했던 지리산 종주는 취소되었지만 동네 산행으로 마음을 달래는 지리산. (2020)





Q13. 환갑이 된 기념으로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소원은 무엇인가요?

 질문해 주신 분이 "진짜 꼭 개인적인 거 대답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특히 지리산.. 성폭력 없는 세상 이런 거 안된다고 하시네요.

사  환갑이 돼서 특별히 뭘 더 바라거나 이런 건 생각 안 해봤어요. 정말로.

 지금 생각나는 게 있다면?

  지금 생각도……. 없는데? 별로 없어요.

 상담소에서 쓸 수 있는 특별휴가 중에 환갑휴가가 5일 있잖아요. 다다음주에 쓰는데* 너무 기대가 돼요.

사  저는 이미 썼지만요.

 환갑 휴가에 뭘 하면서 보내셨죠?

  육아하면서 보냈습니다.

 60이라는 게 단순히 숫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걸 계기로 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기 위해서 제 주변을 정리해야 될 것 같아요. 집에 있는 버리지 못한 것들도 좀 버리고 정리하고 싶고. 일상을 떠나보는 경험도 하고 싶어요. 이후에 상담소에 돌아오면 더 기분 좋게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좋아요, 환갑 휴가. 우리가(초기 멤버들과) 환갑휴가를 만들 때 제가 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환갑휴가 2호가 사자죠?

지  1. 1호가 사자. 제가 2.

  뭔가 슬프네요. 29년만에 1호인데 돌봄노동까지...

  아니에요. 정말 필요할 때 요긴한 휴가를 썼죠. 그렇지 않으면 일부러 연차를 썼어야 됐을 텐데 남아있는 연차가 뿌듯합니다.



  열림터 원장이 된 사자를 축하하는 지리산과 열림터 활동가들. (2018)

인터뷰가 3월에 진행되어, 지금은 지리산도 휴가를 다녀왔답니다. 밀린 집안 정리는 확실하게 하셨다고!
사자는 환갑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소중한 휴가가 생겨서 좋았다고 해요. 또 쓸 수 있다면 손자 육아 말고 다른 것도 하고 싶다며 허탈해하고 있답니다. 대신 아낀 연차로 푹 쉬는 것으로!


Q14. 나이듦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으신가요?

  저는 나이 드는 걸 되게 순하게 받아들이고 싶어요. 생각보다 몸의 변화가 되게 어려운 쪽으로 많이 변하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몸에서 계속 일어나요. 한 번도 다리가 아파본 적이 없는데 아프고, 허리가 아파본 적이 없는데 아픈데 나이 들어서 생기는 거다 생각하고 순하게 넘기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말했더니 70 되어봐라, 80 되어봐라. 이렇게 이야기해서 약간 걱정이 되긴 하는데.

또, 몸에 좋은 건 먹지 않고 그냥 지내고 싶다. 이런 생각 하고 있어요.

닻  몸에 좋은 걸 먹지 않고 지내고 싶다고요?

  보약이나 이런 거?

 응. 좋은 걸 챙겨먹으면서까지 노력하고 싶지 않고......그래도 어쨌든 살만큼 살 테니까. 그게 저의 준비에요.

↑ 흐르는 대로 살고 싶다는 사자는 입맛도 줄었답니다. (제일 오른쪽, 2019, 점심시간.)


 제가 10년 전에 어떤 선생님 환갑 모임에 갔었는데, 선생님네 오빠가 영상편지에 인생의 반절을 산 걸 축하한다!’ 라고 보내놨더라고요. 그럼 120까지 사나?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진짜 100세 시대잖아요. 근데 모르겠어요. 80 너머의 인생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해보지는 않았는데, 몸에서 체감이 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일을 할때 종종 밤샘을 하기도 하는데, 예전에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어, 조금 힘드네?" 이런 게 느껴지고. (사자가) 말씀하셨듯이 어디가 아프고, 이런 부분들.

  의지로 몸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그게 저의 늙음의 모토에요,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자, 그 점에서 소식(小食)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소식도 실천을 해야 할......

 선생님, 의지를 가지지 말자니까. 저절로 덜 먹고 싶어진다니까…….

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런 생각으로 임하겠습니다.



Q15.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느 시간으로 가고 싶으신가요?

  과거나 미래 상관 없이 얘기해주세요. 

 저는 지금이 좋아요.

  타임머신 필요 없다?

  그렇구나. 저는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산과 들을 뛰놀던 그 시절? 그 시절을 한 번 가본다면 어떨까?

 가보는 건 상관없는데 거기서 다시 살아야 되면 너무 지루하잖아.

지  (웃음) 이게 내 친구 사자.

 왜? 다르게 산다면 몰라도 또 똑같은 삶을 또 산다면…….

  아니야. 다르게 살 수 있겠지. 지금의 내가 가면. 지금의 모든 기억을 잊고 가야 하나?

  가지고 간다고 생각하시면요?

 가지고 간다면 분명히 다른 삶을 살겠지. 왜냐하면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순간은 너무 많잖아요, 그런 순간을 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영화를 보니까 안 바뀌어 지던데? 매번 바꾸려고 엄청 노력하는데 항상 그러던데?

  되게 운명론적인 시각이네요.

  약간 그런 거 있어요, .



↑ 과거로 돌아간다면 산과 들을 뛰놀고 싶다는 지리산. (2018)

 미래로 간다면? 보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미래로 가면 제주도 가서 애들 놀러오면 자연하고 놀게 하고 다시 빵 굽는 할머니로 돌아갈 거예요.

 지리산은?

  미래로 간다면 일단 강간죄가 (웃음) 개정이 되는걸 보고싶네요. 폭행 협박이 아니라 동의여부로 판단하는?

  이 말 나올 줄 알았어~

  우리 활동가들이 좀 더 안정되는 거.

  지리산은 지금 99.9%가 개인이 없어.


환갑을 맞은 두 활동가 인터뷰는 오늘 저녁 6시에 마지막으로 업로드 됩니다. 오늘 이 시간에 만나요!

 

기획/인터뷰/편집 : 닻별

녹취록 작성 : 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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