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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연대] 027. 주로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관심 갖고 이슈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영웅의 인터뷰 관리자 ㅣ 2020-02-20 ㅣ 248

[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윤문 및 편집 외에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을 충실하게 실었습니다. 저마다의 관점과 논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인터뷰 취지에 맞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있을 경우 수정 또는 삭제 요청드리거나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 있게 경험을 나눠주신 인터뷰 참여자 분들께 비난과 질타보다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보통의연대] 027. 주로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관심 갖고 이슈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영웅의 인터뷰


저는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원 원장으로 있는 김영웅이라고 하고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라든지 차별행위에 대해서 인식을 달리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18년째 강의하고 있습니다.


Q. 성폭력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본 경험이 있나요?


요즘 관련된 뉴스가 굉장히 많이 있잖아요. 성폭행,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제가 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까 주로 장애를 가진 여성분들과 관련된 성폭력 뉴스를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법원까지 가는데도 불구하고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경우에 대해서 굉장히 분노를 느끼고 SNS에 올리고 또 댓글을 남기는 활동도 하고 있고요. 장애 여성분들이 받는 성적인 범죄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계속 이슈화시키고 있습니다.


가까운 통계를 보면요. 2018년에 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서 예방하거나 전화를 통해서 상담을 의뢰한 분이 한 1,300여 명 정도 된다고 해요. 한해 통계였거든요. 그분들이 (통계를) 낸 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관을 찾아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지만, 대부분의 장애 여성분들은 그런 기관을 찾아가기도 어렵고, 폐쇄적인 집안 가정환경에서 반복적인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결국에는 밖에 드러나는 경우는 수년 내지 십여 년 이상 피해를 반복적으로 당해온 경우가 많거든요. 법원까지 이 이슈가 올라오고 사회적인 공론화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하시겠어요. 그런데 피해자분들에 대해서 비판적인 여론을 만들어내는 분들도 계시고, 또 판결이 좀 부당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제가 관련된 이슈를 SNS에 게시하고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등 여러 가지를 하고 있어요.


2018년 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 및 보호시설협의회가 제11회 여성장애인폭력추방주간 캠페인을 맞아 발표한 상담통계보고를 기사화한 내용. 사진 출처: 기사 갈무리(에이블뉴스, 2019년 4월 8일자, 장애인성폭력상담 60%가 강간·유사강간 피해)


Q. 성폭력 또는 성폭력 피해자가 나오는 책이나 영상을 보기도 하나요?


잘 아시겠지만 요즘 영화를 통해서 여성 인권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 특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 영화가 나오면 꼼꼼히 챙겨서 보는 편이고요. 또 가정폭력을 당하는 분들에 대한 주제로 영화가 나오면 관객이 적어도 혼자라도 가서 챙겨보는 편이에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쌓아가기 위해서 챙겨보는 것 같아요.


피해를 당한 기간에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영화나 영상을 통해서 많이 목격할 수 있잖아요. 가장 안타까운 점입니다. 어떻게든 지역 사회라든지 아니면 기관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고민을 계속 반복적으로 하게 되고요. 많은 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피해를 겪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우리가 공적인 제도권 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해 싸워온 여성인권평화활동가들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들. 사진출처: 영화사 그램(좌), 엣나인필름(우)


Q. 미투운동에 관해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나요?


여성분들은 미투운동에 대해서 공적으로 이야기를 잘 안 하세요. 오히려 남자분들이 이제 삼삼오오 모이면 ‘야, 미투 어떠냐? 너희 회사는 어때? 너희 학교는 어때?’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아시겠지만, 우리 사회는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 조금 경시하던 풍조가 없지 않아 있었고, 또 전통적인 가정환경 내에서 어머니, 더 나아가 할머니들이 보여주셨던 그런 모습이 지금 그대로인 상태에서 최근 10대, 20대 여성들이 갖고 있는 성평등 사고가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있다는 말이죠. 그러다 보니까 남성분들도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를, 인식의 변화를 못 따라잡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자기는 재밌다고 개그를 하는데 그게 얼마나 사람들한테 마음 아프게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미투운동에 관련된 화제만 나오면 그런 분들과 (인식 차를) 조금씩 좁혀가는 노력을 은연중에 하죠.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그래서 가끔 대화 주제로 나오는 것 같아요.


Q. 대중교통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는 장면이나 다투는 상황을 본 경험도 있나요?


꽤 오래전 일인데요. 원래 그러면 안 되는데 제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던 적이 있어요. 에스컬레이터 두 대가 동시에 운행되는데, 오른쪽에 웬 남성분이 핸드폰을 이렇게 낮게 들고 있더라고요. 조금 더 앞을 보니까 여성분이 치마를 입고 계신 거예요. 제 눈높이가 화면을 보진 못했어요. 그분을 찍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내려가는 길이었고 그분들은 올라가는 길이었어요. 어떻게 제지를 할 수 없잖아요. 올라가서는 이미 그분이 어디로 사라진 다음이라 어쩔 수가 없고…….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당시에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제가 에스컬레이터 위에 있는 상황이니까 어려웠어요. 만약 같은 방향이었으면 여성분이 놀라지 않게 남성분을 따라갔을 것 같아요. 꽤 오랜 시간 동안 그게 생각이 났었어요. 내가 현장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와줄 수 없었던 게……


2018년 대구는 불법 촬영 근절을 위한 예빵 캠페인의 일환으로 에스컬레이터 층계 벽면 부분에 안전 거울을 시범 설치했다. 에스컬레이터 이용자가 안전 거울을 통해 뒷사람을 볼 수 있도록 하여 범죄를 억제하고자 것. 시민들은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불안감은 덜겠지만 안심거울로는 부족하다', '효과는 확실하게 있을 것. 비치는 모습이 한 눈에 보이지 않는 점이 개선됐으면' 등의 의견을 보였다. 사진 출처 : KBS대구경북뉴스 대식이와 경식이


Q. 공중 화장실에 있는 구멍을 화장지나 스티커, 실리콘 등으로 막아놓은 것을 본 경험이 있나요?


여성분들이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 두렵다는 말씀을 하셨었고요. 들어보니까 구멍이 그렇게 많대요. 이상한 휴지 같은 게 꽂혀 있는 경우도 있고, 스티커로 가려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들을 해요. 나사못 같은 게 여러 개 박혀있고. 그 이야기를 몇 번 듣고 나서 남자 화장실에도 있는지 둘러 봤는데, 있어요. 남자 화장실에도 있어요. 구멍이 굉장히 많고, 휴지로 막혀있고.


보도에 따르면 경찰분들이 탐지기를 들면서 수많은 공중 화장실을 검사했지만 단 한 곳도 몰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대체로 휴지걸이가 거치됐다가 빠진 자리라든지, 아니면 핸드폰이나 재떨이 받침대가 있었던 구멍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만큼 일상에서 여성분들께서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저는 무의식적으로 화장실에 가면 여기도 또 그런 오해를 살 만한 구멍들이 있지 않을까 보게 되었어요. 실제로 아직도 많이 발견하고 있어요.


Q. 성폭력이 걱정돼서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옷차림을 지적하거나 통제한 경험도 있나요?


지적이나 통제라기보다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지금 저희가 만난 지역은 조금만 떨어져도 가로등이 잘 없어요. 그런 데를 지나야 하는 경우, 여성분이 혼자 갈 때는 주의 차원에서 말씀을 전하죠. 옷차림이나 행동거지가 아니라 되도록 큰길로 가시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같이 가죠. 안전한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2018년 여성가족부는 한 달 동안 쇼핑몰, 영화관 등의 불법촬영 카메라 여부를 집중점검한 결과 화장실·수유실·탈의실 등에서 의심스러워 보이는 구멍 124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여성가족부


Q.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성폭력과 관련된 상황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경험이 있나요?


아주 오래전 이야기에요. 학교에서 후배들끼리 약간……뭔가 사건이 있었나 봐요. 저는 그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지도하는 선생님께서 저를 뭔가 ‘배후’ 내지는 ‘관련되어 있다’라고 오해를 하신 적이 있어요. 지금도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후배들한테 그 내막을 듣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죠.


남학생은 크게 처벌을 받았고요. 여학생은 상담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저는 그냥 혹시 관련된 게 아니냐는 추궁을 받았다가, 알리바이가 있어서, 관련도 없고, 알지도 못해서 넘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아는 사람이 성폭력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있나요?


아주 가끔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지하철에서 이상한 사람 만났어’ 내지는 ‘과거에 내가 이러이러한 안 좋은 일을 경험했어’라고 편해지면 이야기하는 후배들이 간혹 있어요. 특히 남자 선배한테 그런 이야기하기 어려운데, 저한테는 편하게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듣고, 많이 위로도 해줘요. (피해자분들이) 의외로 꽤 씩씩하게 잘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성폭력 피해자는 우울하고 불행과 고통에 빠져 있을 것이라는 통념이 있다. 실제로는 씩씩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당당하게 피해 경험을 말하는 피해자도 많다. 사진은 2019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한 '피해와 생계 사이' 연속집담회 5회차 "성폭력 이후, 나의 일상 찾기"


Q. 내 삶과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내 삶과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그림자와 같다.


솔직히 사람들이 성에 대해서 말하길 꺼리잖아요. 하지만 모든 사람은 성관계 없이 태어나지 않고 어디에서나 성관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은 누구에게나 다 굉장히 밀접하고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성폭력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성적 관계인 거잖아요. 아까 말씀드렸듯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속에서 긴장의 끈을 놓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칫 깨어있다는 사람들조차도 성폭력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잖아요.


‘성폭력은 나와 상관이 없어’ 혹은 ‘내 주변 어디에든 항상 나와 가까이 있어’ 이런 개념이 아니라,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항상 염두에 두고 지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와 교사가 알아야 할 아동성폭력 예방교육 실천 매뉴얼'을 통해 보는 성폭력 피해 아동과 대화할 때 주의할 점. 해당 내용은 아동 피해자뿐만 아니라 성인 피해자, 장애인/비장애인 피해자 등 모든 성폭력 피해자와 대화할 때에도 똑같이 주의할 점이다. 사진 출처 : 베이비뉴스


Q.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솔직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분들을 봤을 때는, 첫 번째로 그만큼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거고요. 두 번째는 남의 이야기를 함부로 전하지 않아야 해요. 그 두 가지만 있으면 어딘가 털어놓고 싶거나 기대고 싶은 분들은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사람과 사람이 서로 경청하고 들어주는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정말 요긴해서 내지는 편해서 이야기했는데, ‘그래, 난 이해해, 힘내’라고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이 기대한 대답이 아닌 경우도 있다고 봐요. 저도 장애를 갖고 있어서 항상 어려움을 갖고 있을 것이라 사람들이 추정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거든요. 그래서 피해를 당하신 분들이나 힘드신 분들의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첫 번째 노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항상 소중한 사람임을 기억해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2019년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인터뷰 진행자로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김엘라별이님이 진행하였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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