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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연대] 025. ‘설마’라고 웃어넘겼던 기억들……지금 생각해보면 성폭력, 놀보의 인터뷰 관리자 ㅣ 2020-02-07 ㅣ 342


[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윤문 및 편집 외에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을 충실하게 실었습니다. 저마다의 관점과 논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인터뷰 취지에 맞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있을 경우 수정 또는 삭제 요청드리거나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 있게 경험을 나눠주신 인터뷰 참여자 분들께 비난과 질타보다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유튜브 영상 보기 : https://youtu.be/c-a7IC0GfZM


[보통의연대] 025. ‘설마’라고 웃어넘겼던 기억들……지금 생각해보면 성폭력, 놀보의 인터뷰


미친구덜이라는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michingus )을 운영하는 놀보입니다.


Q.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이 떠오르나요?


성폭력 피해자 친구나 지인.


Q. 스스로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생각하나요?


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성폭력을 겪었던 사람들을 알고 있고, 지금도 친구들끼리 성폭력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요. 그러니까 주변인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아는 사람이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나요?


20대 초반에 알던 친구 중 한 명이 그 당시 남자친구와 항상 성관계를 가질 때, 지금 생각해보면 성폭력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항상 농담 식으로 얘기했는데, 술 마시고 같이 누워 있는데 자기는 술 마시고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일어났더니 이미 (성관계가) 진행되어 있다더라,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걔도 그냥 그렇게만 얘기했고 저도 성폭력 이런 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던 때여서 이미 사귀는 사이니까 동의가 있는 거라고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냥 “네 남자친구 미쳤다” 이 정도로 끝났던 것 같아요. “걔 왜 그래?” 근데 너무 고질적인 이슈고, 친구가 그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게 너무 뻔히 보였기 때문에 더이상 그 남자친구가 한 행동이 엄청나게 잘못된 거라는 걸 얘기 못 했어요.


지금은 두 성인이 약물이나 술같이 신경정신에 작용할 수 있는 그런 요소가 없는 상황에서 서로 완전히 동의가 있었고 진행돼야지 성관계가 ‘합의한 성관계’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에는 그런 다이내믹? 남성-여성 간의 다이내믹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지금은 뉴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동의 개념에 대해서 공부? 교육 같은 걸 많이 봐서 특히 술 관련해서는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2016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한 준강간 방지 캠페인 #그건_강간입니다


Q. 공중화장실을 실리콘 등으로 막아둔 것을 본 경험이 있나요?


누가 저를 불법촬영한 적은 없는데, 없다고 이야기하는 건 너무 자만인 것 같고, 불법촬영을 누가 직접 하는 걸 본 적은 없어요. 한창 불법촬영 이런 이슈가 처음 터졌을 때는 저도 밖에서 화장실 가는 게 너무 무서워서 거의 방광염 직전까지 참았던 적이 있고요.


Q. 그밖에 성폭력에 관한 불안 때문에 내 생활에 제약이 생긴 경험이 있나요?


여성분들이라면 보통 다 너무 새벽이나 너무 밤에 어디 돌아다니지 않고 특히 골목 같은 데 안 가는 건 당연한 것 같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또 다른 얘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멕시코에 친구들하고 놀러 갔는데 스킨스쿠버를 할 때 스킨스쿠버 강사가 저를 성희롱했어요. 그 당시에는 별로 트라우마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고, 당시에 있던 남성 친구들하고 그냥 웃어넘겼어요. 스킨스쿠버를 할 때는 물 밑에 들어가 있는데 강사 없이는 숨을 쉴 수가 없으니까 “목숨과 엉덩이 중에서 엉덩이를 버렸다” 이런 식으로 농담처럼 넘어갔어요.


그런데 이게 약간 저한테 (트라우마적인) 경험이 됐는지 지금도 페스티벌이나 지하철에서 누가 우산 같은 거로 찌르면 너무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봐요. 특히 페스티벌에서 사람들이 붙어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만날 손으로 제 엉덩이를 가리고 있거든요. 제 뒤에 사람이 있는데 우산이나 가방 끝으로 찌른다던가 이런 거에 되게 예민해 가지고 (생활에) 제약이 있어서 생각이 납니다.


온몸에 낯선 장비를 착용하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 스쿠버 다이빙 체험. 내 마음대로 익숙하게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 안전을 보장해줘야 할 강사가 가해자로 돌변할 때 피해자는 목숨의 위협까지도 느낄 수 있다. 사진 출처 : pixabay



Q. 만약 그때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본인이나 주변인들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 것 같나요?


친구들이 더 화를 만약에 내줬으면, 저 대신에. 저는 그때 화를 낼 수 없는 정신 상태였으니까. 그냥 놀러간 거고,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자, 이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이) 화를 더 내줬으면, ‘아, 이게 조금 이슈가 있는 거구나’ 하고 깨닫고 그 당시에 조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텐데 그 당시엔 친구들도 그냥 웃고 넘어갔고 저도 그냥 웃고 넘어갔고. 그래서 뭔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이 생각나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화를 냈다고 해도 별로 달라진 건 없을 것 같아요. 외국이어서 가해자에게 가서 뭐라고 화를 내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 나이를 더 먹어서, 얘기를 할 것 같아요. 강사를 바꿔 달라고 하거나. 지금도 성격상 “이 사람이 나를 성희롱했어요”라고 말은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이 사람 말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 달라고 그렇게 얘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희롱을) 당하면서 계속 ‘설마?’ 이렇게 생각해가지고. 그때는 말 못 했는데 지금은 만약에 또 당하면 ‘백퍼!’ 이렇게 딱 확신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때는) ‘설마’ 이렇게 생각했죠. ‘내가 지금 돈 주고 여기 와서 체험하러 온 건데 나한테?’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정신이 없잖아요. 물 안이고 스킨스쿠버하고 있고 숨도 못 쉬고 그러니까. ‘아 그냥 손이 닿았겠거니, 뭐 다른 거겠거니’ 이렇게 생각했어요.


2018년 한국에서도 스쿠버다이빙 가이드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었다. 가해자 측은 오해라고 주장했지만,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되어 1심, 2심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사진 출처 : 법률 방송 갈무리


Q. 미투운동에 관해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나요?


저는 이제 다 끼리끼리 노니까, 비슷한 사람이어서 똑같은 반응이었는데요. 제 가족들은 괴리감이 있었죠. 저와 제 친구들은 항상 미투 얘기만 하고 이렇다저렇다 하는데, 가족들은 뉴스 사건 중에 하나처럼 치부하는 게 괴리감이 느껴졌었습니다. 저녁 먹으면서 얘기하는데, 요즘엔 또 이렇다더라. 남의 얘기 다루듯.


저희에게는 저희 일이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한국 여성 인권에 있어서 대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이나 할머니는 중요성이나 역사성을 하나도 인식을 못 하고 있었어요. 젊은 여성들과 윗세대의 괴리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글쎄요, 그분들하고 얘기를 잘 안 해서. 엄청 깊은 여성혐오겠죠. 얘기해보면 여성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게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성폭력 관련 언론 보도가 너무 많이 나오고,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 치면 그 사건에 대해서 항상 빠른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는데,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고 다른 분들도 모르고 관심도 없고 팔로우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한국일보에서 2018년 3월과 2019년 2월 두 차례 조사한 결과를 보여주는 자료. 성별, 세대별로 미투운동의 영향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왼쪽)과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비율(오른쪽)을 비교해볼 수 있다. 한국일보는 '성별, 세대별 인식 간극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남성이 여성에 비해, 나이든 세대가 젊은 세대에 비해 피해자 책임론을 수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 출처 : 한국일보 송정근 기자


Q. 내 삶과 성폭력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굉장히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성폭력이라고 처음에 주제를 들었을 때는 성적으로 폭력 당하는 그런 것만 생각했는데, 몰카 같은 것도 성폭력이라고 한 번 더 리마인드 되니까. 또 성폭력과 관련된 언론 보도라든지, 미투운동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든지, 저희가 다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거고요. 요즘에도 연예인들 단톡방 때문에 이슈가 있었잖아요? 그런 것도 항상 얘기하고 있는 거기 때문에 굉장히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제가 (여행 중에 피해를 겪었는데) 만약에 제 친군데 “야, 네가 당한 거 성희롱이야”라고 얘기했으면 여행 중에 더 멘붕이 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가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했는데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는 그거를 지적하라고는 쉽게 말 못 할 것 같고요. 그냥 평소에 제가 깨닫지 못했던 것만큼 성폭력의 범위가 컸다는 것을 다른 분들도 아셨으면 좋겠어요. 제 친구들처럼 몰카나 이런 것들도 성폭력에 포함된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 가지고 얘기하고 그러면 되겠죠?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리고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반성폭력 단체에 후원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 문자후원 #2540-1991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성폭력,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의 일환으로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과 함께 진행됩니다.


<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부영님이 진행하였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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