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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1. (오마이뉴스) 낙태죄 폐지, 조국의 '친절한' 답변에 빠진 세 가지 관리자 ㅣ 2018-11-15 ㅣ 200

기사제목낙태죄 폐지, 조국의 '친절한' 답변에 빠진 세 가지

보도날짜: 2017년 12월 1일

언론신문: 오마이뉴스

보도기자: 이은솔 기자

기사원문:

[주장] '낙태죄 폐지·미프진 도입' 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 그 진전과 한계

"현행 낙태죄에서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습니다."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한 정부의 공식 답변이 나왔다. 26일 청와대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조국 민정수석의 답변 영상을 공개했다. 조 수석은 9분 50초 가량의 영상에서 2012년의 헌법재판소 합헌, 위헌 양쪽 의견과 OECD 통계, 사례 등을 언급하며 사회적 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낙태죄 폐지 논쟁이 다시금 뜨거워진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2016년 9월 보건복지부가 불법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의 의료법 개정안을 예고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는 항목으로 임신중절을 추가하고, 시술한 의료인의 자격정지를 1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반발한 여성단체가 폴란드의 사례를 차용해 보신각 등에서 '검은 시위'를 열며 여론이 거세지자, 개정안은 무효화됐다.

여성단체는 낙태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며 논쟁을 이어갔다. 이후 청와대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청와대가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하는 기준인 20만 명을 넘었다.

일단 낙태죄에 대해 재고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조국 민정수석은 2013년 학술지 <서울대학교 법학>에 '낙태 비범죄화론'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기고한 적 있다. 논문에서 조 수석은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를 낳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형법의 오남용"이라며 "사회경제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개인 의견이 청와대 공식 의견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조 수석이 법학자로서 임신중절 문제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조 수석은 발표문 서두에서 부정적 함의를 가진 '낙태'라는 단어 대신 '임신중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러나 발표문 전문을 살펴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한계를 드러낸 부분 세 가지를 짚었다.

[하나] 미프진 도입에 대한 논의는 '실종'

조 수석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제로섬으로는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낙태죄를 둘러싼 논의는 태아의 생명권을 주장하는 '프로라이프'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프로초이스' 두 가지로 대표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분법에서 탈피해 '건강권'이라는 다소 낯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관점을 확장했다는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여성의 건강권이란 개념은 초반에 추상적으로만 제시되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이나 이에 기반한 정책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 유엔인권이사회에 따르면 건강권은 '도달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누릴 권리'를 의미한다. 여성 건강권의 관점에서, 여성들은 여러 임신중절 방법 중 가장 안전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극소수의 합법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신중절이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한 임신중절 시술에 대한 연구나 교육이 폭넓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초기임신의 경우 약물을 통한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 역시 불법이다. 의학적으로 인정받은 방법이 존재함에도, 이 또한 불법이라는 이유로 다른 방법을 택해야만 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침해로 볼 수 있다. 국민 청원의 내용에는 '낙태죄 폐지' 뿐 아니라 '미프진 도입에 관한 논의'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발표에서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답변에서 미프진 관련 내용은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는 사회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한 문장 밖에 찾을 수 없었다. 

[둘] 사례 들어 설명, 그렇지 않은 경우는?

조 수석은 세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자고 주장했다. 그가 가져온 사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남성과 헤어진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 둘째, 별거나 이혼 소송 중 임신을 발견한 경우. 셋째, 실직이나 투병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육이 불가능한 경우. 이런 경우 양육을 강제하기 어렵지만, 이 상황에서 임신중절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 임신중절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조 수석이 예시를 든 것은 임신중절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보통 잘 와 닿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사례를 든다. 특히나 여성혐오, 성희롱 등 여성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례를 드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이고 강력한 사례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들은 공감을 얻고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극단적인 사례만이 문제의 이미지로 고정되는 결과를 낳는다. 충분히 극단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문제라고 인정받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사실 이는 딜레마에 가깝다. 

헤어짐, 이혼, 투병 때문에 임신 중절을 선택하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도저히 키우지 못할만한 이유가 없어도, 양육의 주 책임자가 되는 여성이 '원치 않아서' 임신중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도 임신중절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입장이다. 

개개인이 겪는 사회경제적인 요인은 상대적으로 다르다. 실직이나 투병이 아니어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양육이 힘들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더라도 아이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성들이 요구하는 것은 '자기 몸에 대한 통제권'이지,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한정해 주어지는 '면책권'이 아니다. 

[셋] 실태조사와 성교육은 근본적인 해결책일까?

답변 영상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임신중절 실태조사의 재개다. 2010년 이후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2018년 실태조사를 재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신중절 관련 보완 대책으로 청소년 피임 교육을 활성화하고 여성가족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 통해 시범적으로 전문상담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동안 부족했던 현장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현재 낙태죄 폐지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자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부 차원의 조사가 없었을 뿐 민간단체나 의료계에서는 조사를 계속해오고 있고, 여성단체에서는 임신중절 당사자 여성들의 현장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정확한 자료 수집이 필요할 수 있겠으나, 실태조사가 곧 사회적 논의의 확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입장에는 다소 의문이 든다.

또한 피임 교육 활성화나 비혼모에 대한 지원은 낙태죄 폐지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대책일 뿐, 낙태죄 논의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성교육 활성화는 임신중절이 필요한 상황, 즉 원하지 않는 임신이 발생하는 상황을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교육이 잘 이루어져도 피임 실패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비혼모 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은 여성들이 임신중절이 아니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을뿐더러 이루어진다한들 여전히 아이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번 정부 입장 발표를 통해 정부가 현행 낙태죄를 재고하는 입장을 취한 것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낙태죄 폐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의 영역으로 한 발 물러서 있는 태도를 취했다. 또한 정책으로 약속한 내용들이 실제 임신중절에 직면하는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는 점도 한계다. 여성계에서 이번 발표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다.

원문링크: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217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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