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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2. (뉴시스) [낙태죄 논란]"몸도 사랑도 망가졌다"…두 번 우는 여자들 관리자 ㅣ 2018-11-15 ㅣ 123

기사제목[낙태죄 논란]"몸도 사랑도 망가졌다"…두 번 우는 여자들

보도날짜: 2017년 12월 2일

언론신문: 뉴시스

보도기자: 박영주 기자

기사원문:

"아이는 둘이 가졌는데 남자친구는 내 탓만 해"

"아이 낳자는 말에 '내 아이 확실하냐' 의심까지"

사회적 '살인자' 지탄…과거 들킬까봐 '노심초사'

"남성 책임의식 강화·여성 인권문제로 접근해야"


"사랑은 떠나고 몸도 망가졌어요."

이가연(가명)씨가 A씨를 처음 만난 건 7년 전 대학교 동아리 모임 때였다. 뒤늦게 뒤풀이 자리에 합류한 졸업생 A씨가 이씨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했고 두 사람은 곧 연인이 됐다.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간 건 계획에 없던 아이가 생기면서부터였다. 6살 연상인 A씨는 이씨에게 수없이 "결혼하자"고 말했지만, 막상 이씨의 임신 소식을 듣고 '낙태'를 먼저 입 밖으로 꺼냈다.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날 이씨는 A씨로부터 "어떻게 날짜(배란일) 계산 하나를 제대로 못 하느냐"는 원망까지 들어야 했다. 이씨는 "남자친구의 설득 끝에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수술이 끝나고 남자친구가 기분전환 겸 여행을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며 "그날 밤 남자친구는 수술 후유증이 남아있는 나에게 성관계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임신 중절 수술을 한 당일 A씨와 이별했다. 

이씨는 "어린 나이라고 아이를 지우는데 아무런 감정이 없었겠느냐"며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아이는 둘이 가졌는데 남자친구는 '내 탓'만 하더라. 뒷감당은 오직 여자인 나의 몫이었다"고 토로했다. 

유지선(가명)씨도 4년 전 홀로 산부인과 수술대 위에 누웠다. 이미 남자친구는 연락을 끊고 잠적한 이후였다.

유씨는 클럽에서 만난 두 살 연하 B씨와 교제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가졌다. 유씨는 "둘이 돈을 벌면 아이 하나는 키울 수 있지 않겠느냐"며 아이를 낳자고 설득했지만, B씨는 냉담했다. 급기야 "그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닐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유씨는 "그날 이후 남자친구가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이 연락을 끊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사랑에 대한 배신감과 뱃속의 한 생명을 떠나 보내야 하는 미안함에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8년간 중단됐던 임신 중절 실태 조사를 내년에 하기로 했다. 낙태죄 개정의 필요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달 26일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의 발언에 임신 중절을 경험한 여성들은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아이는 남녀가 함께 만들었지만, 낙태죄의 책임은 여성이 더 많이 짊어지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원치 않은 임신으로 임신 중절 수술을 한 여성은 낙태죄에 따라 처벌된다.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나 유전학적·전염성 질환 등에 한해서만 임신 중절이 허용된다. 이외의 사유로 임신 중절 수술을 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임신 중절을 경험한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살인자'라는 지탄을 받기도 한다. 반면 남성은 도덕적 비난은 받아도 법적 제재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죄책감과 함께 혹여 다른 사람에게 들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평생 안고 살아가는 경우도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다.

임신 중절 수술 경험이 있는 C씨는 "사내연애를 하다가 상사의 아이를 가졌다"며 "합의 하에 수술했지만 바로 이별을 했다. 이후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역시 경험이 있는 D씨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자녀계획을 얘기할 때마다 미안한 감정이 든다"면서 "남자친구에게 솔직히 말할까도 했지만, 주위에서 말렸다"고 했다. 이어 "남자친구가 과거를 알게 될까 봐 하루에도 몇 번씩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폐지 또는 개정 논의와 함께 임신 중절의 책임을 여성에게 무겁게 지우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남성들의 책임의식을 강화하고 취약계층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낙태죄는 피임해야 하는 책임, 임신 불안, 중절 수술 비용, 직장과 가정에 말하지 못하는 속앓이 등 모든 고민을 여성에게 돌리고 있다"며 "낙태죄가 폐지되면 남성의 책임의식 강화 등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낙태죄 폐지 여부를 떠나서 여성의 인권 문제, 미혼모의 인권 문제, 취약계층 인권 문제를 같이 짚어나가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문링크: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832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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