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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5. [국민일보] “저항했나→동의 받았나…‘비동의 간음죄’로 이제 가해자에게 묻자”(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인터뷰) 관리자 ㅣ 2019-05-20 ㅣ 46
기사제목 : “저항했나→동의 받았나…‘비동의 간음죄’로 이제 가해자에게 묻자”(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인터뷰)

보도날짜 : 2019년 4월 5일

언론신문 : 국민일보

보도기자 : 박민지 기자
 
기사원문 :
 
뉴시스

한국 사회 내 성폭력은 개개인의 범죄가 아닌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다. 국가는 성폭력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했을까. 피해자들은, 현행법이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법에 의한 2차 가해도 빈번하다. 현행법대로라면, 피해자는 “얼마나 어떻게 저항했나요?” “왜 거부하지 않았나요?” 같은 질문에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 강간이나 추행이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폭행 또는 협박을 당하고, 그 수준이 현저히 저항이 곤란한 정도여야 하며,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을 강간죄의 구성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현재 이를 변경하거나 ‘비동의 간음죄’를 별도로 신설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8개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09개 여성인권단체로 구성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은 반드시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규정돼야 한다”며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촉구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에게 4일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 물어봤다.

-‘비동의 간음죄’란 무엇인가요.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 여부가 아닌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것입니다. 비동의 간음죄는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상대의 의사에 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경우와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상대의 의사표명을 거치지 않은 성관계를 처벌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후자에 집중해 ‘동의’ 여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강간죄 처벌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과거 형법 제25조는 ‘정조에 관한 죄’였습니다. 성폭력의 보호법익을 여성의 정조로 규정하고 , 보호해야하는 피해자와 그러지 않아도 되는 피해자로 구분한 것입니다. 법적으로 ‘피해자다움’을 규정한 거죠. 하지만 1995년부터 ‘강간과 추행의 죄’로 개정됐습니다. 성폭력의 보호법익을 ‘성적자기결정권’이라고 판시하고 있고요. 하지만 여전히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는 ‘최협의설’이 영향을 미칩니다. 얼마나 심한 폭행 및 협박이 있었는지에 집중해 판결하고 있는 거죠.”

-‘최협의설’이란 무엇인가요.
“현행 형법 제 297조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형법은 강간죄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 명확한 강간만을 처벌하도록 하는 최협의설을 적용해 왔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최협의설에 근거해 판결을 내리느냐’는 법조인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에서 최협의설을 명시하는 한 판결에 분명히 영향을 끼칩니다. 그동안 판례 역시 성폭력을 좁은 범위로 해석해 판단했습니다.”

-현재 강간죄가 성립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강간이나 추행이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폭행 또는 협박을 당하고, 그 수준이 현저히 저항이 곤란한 정도여야 하며,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폭행 또는 협박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를 요구하는데, 이 자체가 모순입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못했나요.
“현행 형법은 다양한 형태로 자행되는 성폭력 모두를 성범죄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법적 처벌의 공백이 분명 존재하는 겁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성폭력 사건의 기소율(41.8%)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성폭력은 신고율이 1.9%인 것을 고려하면 너무도 많은 성범죄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고 있습니다.”

-‘폭행·협박 없는 성폭력’이란 무엇인가요.
“폭행과 협박을 필요로 하지 않는 권력관계가 대표적입니다. 피해자를 속였거나, 가해자에 대한 신뢰를 이용해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해자의 다양한 전략이나 전술에 의해 전개되고 있는 겁니다. 저항 또는 저항의사마저 표할 수 없는 피해자의 취약성을 교묘히 이용하거나, 저항과 반항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때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는 성범죄 사건에 있어 피해자를 비난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이를 이용해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기고 면책을 받습니다.”

-왜 ‘동의’ 여부가 중요한가요.
“‘부동의 의사에 반하여 혹은 명백한 거부의사 표시에 반하여’ 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한다면 성폭력 피해자에게 ‘얼마나 저항했나요?’ ‘왜 거부하지 않았나요?’라는 질문이 돌아올 것입니다. 사실상 최협의설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전개되죠. 2차 피해 여지도 있고요. 물론 이 같은 구성요건이 명시된다면, 현행법보다 강간의 범위를 넓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행해진 성범죄인가’라는 의문이 생기게 될테고, 명시적 거부 의사를 밝힌 사건에 한해 강간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저항이나 거부 여부를 묻는 수사진의 질문을 또 받아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수사를 해야 할까요. 
“‘동의 없이’ 또는 ‘명백한 동의 없이’ 등으로 동의 여부에 초점을 둔 구성요건을 두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질문을 해야합니다. 피의자 혹은 피고인에게 ‘어떻게 동의를 구하였는가’ ‘무엇을 근거로 동의 여부를 판단하였는가’ 등을 질문하도록 형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거죠. 범죄 여부를 밝힐 때 피해자에게 상황을 캐물을 것이 아니라 가해자 측이 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고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나요.
“성폭력 가해자 대다수는 ‘상대방도 원하는 줄 알았다’는 진술을 합니다. 자신의 권위에서 해석하고 있는 거죠. 여성이 남성과 성관계를 가질 때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놓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합의 및 동의를 얻어서 성관계하는 문화를 위해서 ‘비동의 간음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외국은 어떻게 처벌하고 있나요.
“독일, 캐나다, 영국, 스웨덴 등은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성폭력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때 형식적으로는 동의가 있었지만 위계나 위력 등 실질적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처벌합니다. 특히 캐나다와 스웨덴에서는 가해자가 동의 여부를 부주의하게 판단하거나 과실로 잘못 판단한 경우에도 성폭력으로 처벌합니다.”

-유엔이 한국에 보낸 권고안은 무슨 내용인가요.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제8차 한국정부의 성평등 정책 전반에 대한 심의 후 ‘젠더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 분야 7가지 권고 내용 중 첫 번째로 형법 제297조를 개정해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부족을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하고, 특히 배우자 강간을 범죄화할 것을 강하게 권고했습니다.”

-‘비동의 간음죄’ 개정안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변경하거나 비동의간음죄를 별도로 신설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8개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습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계류된 8개 개정안도 ‘의사에 반하여’ 또는 ‘명백한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행해지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법제사법위원회가 진행한 연구결과는 어땠나요.
“법사위에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비동의 간음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협박·폭행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비동의 간음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연구원은 형법 299조를 개정해 ‘상대방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간음, 유사간음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상대방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추행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형법 제297조가 개정되면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 근절을 위한 여러 가지 근본적인 운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동의 간음죄가 절실합니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 하는, 도리어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현행법상 강간죄 개정을 위해 끈임 없이 국회의 행보를 주시하겠습니다. 이번 법 개정은 성폭력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성문화 바꾸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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