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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성명/논평] 반복되는 여성 살해 사건, 국가는 젠더 관점으로 친밀한 관계 폭력 대응 체계를 마련하라
  • 2026-10-30
  • 56



[단호한 시선] 반복되는 여성 살해 사건, 국가는 젠더 관점으로 친밀한 관계 폭력 대응 체계를 마련하라


서울 송파, 제주, 전주,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친밀한 관계에 의한 여성 살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하고 스마트워치를 부착하고 이혼 준비, 피신 등 가해자와 관계를 단절하기 위해 피해자로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했음에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친밀한 관계 폭력 발생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일례로 10월 23일 청와대 주재로 열린 ‘초안전사회 범정부 대응회의’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정신건강 관리체계 강화를 다뤘으나 이것은 여성 폭력의 원인을 가해자 개인의 성향이나 일탈의 문제로 보는 시선이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 폭력은 젠더 기반 폭력이자 피해자를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지배하는 행위다. 이런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친밀한 관계 폭력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제주, 대전 등의 사건에서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접근금지 등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사건을 종료했다. 폭력으로 고립되어 자원이 없는 피해자의 불안함, 통제적인 가해자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이미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혀도 경찰이 직권 개입으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또한, 전주 사건에서는 경찰이 '고위험 대상'으로 분류된 피해자가 전화에 응답하지 못했음에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이력이 있었지만, 고령이라는 이유로 재범 위험성이 낮게 판단되어 전자장치 부착 등의 조치도 없었다.


경찰 뿐 아니라 법원의 관점도 문제적이다. 스토킹 잠정조치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임에도 법원은 구속 요건에 준하는 엄정한 기준과 증명을 요구하며 인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에 대한 법원 인용률은 37.1%, 유치장, 구치소 유치 인용률은 34.9%에 불과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친밀한 관계 폭력에 대한 이해에 기반해 위험 징후를 파악하고, 즉시 가해자의 신변 제한 등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잠정조치 기한을 늘리고, 보호조치가 끝나기 전에 위험을 재평가해서 자동 연장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처럼 법에 마련된 조치도 제대로 집행이 되지 않는 이유는 친밀한 관계 폭력이 여전히 사소한 개인 갈등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당장 드러난 개별 범죄 행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 간 전반적인 관계 맥락을 살피는 접근이 필요하다.


가해자와의 혼인 관계 여부에 따라 조치가 달라지는 분절적인 법 체계 역시 친밀한 관계 폭력을 연속선의 폭력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젠더 관점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현재 같은 피해여도 스토킹처벌법으로 신고되면 잠정조치 기간이 최대 9개월이고 가정폭력처벌법으로 신고되면 최대 6개월이다. 가정폭력은 여전히 법적으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이고 전자장치 부착 조치 규정도 없다. 혼인하지 않은 친밀한 관계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 10월 15일, 국회에서는 이틀 만에 93명의 여야 의원의 서명을 받은 친밀관계폭력대책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이 발의되었다. 관련 법안을 한 곳에 모아 종합적으로 심사하기 위한 위원회로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더 이상 여성들이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친밀한 관계 폭력을 해결하는 것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우선과제다. 


정부는 친밀한 관계 폭력을 젠더 기반 폭력으로 인식하고, 수사 인력 확충 및 인식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국회는 가정폭력처벌법을 친밀한관계폭력법으로 전면 개정하라!


2026년 10월 30일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