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공론화가 진행 중인 개별사례의 구체적인 쟁점을 알리고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 항소심 판결을 규탄한다!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규탄한다
오늘 6월 14일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9부 재판장 고의영)는 피고인 최연희에게 벌금 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판결을 지켜본 여성계는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지난 1심에서의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판결과 비교하여 볼 때, 감형의 차원이 아닌 무죄 선고와 다름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성추행 혐의는 충분히 인정되나 “가해의사가 고도의 것이라 보기 어렵”고 “폭행 협박이 심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고도의 가해 의사’가 없었다는 근거로는, 의정활동 차원에서 발생하였고 여러 명이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는 ‘의정활동 차원’에서 남성국회의원이 ‘고도의 가해 의사’ 없이도 다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 감형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성폭력이 성관계의 연속선상에서 이해되고, ‘음식점 주인 발언‘과 같이 술자리에서 으레 있을 수 있는 행위라고 여겨지는 풍토에서 가해자의 고의성을 기준으로 성폭력을 판단하는 것은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용인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양형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사과를 받아들였으므로 법률상 친고죄에 있어서 처벌조건이 현격히 약화되었”음을 강조하였다. 물론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의사는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피해자의 용서가 국가의 형벌권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이것은 다른 범죄에 비추어 보았을 때에도 그러하다. 따라서 이것은 사법부가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를 핑계로 사법부의 의무를 저버린 것에 다름 아니다. 피해자의 의사가 그와 같이 중요하다면 이 경우와 반대로 강력한 처벌을 요하는 피해자의 의사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처벌 의지는 외면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관대한 판결을 전제한 피해자의 의사 존중은 이율배반적이고 뻔뻔하다.
그 밖에 ‘피고인이 60세 이상의 고령이라는 점,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피해자에게 거듭 사과하고 있다는 점 등 재판부에서 추가적으로 밝힌 감형 요소는 이제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성폭력 범죄에 있어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진 듯하다. 성범죄가 나이를 불문하고 일어나는 범죄라는 것을, 드러나는 범죄 전력만으로 실제 그의 성폭력 경력을 설명할 수 없음을, 사과의 제스추어가 성찰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사유하지 못하는 재판부는 순진한 것인가, 무지한 것인가.
이번 사건은 최연희의 항소로 인해, 최종 판단이 계속 유보, 지연됨에 따라 국민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듯 보이지만 성폭력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환기시키기에 유효한, 그래서 반드시 매듭짓고 가야할 중요한 사건이었다. 사법부는 피고인의 변명과 엉뚱한 술공방, 시간 끌기 등에 맞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함이 마땅했다. 그러나 사법부는 이러한 사회적 책무마저 저버림으로써 성폭력 예방에 앞장서기는커녕 오히려 성폭력을 조장하고 방기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번 판결로 사법부는 성추행이 경미한 범죄에 불과하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인정과 주변의 증언이 존재한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는 것은 성추행 여부가 실재했는지부터 입증해야 하는 대다수 성추행 사건들에 있어서 매우 절망적이다. 또한 사과와 화해를 빌미로 피해자에게 찾아와 끈질기게 합의 종용하는 고질적인 병폐는 친고죄라는 명목으로 계속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결국 최연희 성추행 사건에는 가해자의 진심어린 반성도, 국회 내부의 성찰도,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 및 여성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잘못된 성문화에 대항하는데 우리의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07. 6. 14
서울여성의전화, 전국성폭력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오늘 6월 14일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9부 재판장 고의영)는 피고인 최연희에게 벌금 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판결을 지켜본 여성계는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지난 1심에서의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판결과 비교하여 볼 때, 감형의 차원이 아닌 무죄 선고와 다름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성추행 혐의는 충분히 인정되나 “가해의사가 고도의 것이라 보기 어렵”고 “폭행 협박이 심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고도의 가해 의사’가 없었다는 근거로는, 의정활동 차원에서 발생하였고 여러 명이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는 ‘의정활동 차원’에서 남성국회의원이 ‘고도의 가해 의사’ 없이도 다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 감형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성폭력이 성관계의 연속선상에서 이해되고, ‘음식점 주인 발언‘과 같이 술자리에서 으레 있을 수 있는 행위라고 여겨지는 풍토에서 가해자의 고의성을 기준으로 성폭력을 판단하는 것은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용인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양형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사과를 받아들였으므로 법률상 친고죄에 있어서 처벌조건이 현격히 약화되었”음을 강조하였다. 물론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의사는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피해자의 용서가 국가의 형벌권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이것은 다른 범죄에 비추어 보았을 때에도 그러하다. 따라서 이것은 사법부가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를 핑계로 사법부의 의무를 저버린 것에 다름 아니다. 피해자의 의사가 그와 같이 중요하다면 이 경우와 반대로 강력한 처벌을 요하는 피해자의 의사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처벌 의지는 외면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관대한 판결을 전제한 피해자의 의사 존중은 이율배반적이고 뻔뻔하다.
그 밖에 ‘피고인이 60세 이상의 고령이라는 점,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피해자에게 거듭 사과하고 있다는 점 등 재판부에서 추가적으로 밝힌 감형 요소는 이제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성폭력 범죄에 있어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진 듯하다. 성범죄가 나이를 불문하고 일어나는 범죄라는 것을, 드러나는 범죄 전력만으로 실제 그의 성폭력 경력을 설명할 수 없음을, 사과의 제스추어가 성찰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사유하지 못하는 재판부는 순진한 것인가, 무지한 것인가.
이번 사건은 최연희의 항소로 인해, 최종 판단이 계속 유보, 지연됨에 따라 국민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듯 보이지만 성폭력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환기시키기에 유효한, 그래서 반드시 매듭짓고 가야할 중요한 사건이었다. 사법부는 피고인의 변명과 엉뚱한 술공방, 시간 끌기 등에 맞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함이 마땅했다. 그러나 사법부는 이러한 사회적 책무마저 저버림으로써 성폭력 예방에 앞장서기는커녕 오히려 성폭력을 조장하고 방기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번 판결로 사법부는 성추행이 경미한 범죄에 불과하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인정과 주변의 증언이 존재한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는 것은 성추행 여부가 실재했는지부터 입증해야 하는 대다수 성추행 사건들에 있어서 매우 절망적이다. 또한 사과와 화해를 빌미로 피해자에게 찾아와 끈질기게 합의 종용하는 고질적인 병폐는 친고죄라는 명목으로 계속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결국 최연희 성추행 사건에는 가해자의 진심어린 반성도, 국회 내부의 성찰도,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 및 여성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잘못된 성문화에 대항하는데 우리의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07. 6. 14
서울여성의전화, 전국성폭력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