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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후기] 4월 4일 윤석열 탄핵 선고(8:0 파면 촉구 대회) 후기
  • 2025-04-17
  • 28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선고되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부터 선고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매주 광장으로 나갔는데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민주주의와 탄핵을 말했던 광장의 모습을 끝까지 보고 싶었기 때문에 4월 4일 탄핵 선고일 당일에도 깃발을 들고 밖으로 나갔어요. 그 즈음 많은 분들도 그랬겠지만 저 역시 기약없는 기다림이 주는 불안과 괴로움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고일이 확정되자 새로운 긴장감과 기대감이 마음속에 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길 것 같았어요. 저만 그런 느낌을 가진 건 아니었나봅니다. 재판이 시작되기 1시간 전 경복궁역에 도착했는데 광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 보다도 들떠있었습니다. 승리의 기세인 것이죠. 




오전 10시 윤석열 8:0 파면을 촉구하는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햇빛이 꽤 뜨거웠어요. 구호를 외치고 발언을 듣다보니 어느덧 11시가 되었습니다. 전광판에 헌법재판관들이 등장하고 문형배 재판장이 선고문을 읽기 시작했어요. 몇몇 문장을 읽는 대목에서 시민들이 환호하기도 했습니다. 몇몇 인상깊었던 선고문을 인용해봅니다. 


“군인들이 또다시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피청구인의 국회 통제 등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결과적으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었다는 이유로 피청구인의 법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대목에서는 광주5.18 민주화운동, 제주4.3사건, 87년 민주화 항쟁과 같은 부당한 국가폭력과 그에 맞선 투쟁들이 생각났습니다.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부당하게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정당활동의 자유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하였다. ”


지난 4개월 동안 탄핵을 촉구하는 많은 시민들이 생각했던 바로 그 내용이지요.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각각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대등한 동료시민들 간의 존중과 박애에 기초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을 본질로 한다”


탄핵 국면을 지나며 나와 다른 이와 광장에서 한 목소리로 윤석열 탄핵을 외치기도 했고, 가까운 주변인과 입장이 갈리기도 했고, 극우집단의 폭력이 위협적인 수준으로 이슈화되기도 했어요. 신뢰, 다원성, 동료시민, 존중, 박애와 같은 단어들이 사람들 사이에 어떻게 놓일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그렇지만 당일엔 기쁜 마음이 더 컸습니다. 상담소 활동가들은 다같이 모여 탄핵정식을 먹고 뒷풀이를 했습니다. 





그 다음날 4월 5일 광화문에서 주권자 승리대회가 열렸습니다. 시민들의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광장은 아직 닫히지 않았고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다시 모이자고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했어요.

광장을 매웠던 여성들의 응원봉 물결, 남태령에서의 연대, 수많은 무지개 깃발, 성폭력피해자, 청소년, 장애인, 노동자의 목소리를 우리는 분명히 보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광장에 있었던 페미니스트로서 탄핵 이후 열리는 대선을 비롯한 정치적인 국면에서 광장을 이끌었던 소수자들의 힘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이 글은 열림터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