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벗방'에서의 성폭력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가)'벗방' 공동지원단을 꾸렸었습니다.
올해에는 후속모임으로 몇몇 단체들이 '벗방' 후속 세미나를 진행하기로 하였는데요, 4월5일 금요일,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안젤라홀에서 첫 세미나 모임을 가졌습니다. 반성매매 인권행동 이룸,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3개 단체의 7명이 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첫 세미나는 네이버의 인기웹툰인 '수희0(tngml0)'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수희0는 중소기업에 다니던 사실상 여성청년가장이었던 주인공 조수희가 우연이 온라인 방송을 시작하면서 겪는 여러가지 고난을 다루는 웹툰입니다. 유사연애 합방을 진행하다가 남자친구가 있다는게 밝혀져 곤혹을 겪고, 방송을 하며 친해졌던 다른 여성BJ의 자살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수희의 삶은 결코 과장된 무언가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설명의 해시태그처럼 여성BJ라면 충분히 겪을법한 것들이죠.
세미나에서는 이런 온라인 방송에서 여성BJ들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른 직장생활과 달리 개인의 삶과 방송이 구분되지 않는 것에서 오는 곤경이나, 여성이 미적자원을 바탕으로 '쉽게 돈을 번다'는 대중들의 비난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이 웹툰에서는 초창기부터 수희의 팬이면서 '스토킹'을 하고, 적지 않은 돈을 계속 후원하면서도 수희에 대한 악성 비방을 일삼는 시청자인 '배추도사'가 등장합니다. 배추도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수희에게 집착하는 인물이자 최고의 빌런입니다. "이런 마음은 처음 가져보은 것 같아" 라고 하지만, 실상은 스토킹에 악성 사이버렉카 추종자에 가깝죠.
나도 후원했는데 왜 댓글은 읽어주지 않느냐며 분노를 품고, 실제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이 분노하는 시청자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와 온라인 방송BJ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여러 고민을 하게 됩니다. TV프로그램 등으로 만나는 연예인들은 매체를 통해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안전장치를 얻을 수 있지만 무수히 많은 여성BJ들은 실시간 방송에서 시청자를 만나서 안전장치 없이 폭력적인 조건에 노출되는 것 같습니다.
세미나 중에서는 모 활동가가 배추도사를 '서브남주'로 표현해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는 후문...
벗방 스터디는 분기별 모임으로 진행합니다. 온라인 생태계, 성애화된 존재로서의 여성BJ들의 경험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나누면서 디지털을 경유한 성폭력, 성매매, 혹은 그 언저리의 무언가들의 문제를 탐구할 예정입니다!
그럼 3개월 후! 다음 세미나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이 후기는 활동가 호랑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