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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에 맞서, 성평등 정치 전략 논의를 위한 운동사회 토론회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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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에 맞서, 성평등 정치 전략 논의를 위한 운동사회 토론회


지난 9월 25일 수요일,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는 하루종일 ‘성평등 정치’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렸습니다.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공공영역에서 검열하고 퇴출시키려는 흐름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있지요. 상담소도 소속단위로 함께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성평등이 후퇴하는 문제의 핵심에 젠더/섹슈얼리티에 대한 정치의 억압과 차별 선동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치의 영역에서 성평등 가치를 기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언어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총 3부로 나뉘어진 토론회에서는, 12개의 단위가 성평등 정치와 관련한 활동의 쟁점을 나누었는데요. 흔히 ‘퇴행의 시대’라고 이야기하지만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떤 쟁점에서 막히고 있고, 어떤 공동대응이 필요할지 폭넓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사진 설명]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에 맞서, 성평등 정치 전략 논의를 위한 운동사회 토론회 홍보물


차별금지법제정운동과 성평등 정치, 사회운동의 과제는 무엇인가?

1부에서는 차제연이 성평등에 주목하는 이유, 차제연의 문제의식과 함께 젠더/섹슈얼리티가 중요하게 다뤄줘야할 두 영역인 교육, 노동에서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할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성평등 성교육 도서 검열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지, 이를 위해 어떤 성평등 정치가 필요한가 이야기할때 현재 섹슈얼리티 교육이 분절화된 현실이 함께 짚어져야 한다는 진냥님의 발제 내용이 인상깊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말하는 성평등한 관점, 통합적 가치가 전달되거나 체험되기 어려운 교육적 환경을 드러내고, 성평등 교육이 보장될 수 있는 조건을 더 많이 말해야하겠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N번방 사건 공론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착취 사건을 거치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요. “폭력 예방 또는 미래를 위한 예비로서의 교육이 아니라 현재의 권리 향유”를 위한 성평등 교육의 지향점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섹슈얼리티 교육은 조각조각 나누어서 분절적으로 제도화되었고 각각의 제도가 양성체제와 시장, 철학적 지향을 별도로 가지게 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거칠게 살펴보면, 양성평등교육 vs 성평등교육의 용어사용은 주로 법적 용어 사용이나 반동성애/혐오세력과의 관계에서 채택되고 있으며, 성인지교육은 성주류화정책 또는 성차별에 대한 감수성 교육에 중심을 두고 접근된다. 성교육은 신체적, 자연적 성 발달에 중심을 두고 있던 과거로부터 벗어나고자 시도되고 있으나 실제로 보건교육의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경향이 크다. 요컨대 섹슈얼리티 교육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체적 교육과 섹슈얼리티 교육이 통합되지 않고, 이루어지는 섹슈얼리티 교육조차도 파편화되어 학습자에게 제공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섹슈얼리티 교육의 방향성이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이 사회가, 이 교육이 무엇을 지향하는 것이고 동시대인으로서 어떤 세상을 함께 구성해내고자 제안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진냥 - 연대하는교사잡것들, 전교조 여성위원회)



[사진설명] 2부 토론자들이 일렬로 앉아 발언하고 있다 (출처: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평등 권리를 박탈하는 차별정치에 맞선 운동의 도전과 전략

2부에서는 성평등, 젠더/섹슈얼리티를 주요하게 다뤄 온 각 운동에서의 활동을 통해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았습니다. 상담소도 토론으로 참여하여 비동의강간죄가 철회되고, 동의라는 기준이 ‘여성들의 내심에 불과한 것’이라는 메시지가 널리 퍼지는 상황에서 성평등 정치로서 ‘성적 동의’ 운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동의 담론’은 어떤 성적권리의 내용을 채워가고 있는지 나누었습니다. 


‘강간죄’개정을 위한 연대운동은 현행 강간죄가 ‘폭행과 협박이 극심하고 저항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로 있었는가를 중심으로, 피해자의 행위를 심문’하고 있는 가부장적 법체계라는 점을 비판하며 법에 여성의 목소리를 새기기 위해 오랜시간 여러 대응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특히 강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빙하기 위해서는 저항여부가 있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보호할 만한 피해자상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에 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고자하는 여성주의 정치입니다.  동시에 ‘동의담론’은 법이 제정되더라도 동의에 대한, 성적 실천을 둘러싼 구조적 영향력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동의에 대한 왜곡된 통념이 반복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상담소에서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는 문화운동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담소의 활동에 기반하여 성적권리로서 동의를 위치시키고자 했던 고민의 내용들, 문화운동이자 정치적 실천으로 ‘적극적 합의’ 운동을 펼쳐왔던 맥락을 공유하였습니다. 


“강간죄의 구성요건이 동의여부로 바뀌더라도 동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동의가 무엇인가 해석하고 실천하는 사회적 역량’에 대한 고민은 처벌되어야 할 동의의 장면을 매뉴얼화하여 무한정 늘리는 것, 그래서 비껴나는 사례 없이 전부 다 처벌하라는 요구와 같지 않을 것이다. 이는 성차별적 사회에서 여성의 주체성과 저항이 이분법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단순히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대신 여성의 삶에서 모순 모호함, 양가성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권김현영, 2024) 그 공간을 문화운동 정치적 정의로 접근할 수 있도록 남겨둔다는 의미이다. 법적 처벌로 피해회복의 방법을 한정하지 않고 부당하고 불평등한 관계와 성적 경험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고, 경험을 재해석하는 여정을 페미니즘 지식 및 관계와 접속하며 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만들어나간다는 의미이다. 적극적 합의는 그런 의미에서 여성/소수자들의 성적 경험을 토대로 사회적인 것, 정치적인 것의 현장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운동이자 성평등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사진설명] 토론회 참여자들이 앉아 발제내용을 듣고 있다 (출처: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평등, 성교육 도서 검열에 맞서는 지역 성평등 정치 기획하기 

3부에서는 토론회 이후 차제연이 계획하는 활동을 소개하고 이를 더욱 넓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차제연 대용님의 발제내용 중 “자유롭고 평등하게 성적 권리를 누린다는 사회적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성평등 정치를 구호로서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부터 실질적이고 조직된 힘을 모아가자고 제안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미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에 맞서 각 지역에서는 “막연했던 분노가 구체화되고 혼자가 아닌 함께 손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 소통하며 일상에 스며”드는(공주책읽는여성행동 이상미) 행동을 통해 성평등 정치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차제연을 중심으로 성평등 정치-성적 권리를 잇는 여러 활동들이 제안될텐데요. 상담소도 연결된 권리를 위해 함께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동은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