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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안대응

공론화가 진행 중인 개별사례의 구체적인 쟁점을 알리고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후기/편지] 75차례 거부해도 성폭력 무죄,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쟁점 토론회
  • 2026-05-29
  • 36

[후기/편지] 75차례 거부해도 성폭력 무죄,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쟁점 토론회에 다녀와서




성폭력 해결에 관심있는 너에게


동의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이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면 그건 강간이라고 알고 있지? 당연하지.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고 배우잖아. 그런데 한국의 형법은 동의없는 성관계를 강간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 얼마 전에 피해자가 75차례 거부했는데도 현행법상 강간이 아니라고, 가해자에게 무죄를 준 판결이 있었어. 불안했던 피해자가 강간 당시 상황을 녹음해서 수십차례 거부했던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판사들은 왜 그랬을까? 우리나라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처벌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야. 수십 번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혔어도, 판사가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요건이 부재했다고 판단하면 가해자를 강간으로 처벌하지 않는거지. 거기다 우리나라 판례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요구하고 있어. 이걸 최협의설이라고 불러. 폭행 또는 협박을 가장 좁게 해석한다는 말이지.


강간죄의 구성 요건이 ‘폭행 또는 협박’이고, 우리나라가 ‘최협의설’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성폭력 사건 중 아주 일부만이 법원에 의해 강간으로 인정돼. 굉장히 많은 가해자들이 법의 처벌에서 빠져나간다는 의미이기도 해. 너무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이 겪은 일을 강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이상하지 않니? 세계 많은 나라들은 강간이라는 죄를 판단할 때 최협의설을 적용하지도 않고, 폭행 또는 협박이란 구성요건을 고집하지 않아. 많은 나라들이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구성요건이 피해자들의 기본권(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살기 위해 보장해야 하는 권리)을 침해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유엔 인권이사회는 모든 국가에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강간죄를 판단하라고 권고했어. 한국에서도 ‘비동의강간죄 도입(강간죄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계속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작년에만 3건의 국민동의청원이 청원 인원 5만 명을 넘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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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출범한거야. 피해자가 75차례나 거부했는데도 그가 겪은 가해가 현행법상 강간으로 여겨지지 않는 현실 때문에 말이지. 공대위는 이 사건에 대한 재판소원을 청구하며, ‘동의없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쟁점을 이야기하는 쟁점 토론회를 열었어. 그게 지난 5월 13일이야. 수요일 오후였는데도,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 사람들이 가득 모였어. 그만큼 ‘동의없는 성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법적 구제가 필요하다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일거야.


그런데 재판소원이 뭔지 알고 있어? 잘 모르는 게 당연해. 재판소원은 올해 3월에 생긴 따끈따끈한 제도거든. 그래서 토론회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도경 변호사가 재판소원이 무엇인지, 재판소원은 왜 하는건지, ‘동의없는 성폭력’ 사건을 재판소원으로 다룰 때 토론하게 될 쟁점을 설명해줬어. 재판소원은 헌법재판소에게 어떤 법원의 재판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제도야. 재판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아무나 재판소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공권력이 행사되거나, 행사되지 않아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만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어. 그리고 법으로 가능한 다른 구제절차를 다 거친 다음에 시도해볼 수 있지. 문제가 되는 재판이 확정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기간 요건도 있어. 


75차례 거부했지만 자신을 유사강간한 가해자를 무죄라고 판단한 법원의 판결. 이 판결이 과연 피해자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걸까? 그렇지 않다는 게 피해자와 공대위의 생각이야. 너도 그렇지? 가해자는 피해자의 거듭된 의사에 반해 성폭력을 저질렀지만, 법원이 가해자의 행위에 죄가 없다고 판단했잖아. 법원이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거지. 




또 이 무죄 판결은 피해자의 평등권, 인격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했어. 사실 우리나라 형법이 ‘폭행 또는 협박’을 강간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하급심 법원(1심과 2심 법원을 말해)들이 최협의설까지는 적용하지 않고 있거든. 2023년, 대법원에서 어느 강제추행 사건에 대해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야.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요건은 두지만, ‘최협의설’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인거지. 이 대법원 판결은 강제추행 사건을 다룬 것이기는 하지만, (유사)강간죄에도 이런 판단을 적용하는 판결이 많았어. 그런데도 최협의설을 고수한 이번 판결은 피해자의 평등권을 침해한거야. 


토론을 맡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장임다혜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재판은 성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란 사실도 짚었어. 성행위 중 여성의 거부의사표시를 남성의 관점에서 인정하지 않은거지. 여성이 자신과의 성행위에 진심으로 동의한다고 보는 남성의 경험과 생각에서 재판한거야. 이런 남성중심적인 성적 관념에 기초한 법원의 재판 운영은 성별 불평등하다는 분석이야.(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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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판은 새로운 것이 아니야. 아주 오래된 비판들이고,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사회적 논의가 진행된 사안이기도 하지. 그럼에도 공대위가 재판소원을 한 대상이 되는 재판부는 도대체 왜 최협의설을 고수했을까?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안지희 변호사는 바로 이 점을 설명해. 바로 법원이 강간통념에 기반한 판결을 내렸다는거야. 강간통념을 들어본 적 있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 피해자에게서 강간의 원인을 찾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통념을 말해. 이런 강간통념은 사회 전반에 자리하고 있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인식하려고 하지 않으면 쉽게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져. 그래서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는 ‘통념 점검하기(https://sisters.or.kr/consult/tab4)’라는 페이지도 있지. 


아무튼, 법원은 75차례 거부했지만 성폭력 가해를 한 가해자를 옹호하는 관점으로 판결을 내린 거야. 피해자가 거부의사를 표현했지만, 가해자가 거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거지. 도대체 얼마나 거부해야 거부라고 이해한다는걸까? ‘여성의 No는 Yes다’라는 구닥다리 편견말야. 그건 분명히 잘못된 고정관념인데도, 재판부는 이게 ‘경험칙’, 즉 경험에서 얻어진 법칙이라고 주장한거야.


아까 2023년, 대법원이 강제추행에서 최협의설을 폐기하는 판결을 냈다고 말했잖아. 그 이후로 이미 많은 하급심에서 최협의설에 따라 성폭력을 판단하지 않는다고도 말했지. 여기서 함정은, 모든 하급심이 최협의설을 폐기한 건 아니란 거야. 그 중에는 지금 문제가 되는 이 재판부도 포함되어 있고. 그래서 안지희 변호사는 “동의 여부가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의 기준이 되지 않는 이상, 강간통념이 재판과정에서 작동하는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바, 비동의강간죄 도입이 필요함.”(22쪽)이라고 말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협의설이 폐기되고, 강간죄의 구성요건이 동의 여부가 되어야 한다는 거지. 


최협의설을 적용한 강간죄는 정말 문제가 많아. ‘의사에 반한 유형력 행사’는 매우 명확한데, 최협의설을 따르면 피해자는 아무리 거부해도 충분히 거부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려.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고, 피해를 당해도 된다고 해석되어 버리는 것이지. (29쪽) 그리고 이건 재판부가 가해자의 가해 행위를 판단하고, 성폭력을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아니라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느냐’를 판단하게 만들어버려(29쪽). 더 큰 문제도 있어. 이런 법은, 가해자를 반성하지 못하게 해. “나는 적법하게 법에 기대어” 행동했다고 면피하는 걸 정당화하지. ‘나는 잘못이 없어, 피해자가 덜 저항했잖아.’라는 가해자의 생각을 승인하는 현행 강간죄는 “결과적으로 성폭력 범죄의 예방에 전혀 기여할 수 없는 심각한 법적 한계”(31쪽)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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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을 한 김홍미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사안을 피해자의 “75번의 거부보다 더 신뢰받은 가해자의 서사”(57쪽)라고 이름 붙였어. “피해자는 검증되고, 가해자는 이해되는”(60쪽) 강간통념에 기반한 법체계를 바꿔야 해.  법이 언제나 정의롭지는 않잖아. 한국에서 낙태는 아주 오랫동안 죄였어. 하지만 낙태죄가 많은 사람들의 투쟁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어. 임신한 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을 지대하게 침해한다는 게 인정된거야. 또 잘못된 권력자가 권력을 잡으면, 자기를 정당화하기 위한 행위를 입법하기도 하잖아. 그런 걸 제대로 고치는 게 사회의 책무지. 그렇기 때문에 ‘비동의강간죄 도입’, 또는 ‘강간죄 개정’은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전환하는 첫 걸음”(63쪽)이야. 


마지막 토론자인 한선희 천주교성폭력상담소 소장의 토론문을 인용할게.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응답해야 합니다. 이번 재판소원이 인용되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동의 없는 성폭력에 대한 법적 공백을 바로잡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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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자료집은 여기서 다운받을 수 있어. 자료집에는 내가 여기서 한 얘기뿐 아니라, 정인경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피해자진술권, 재판청구권 등 법리적 검토에 대한 쟁점도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어.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사건은 지금 헌법재판소의 보정명령으로 30일간 사전심사가 연장되었어.  ‘최협의설’로는 성폭력 피해자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어. 이 현실을 바꿀 수 있도록, 네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서명] 📢 75차례 거부해도 성폭력 무죄 판결이 된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본안 회부 촉구 2차 서명운동 하러 가기!

https://sisters.or.kr/notice/event/7852



가상의 편지 형식으로 구성한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수수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