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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는 십억 명의 저항, ONE BILLION RISING
  • 앎_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성문화읽기 ①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는 십억 명의 저항,
ONE BILLION RISING

지난 2년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 슬로건으로 함께한 국제공동행동 ONE BILLION RISING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앎 |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매년 2월 14일이 오면 전 세계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끝내기 위한 춤을 춘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십억 명의 저항'을 뜻하는 ONE BILLION RISING 캠페인은 2012년부터 시작된 범세계적 공동행동입니다. 왜 하필 십억 명이냐고요?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은 사는 동안 구타 또는 강간 피해를 경험한다고 해요. 그 수는 십억 명에 이르죠. 이에 ONE BILLION RISING 캠페인은 함께 폭력에 맞서는 춤을 춤으로써 생존자들의 힘과 연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공동 판화 프로젝트 워크숍
출처 : 동아시아 에코토피아

왜 하필 2월 14일일까요? 바로 그날이 전 세계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끝내기 위해 다양한 사회운동과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날, V-DAY이기 때문이에요.

밸런타인데이(Valentine Day)를 뜻하는 동시에 승리(Victory)의 날, 보지(Vagina)의 날을 뜻하는 V-DAY는 1998년 뉴욕시에서 시작됐어요. 저명한 작가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이며 친족 성폭력 생존자이기도 한 이브 엔슬러의 제안으로 시작돼, 지금은 매년 140여 개 국가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성폭력, 가정폭력, 여성살해, 여성 성기 절제, 강제 조혼, 인신매매와 성노예제, 성과 재생산 억압 등을 포함)의 현실을 교육하고 변화시키는 대중 인식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해요.

ONE BILLION RISING 캠페인은 2013년에 V-DAY 15주년을 맞아 기획된 새로운 국제 공동행동이에요. 특별히 정해진 주최기관이나 형식은 없고, 누구나 자유롭게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도 2016년-2017년에 (사)문화미래이프와 평화어머니회 회원들이 구성한 '여성평화밴드'가 매월 광화문 광장에서 <평화를 춤추자> 플래시몹을 진행한 바 있는데요, 2019년과 2020년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라는 슬로건으로 ONE BILLION RISING 캠페인에 함께했습니다.

작년에는 안무가 모니크의 도움을 받아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동작을 응용한 멋진 안무를 직접 만들었어요. 그리고 두 번에 걸쳐 안무를 배우고 연습하는 '춤추는 토요일' 프로그램과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여성들이 함께 춤을 추는 '2019 ONE BILLION RISING IN KOREA' 전국공동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상담소 회원 노이가 촬영·편집해준 역동적인 뮤직비디오와 당시 상담소 인턴이었던 마이라가 출연한 안무 영상을 상담소 유튜브를 통해 보실 수 있어요!

올해는 2월 12일(수)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주관한 제142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STOP! 전시 성폭력,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부터>에서 할동가들이 함께 문화공연으로 춤을 추었고, 2월 15일(토) 오후 2시-5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회원놀이터의 일환으로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 공동판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 공동판화 프로젝트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 공동판화 프로젝트>는 춤추는 여성들을 참여자들이 직접 그리고, 파고, 찍어서 판화로 표현하는 워크숍이었어요. 2019년 홍콩에서 ONE BILLION RISING 캠페인으로 진행했던 공동판화 프로젝트를 2020년에는 한국에서 진행하게 된 것이었죠. 이번 공동판화 프로젝트를 기획한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매년 연대하는 캠프를 꾸려 누구나 자율적으로 워크숍을 운영하는 그룹으로, 올해는 양평, 서울, 강릉, 전주, 구례, 벌교, 서귀포, 제주, 군산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총 13번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해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공동주최로 진행한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 공동판화 프로젝트>는 그중 5번째 순서였어요.

상담소에서는 총 13명의 참여자가 워크숍에 함께해주셨습니다. 먼저 나무판에 밑그림을 그리고 조각칼로 조금씩 나만의 춤사위를 파냅니다.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저는 생각보다 힘 조절이 어려워서 나무판에 구멍을 뚫을 뻔했어요. 조각을 끝마친 사람은 롤러로 나무판에 잉크를 빈틈없이 바르고, 바닥에 잘 고정한 뒤 그 위에 종이를 얹습니다. 밀대가 따로 없다 보니 각자 발로 꾹꾹 밟아서 판화를 찍어내야 했어요. 너무 살살 밟으면 잉크가 덜 묻어나와서 판화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너무 세게 밟으면 종이가 찢어지거나 밀려서 판화를 망칠 위험이 있어요. 나란히 서서 흔들흔들 무게중심을 움직이는 참여자들의 모습은 마치 함께 느린 춤을 추는 것 같았답니다.

완성된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 공동 판화 프로젝트 작품
마지막 판화까지 꼼꼼하게 찍어서 완성된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 공동 판화 프로젝트> 잘 보존하고 기억하기 위해 액자를 맞춰 상담소 모임터에 걸었다.

마침내 완성된 판화들! 흑백 판화임에도 저마다의 색깔이 드러나는 것이 신기했어요. 각자 개성에 따라 조각하는 선의 굵기와 깊이도 다르고, 춤추는 여성의 자세와 형태도 다르더라고요. 제가 만든 판화는 과연 어느 것이었을까요? 힌트는 상담소의 상징! 모두의 판화를 모아서 하얀 천에 찍은 단 하나의 작품은 나중에 정성 들여 표구하고 액자에 담았습니다. 상담소에 오면 보실 수 있어요.

ONE BILLION RISING 선언문은 모든 여성(시스젠더, 트랜스젠더, 그리고 유동적 정체성을 가진 모든 여성)을 성적, 신체적, 인종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이데올로기 또는 기후 위기로 인한 폭력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우리가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부장제뿐 아니라 자본주의, 식민지주의, 인종 차별주의, 제국주의, 전쟁, 기후 재앙 등도 끝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냉소주의, 증오, 분열, 파괴가 아닌 행동, 신뢰, 연대, 사랑을 통해 세상을 뒤흔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춤을 함께 추게 될까요? 다음에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함께, Shall We 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