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지원
열림터를 퇴소한 사람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2021년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10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에 선정되었어요. 기금을 사용할 모든 또우리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답니다.
벌써 마지막 인터뷰네요! 열 번째 또우리는 구구입니다. 구구는 '자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자유롭게 이동하며 느끼게 되는 설렘, 쉼터의 일괄적인 규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던 경험, 자립하여 자유를 만끽했을 때의 신남, 자유에 따르는 책임과 외로움 등. 외로울 때는 앞을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구구! 구구의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은희: 구구 어떻게 지냈어요?
구구: 처음엔 바리스타 자격증 따서 까페를 운영했는데요. 자영업의 한계를 느끼고 다달이 규칙적인 월급을 받기 위해 회사에 취직을 했어요. 퇴소한 직후에는 남자친구랑 지내다가 지금은 혼자 지내고 있어요.
은희: 혼자 지내니까 어때요?
구구: 완전 혼자 산 건 2020년 9월부터예요. 헤어진 지는 오래되었지만 같은 집 다른 방에서 한동안 살았어요. 1년 정도... 집 계약 기간도 남았고, 헤어지고 나서도 일은 같이 하고 있었거든요. 아메리칸 스타일로 생각해 주시면 돼요. 지금도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오래 알고 지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은희: 폴짝기금을 신청할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구구: 설레는 마음. 이거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들떴어요.
은희: 폴짝기금 계획에 대해 좀 나눠주세요.
구구: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운전할 수 있다는 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더라구요. 자차가 없어도 렌트도 가능하니까 여행할 때나 혼자 다닐 때도 좋을 것 같아요. 스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구요. 그런데 운전면허 학원 비용이 비싸더라구요. 최저가 80만원이었던 것 같아요.
열림터 살 때는 엄마랑 데면데면했는데 지금은 많이 해소되었어요. 여름에 같이 통영에 놀러 갔거든요. 그런데 엄마도 장롱면허이다 보니... 더운데 대중교통에서 많이 지쳐서, 차가 있었으면 편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엄마도 결혼 전에 이모의 빨간 프라이드 차를 빌려 운전하다가 도랑에 빠뜨려 폐차를 하고.. 이후 운전을 그만뒀다는 재밌는 일화가 있더라구요.
은희: 열림터를 퇴소한 다음 자립하며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이 뭔가요?
구구: 좋았던 것은 혼자 편하게 있었던 것 자유!! 음악을 크게 틀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 방대하게 주어지는 자유, 내 마음이 편한 것이었어요.
힘든 것은 혼자 끼니 챙겨먹는 것. 열림터에서는 항상 음식이 있고 간단히도 챙겨먹을 수 있었는데 퇴소 이후에는 식비에 대한 걱정, 장을 보고 관리하고 하는 과정이 되게 힘들었고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방대한 자유에 따르는 힘든 점이었지요.
은희: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퇴소 후 외롭지는 않았는지?
구구: 외로웠어요. 사건을 진행하면서 학교도 그만두고 친구관계도 단절되면서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은 막연한 외로움이 컸었죠.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힘들어지죠.
은희: 그럴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구구: 그럴 땐 앞으로의 일을 좀 생각해요. 친구들한테도 외면받고 속상할 때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요. 내가 지금 회사에서도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도 하구요. 비슷한 상황의 사람인 열림터에서 함께 생활했던 언니와 엄마, 선생님 등과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봐요. 그리고 일단은 움직여야 해요. 외롭고 힘들다고 가만있으면 누가 꺼내주지 않잖아요. 요즘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어요. 뭔가 비빌 언덕이 없다고 느껴질 때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은희: 시설을 퇴소한 성폭력피해자에게 필요한 건 뭘까요?
구구: 자립지원금이 되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최소한의 보증금으로 쓸 수 있다는 것,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돈!! 주거지원은 가해자가 유죄 판결 받고, 피해 발생지가 집이어서 그 집에서 못사는 경우 등 되게 한정적으로 지원되고 있어 아쉬웠어요. 쉼터 퇴소자들이 집에서 못 사는 경우가 많은데 주거지원 제도가 좀 더 열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알아봤는데 피해장소가 집이 아니어서 안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더 알아보지 않고 '그런가보다...' 하고 그만두었죠! 최소한 2년 정도라도 주거지원 같은 것을 받으면 자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주거지원시설 얘기도 들은 것 같은데 여럿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것 같아요. 1
은희: 심리상담은 필요하지 않았어요?
구구: 처음엔 필요했어요. 상담을 더 못 받는 건 되게 아쉬웠어요. 열림터에 있을때는 다른 의료지원도 되고 해서 좋았는데...
은희: 구구한테 열림터는 어떤 공간이었는지?
구구: 피난처이고, 지내다 보면 맨날 힘들지만은 않았고, 처음엔 모르는 사람들과 규율에 맞춰서 생활해야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관계에서 즐거운 시간도 많았어요.
은희: 생활인의 입장에서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은?
구구: 통금시간이 너무 일렀어요. 각자의 생활패턴이 있다보니 맞춰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7시에 저녁식사를 같이 해야되는 것, 취침시간도 일괄적이고, 휴대폰 제출도 필요하긴 하지만 싫었고 또 저는 야행성이라 생활패턴을 바꾸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시설이라서 규제가 있긴 해야하지만....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고... 암튼 이런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열림터도 여느 공동동생활시설처럼 규칙적 생활을 위해 여러 생활규칙이 있지요.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있고, 너무 일괄적이라 싫다는 사람도 있어서 항상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고민 지점을 더 나누어주어서 고맙습니다, 구구! 운전면허를 따고 가장 먼저 가게 될 여행지가 어딜지 너무 궁금하네요. 여행 이야기는 또우리모임에서 좀 더 들을 수 있겠죠?
열림터 생활인들의 치유회복과 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싶다면?
- 주거지원제도가 협소하게 운영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열림터에서도 지원제도를 연결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경우를 많이 겪었습니다 ㅠㅠ 그래도! 주거지원제도와 주거지원시설이 궁금한 또우리 여러분이 계시다면, 열림터로 연락주세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