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지원
제 3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어려움을 통과하며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부터 인터뷰어가 바뀌는데요, 바로 열림터의 원장인 조은희 활동가입니다. 조은희 활동가는 201*년에 열림터 활동을 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으로 이동하였어요. 그래서 201*년에 생활했던 또우리들과 서로 반가운 대화를 종종 나누곤 합니다.
여덟번째 인터뷰는 봄과 함께 했습니다. 봄은 지금 미국에서 유학 생활 중입니다. 그래서 인터뷰도 화상면접으로 진행했어요. 오랜만에 만난 은희조와 봄의 다정한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은희: 거긴 지금 몇 시니?
🌱봄이: 네 이제 11시예요. 오늘 수업은 재꼈어요.
⛺은희: 인터뷰 하려고 그렇게 한거야?
🌱봄이: 나 인터뷰 있다고 핑계 대면서 재낀거예요. 코리아 컴퍼니와 인터뷰 있다고. ㅋㅋㅋ
⛺은희: 그래 잘했다. 너 작년 여름에 간 이후로 한 번도 한국에 못 온 거지? 그때 떠나기 전 여름에 보고 이제 처음 보네. 그때 보고 가서 다행이다. 그 곳에 가보니 어때?
🌱봄이: 좋아요. 공부도 너무 재밌고요. 제가 호기롭게 '1년이라도 나갔다 오자. 내 한을 풀고 오자!' 이러고 나왔는데요. 막상 와보니까 너무 좋고, 이왕 하는 거면 졸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걸로 한국 가서 교수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여기서 정착을 하더라도 졸업을 했을 때랑 안 했을 때랑 다르니까요. 근데 몇 개월 수업 들어보니까 제가 대학에서 이미 들었던 수업이 되게 많은 거예요. 등록금을 1500만원 내는데 너무 아까운 거죠. 그래서 총장과 학장에게 A4용지 1페이지가량 글을 써서 보냈어요.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으며 나는 여기서 뭘 공부하고 싶으며 그런데 지금 배우는 교양수업은 내가 이미 00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다했다. 그래서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집중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배웠던 교양을 면제받을 수 있으면 면제받고,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으로 조기 졸업을 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통과되었어요.
⛺은희: 역시 봄이네. 우리나라와는 받아들이는 것이 좀 다르다, 그지?
🌱봄이: 여기는 약간 일리 있게 설득하면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합리적이죠. 그리고 학교가 진짜 학생을 위해서 일을 해요. 진짜 좋아요. 제가 이제 나가서 데뷔하려면 앨범을 만들어야 하는데 앨범을 만들 돈이 없잖아요. 그런데 부전공을 하면 150만원 정도 예산이 나오고 그걸 제가 앨범 만드는데 쓸 수 있어요.
⛺은희: 멋진데. 그럼 졸업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거야?
🌱봄이: 제 희망 사항은 2년이거든요. 2년까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주택청약이랑 행복두배청년통장 깨고, 이번에 한국 가서 아르바이트 좀 하면 등록금은 만들 수 있어요. 그렇지만 생활비는 또 고민이죠! 여기서 만약에 시민권을 얻게 되면 등록금을 좀 돌려준대요. 학교 선생님이 등록금 걱정되면 시민권을 따라면서 여기 남자랑 결혼을 하는게 어떠냐는 소리를 했어요. “아이 원투 비 어니스트 쏘리 쏘리(나는 정직하고 싶어요, 미안해요)” 라고 했어요.
⛺은희: 어쨌든 한국어로 수업을 해도 힘들텐데 정말 훌륭하다.
🌱봄이: 정말 맞아요. 그래도 음악이라 약간 바디랭귀지로도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다행이죠. 다른 과였으면 큰일나죠. 저도 다시 하려면 못할 것 같아요.
⛺은희: 좋은데 용기가 필요할 뿐이지.
🌱봄이: 다시 한다면 그 용기가 날지를 모르겠어요. 어쨌든 후회하지는 않아요.
⛺은희: 그렇게 살아야지~ 멋진 인생이잖아~ 넌 정말 대단해! 시인에다가 유학 가서 공부해, 그 다음에 또 뭐가 펼쳐질지는 알 수가 없는 거잖아.
🌱봄이: 맞아요.
⛺은희: ㅋㅋㅋ 사담이 길었다. 지금까지 한 얘기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이었어. 이제 두 번째 질문을 할게. 이번이 두 번째 폴짝기금 신청인데, 첫 번째 하고 느낌이나 이런 것들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아. 어때?
🌱봄이: 첫 번째는 '더 이상 이런 걸 신청하지 않는 날이 오겠지?' 라고 생각하면 되었는데, 이번에는 약간 두 번째 신청한다는 것에 대한 현실 직시라고 할까요. 우선 저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했어요. 마음은 빨리 후원자가 되고 싶지만 내가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에 대해 처음엔 좀 머뭇거렸던 것 같아요. 지난번에는 받아서 시집 준비도 잘 하고 했는데. 그래서 난 이제는 좀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하는 마음도 들고요. 다른 친구들도 필요할텐데 괜히 나이 들어서 자꾸 이런 거 받으려고 하는 게 참 그런 거예요.
⛺은희: 누구나 그런 생각을 조금씩 하는 것 같아. 폴짝기금이 아직까지는 두 번에 한정되어 신청할 수 밖에 없거든. 그러니 너무 그런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사실 그런 친구들 몇몇 있거든. 다른 사람 몫을 자신이 쓰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신청을 안 하는 친구도 있어. 그럴 때 마음이 아프기도 해.
🌱봄이: 맞아요. 맞아요.
⛺은희: 그래서 이름이 폴짝기금이잖니 그냥 힘들 때 폴짝 뛰어넘을 수 있도록...
🌱봄이: 정말이지 지난번에도 받았고, 그렇지만 말씀은 드려보자 했는데 되게 감사했죠. 왜냐하면 여기도 장학금이 있는데 다 25세 미만까지만 신청할 수 있더라구요. 진짜 많아도 30세 미만이고. 그래서 저는 이제 장학금 받을 나이가 아니다 이런 거죠!
⛺은희: 동안이라고 우겨보지 그랬니? 참, 너 신청서에 보니 폴짝기금을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 같던데, 한국 들어오는 거니?
🌱봄이: 네, 오빠 결혼도 있고 해서 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있을 예정이예요. 비행기 표가 비싸서 안 가고 싶지만 가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밖에도 거의 안 나가고 운동도 안 해서 근력이 많이 소실되어 허리도 아파요. 운동도 좀 하고 충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은희: 그래서 이렇게 계획하였구나?
🌱봄: 네. 원래는 미디 배우는 수업을 받고 싶었는데..
⛺은희: 미디가 뭐야?
🌱봄이: 컴퓨터로 음악을 녹음하면 그것에 대해서 특수효과를 입히거나 조절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그걸 익히는 학원이 있어요. 하고 싶었는데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서 방향을 전환했어요.
⛺은희: 그럼 다음 질문은 퇴소하고 나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봄이: 퇴소하고 좋은 점은 통금이 없다는 것이죠! 힘들었던 점은 갈 곳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친구네 집을 전전했죠. 그러다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데이트폭력이 있어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다행히 오빠가 결혼한다며 집을 구해서 나가서 저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 거죠!
⛺은희: 그래 너가 퇴소할 때 사정이 있었지? 그때 생각하면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지만 그 당시 있었던 친구들이 다들 정말 되게 똘똘해서 잘살고 있어서 너무 뿌듯하거든.
🌱봄이: 진짜요.
⛺은희: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퇴소하고 지금까지 생존자로 살면서 개인적으로 너한테 어떤 게 필요했었는지? 개인적인 것도 좋고 사회적, 국가적으로도 지원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지?
🌱봄이: 제가 볼 때는 상담이 제일 효과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퇴소하고 10회기인가 더 상담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집 구하는 것이요. 어쨌든 생존에 가장 필요한 의식주와 집 구하는 것, 만약에 돈을 벌 수 없는 상태라면 최소한의 생계비라도... 생존비라고 할 수 있겠죠!!
⛺은희: 다들 비슷한 마음인 것 같구나? 상담, 주거, 의식주.... 앞 부분에서 너무 반가운 나머지 수다를 많이 떨어서 시간이 많이 지났네. 일단 이 인터뷰는 블로그에 올리는 것 알지? 혹시 지우고 싶은 얘기 있으면 지워줄게.
🌱봄이: 아까 사담으로 한 이야기 아시죠! 그것만 빼주시면 돼요. (그래서 뺐답니다 ^^)
⛺은희: 11월 정도에 폴짝기금 평가 회의를 진행할텐데 코로나가 괜찮으면 오프라인으로 할 거야. 너는 어떻게 하지? 서면으로 받던지 할게.
🌱봄이: 줌으로 볼 수 있도록 이렇게 해 주시면 안돼요? ㅎㅎㅎ
⛺은희: 그건 상황보고 하도록 하자.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 해야 할 것 같다. 한국 와서 연락하고 볼 때까지 잘 지내.
🌱봄이: 선생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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