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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역량강화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일상회복과 치유를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행사풍경-들어라! 세상아. 나는 말한다!
  • 2005-09-16
  • 3570


[행사후기>> 제1회 생존자 말하기 대회]

본 상담소는 지난 13년간 반성폭력운동을 통해, 45,000여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성폭력 피해에 대해 처음에는 아주 어렵고 고통스럽게 말문을 열지만, 이후 누구보다 강한 치유에의 힘과 용기를 보여주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이처럼 지난 13년 동안 본 상담소의 반성폭력 운동과 생존자들과의 만남은, 생존자의 '말하기'가 치유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가슴으로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피해자가 아니라 용기있고 힘있는 그리고 변화하는 생존자로서 세상을 향해 이 경험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1월 29일 소극장 '떼아뜨르 추'에서 제 1회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말함으로써 자신이 생존자임을 확인하고 성폭력 사실로 인해 자신들이 겪은 경험과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말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약 100여명의 듣기 참여자와 14명의 말하기 참여자들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 고통뿐만 아니라 치유에의 힘과 용기를 공유하고 지지할 수 있었습니다.




날짜 : 2003년 11월 29일
장소 : 떼아뜨르 추
프로그램 및 일정 :
·4:00∼6:00 생존자 작품전시회 및 참여 프로그램
·6:00∼9:30 1회 생존자 말하기 대회
·9:30∼10:00 축하공연 및 마무리 의식





□ 전시장 스케치

본행사의 시작에 앞서 그동안의 성폭력 생존자들의 생각과 감정에 관해 알아볼 수 있는 전시가 행사장 1, 2층에 마련되었습니다. 이 곳에는 행사 참여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전시 작품, 그리고 참여 공간으로 구성되었고, 행사장은 구석구석 다양한 전시물들로 꾸며졌습니다.

'시름을 터는 발판' - 골목길 건물 뒤로 숨은 옥외입구를 찾아내면 따뜻한 질감의 두툼하고 푹신한 느낌의 발판이 놓여져 있었는데, 지금까지 갖고 있던 시름을 이 발판에 모두 털어 버리고 행사장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행사 기획단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100을 헤아리는 치유의 씨앗' - 호두만한 석고 씨앗을 깨면 그 안에서 참여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덕담이 나오게 됩니다.
"오늘 당신은 참 반짝입니다. 당신이 있어 이 공간이 조금 더 밝고 따스해지네요."
"오늘의 기억이 지치고 힘들 때 마음 한구석에 빛날 수 있길 기원할게요!"
"당신은 이곳에서 크게 환영받는 존재랍니다."


'막말하기' - 막말은 하고 싶은 말을 '마구 말하는 곳'이기도 하며 '막(幕) 뒤에서 말하는 곳'이기도 하며 '막 처음으로 말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준비된 종이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곳으로, 이미 쓰여진 말은 천장으로부터 늘어뜨려져 있기도 하고, 벽에 붙어있기도 합니다. 자신이 쓴 글을 다른 글들처럼 그곳 벽에 전시할 수 있었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당신이 지금 지옥을 걷고있다면 계속 걸어가세요"
"미친개들에게 물린 미친 여자들이 거리를 떠돌고 있다. 미친개를 잡아라"


'정보전시코너' - 성폭력 피해 생존자를 위한 의료지침서, 법률지침서 등 꼭 필요한 정보들과 외국의 생존자들이 쓴 책들을 소개하는 정보전시 코너

'1:1 상담방' -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온 사람들 중 누구라도 원할 경우 이용할 수 있는 1:1 상담방과 편하게 쉴 수 있는 차가 있는 휴게실도 운영하였습니다.


□ 생존자들의 작품 전시

작품 1 '보호시설 열림터 작품' - 1층과 2층을 올라오는 계단에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열림터 생존자들의 공동작품 종이접기가 전시되었습니다.

작품 2 '接과 날' - 계단을 다 오르면 바로 눈 앞에 "接과 날"이라는 제목의 수많은 입과 귀의 사진들로 구성된 작품이 전시되었습니다. 이번 행사의 취지인 말하기와 듣기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다양한 입과 귀의 사진은 사람들의 말하고 싶은 이야기와 욕구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작품 3 '보듬기' - 계단을 다 오르면 유리 기둥 안에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헝겊 인형이 전시되었는데, 색색의 헝겊으로 제작된 작품은 서로 입맞춤하고 있는 모습으로 서로의 아픔에 대해 가슴을 열고 따뜻하게 서로를 보듬어 안는 생존자들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작품 4 '소원탑' - 연보라색의 소원탑에는 참여자들이 두꺼운 한지에 소원을 적어 달 수 있도록 되어있어, 생존자로서의 희망 뿐만 아니라 여성주의에 관한 소망, 그리고 개인의 일상에 대한 다양한 소원들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 5 '질긴 년 독한 년 그래 우리 살아있다.' -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생존자들과 기획단이 워크샵에서 공동으로 작업한 걸개 '질긴 년 독한 년 그래 우리 살아있다.'라는 어구의 걸개는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성폭력 생존자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복수의 방>>
2층 행사장 중 가장 호응도가 높았던 것은 부두 인형으로 가해자를 모의 처단할 수 있도록 한 복수의 방입니다. 보라색 헝겊으로 둘러놓은 방에서, 참여자들은 그동안 두려움 혹은 사회적 강박 등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하고 싶은 말 등을 인형을 통해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모든 전시물은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닌 생존자들에 의해 제작·전시되었고 행사 참가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코너가 많았다는 것에서, 이 행사의 취지가 생존자 스스로 자신의 힘과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더욱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본 행사의 진행

행사 오프닝은 기획단들이 이번 행사에서 보여주고 싶은 내용에 대한 동영상이 상영되었는데, 과연 성폭력에 대해 여성이 갖고 있는 생각은 어떤 것인지, 말하기라는 것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온 후 이 행사에서 듣기 참여자들이 지켜주어야 할 규칙들에 대한 내용을 끝으로 동영상이 마무리되고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기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이 있었습니다. 서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요가 동작들로 자칫 마음이 무거워지고 긴장되어 굳어질 수 있는 참여자들의 마음을 편안히 풀 수 있는 시간을 가진 후, 본격적으로 생존자들의 말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약 십여 명의 말하기 참가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당시의 감정들, 그리고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 생존자로서의 다짐 등을 표현했는데, 말하기 방식 뿐만 아니라 시를 낭독하기도 했고, 퍼포먼스와 미술 작품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내용 역시 친족 성폭력, 데이트 성폭력,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 등 다양한 경험이 쏟아내졌습니다.
1시간 반정도 진행 후 10분간의 휴식 시간에 즉석에서 말하기 신청을 받기도 했는데, 미처 준비되지 않은 신청자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당당하게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듣기 참여자들은 모두 약 4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행사 내내 자리를 비우지 않고 말하기 참여자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냈고, 서로 같이 가슴 아파하며 공감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말하기가 끝난 후 진행된 이자람씨의 공연은 참여자들의 마음을 달래는 치유의 노래가 되었는데, 이번 행사를 위해 만든 'Speak Out'을 비롯하여 'No woman No cry'등의 노래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말하기 대회 듣기 참여자 중 한 분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성폭력 생존자들에 대한 인식과 사회의 무책임함을 개탄하기도 했으며, 가해자들의 의식이 전혀 변하지 않고 여전히 뻔뻔한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 행사가 단발적인 행사가 아닌 정기적으로 이어지는 행사가 될 것과 성폭력 생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소가 더욱 확산될 것을 기대합니다.



※ [소책자(수첩겸용) : A Song of healing-치유의 길동무]
생존자권리헌장, 생존자를 위한 여러 가지 정보 등으로 구성되어있는 소책자입니다. 이 책에는 또한, 생존자들이 서로 공감하는 어떤 순간들과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었던 명언과, 덕담, 싯귀들이 수록되어있습니다.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을 때, 말하고 난 후 후회가 될 때, 더 이상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오늘 하루 한 말들을 곱씹으며 후회할 때, 다른 생존자의 말에 공감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할 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장하다는 생각이 들 때,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때...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소책자 문의 - (02.338.28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