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운동
- 2008-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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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리티 쟁점포럼은 ‘성’을 운동의 이슈와 쟁점으로 삼는 것에 대해 다양한 단체들과 함께 이야기해봄으로써, 서로의 운동이 더 아름다워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요^^ 이번 자리 역시 열림터 활동 혹은 상담 활동이 10대 (여성의) 성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떨쳐내기 어려운) 활동가들의 우려와 고민을 드러내고, 그에 대해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들의 솔직한 의견이나 제안을 듣기 위해 계획되었습니다. 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역시 예상치 못한 도움을 얻어가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했지요 ^^
‘여성-청소년, 보호주의에 묻힌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하신 난다(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활동가)는 촛불시위에서 연행됐던 경험을 소개해주셨어요. 자신이 연행되던 장면이 실린 신문의 카피는 ‘집에가고싶다고 울부짖는 여중생’이었지만, 본인은 사실 집에 가고 싶다고 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중학생도 아니었다는 거죠. 청소년의 어떤 사회적 활동도 쉽게 보호주의로 해석되는 사회적 현실을 짚어주셨습니다. 같은 단체 공현님은 청소년 내에 존재하는 성별 권력관계가 청소년들 사이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청소년’에게 덧씌워져있는 ‘성적 터부’의 강력함에 대해 강조하셨지요.
반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이산(여성주의 상담팀)은 ‘십대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말하기 위한 조건들’이라는 제목으로 ‘보호주의’가 십대여성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드러내는 글을 발표하였습니다. 십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말하기 어려운 현실, 즉 성의 (손쉬운) 매매 가능성, 10대들에게 빈곤한 사회적 자원, 보호자를 통하지 않고 사회적 발언권을 얻기 힘든 조건에 대해 짚으며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말이 10대 여성과 만났을 때 생기는 특수성들을 짚어주셨습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상담 현장에서 만나면서 보았던 10대 여성들의 힘과 자신감으로 새로운 성적 자기결정권의 의미 구성의 가능성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에서 활동하는 거북은, 열림터라는 보호시설에서 겪는 생활 속 인권의 고민을 공유하며, 일상에서 맞이하는 애매한 문제에 대한 해법 모색을 시도하였지요. 모둠 토론 자리에서는 ‘제도화된 쉼터’라는 한계 내에서 ‘생활 규칙과 인권’을 이야기하기 어려움 점을 짚으면서, 여성주의 쉼터 모델 발굴의 향후 논의 필요성을 공유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서로 다른 세대와 소통하기-나이주의와 경험의 차이’ ‘ 청소년 성폭력’ 을 주제로 모둠 토론이 이어졌고, ‘성의 위험한 사회에서 청소년 성적 권리 운동의 슬로건/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도 이루어졌지요.
섹슈얼리티 쟁점포럼은 다른 운동 영역이나 이슈들과의 만남을 통한 변화와 발전을 지향하는 만큼, 운동의 역사를 이해하고 서로 사용하는 언어들, 이슈들에 대한 관심이 꼭 필요한 자리입니다. 호기심과 관심이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자리랄까요? ^^
청소년인권운동의 ‘인권’이 반성폭력운동의 피해자 ‘인권’이라는 언어와 같고도 다른 점에 대해, 그리고 청소년의 주체성을 이야기할 때의 ‘동의’와 반성폭력운동에서 이야기해온 ‘거부/동의’라는 언어와 그 의미의 차이에 대해 생각할 앞으로의 과제를 받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조급하지 않게, 하지만 긴장을 놓지 않는 ‘성문화 운동’에 대한 그림을 8월에 만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 번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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