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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보짱] 오래된 침묵, 여성연예인에 대한 성적 이중규범이 바뀌어야 깨질 수 있다.(젠더리뷰 17호)
  • 2010-08-18
  • 2661
작년 3월 장자연씨의 죽음으로 인해 성상납 등 연예계의 오랜 비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여
성연예인들의 인권침해현실이 새롭게 대두되었다. 사실 여성연예인들의 갑작스런 자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동안은 온갖 추측만이 난무했을뿐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진 바는 없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연예인들의 인권침해에 대해서 본격적인 연구조사를 실시하여 기획사, 제작사, 스폰서, 대중들에 의한 사생활 및 인권침해를 다각도로 분석하였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아서 베일 속에 가려졌던 여성연예인의 인권현실에 대해서, 한계적이나마 최초로 공식적인 연구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1).
 
이번 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용역을 받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여성
연기자 111명과 연기자 지망생 240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은‘몸로비’,‘흑심’등의 선정적 표현을 사용하여‘여성연기자
중 60.2%가 성접대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만을 보도하면서, 성접대 제의에 쉽게 응한 여성연예인들의
성적 문란을 질타하였다2). 그러나 주목해야할 점은 ‘성접대 제의를 거부한 여성연기자의 절반 가량
(48.4%)이 캐스팅이나 광고 출연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여성연예인의 성적 문란
만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네트워트및 불공정한 방법으로 캐스팅이 결정되는 연예계의
왜곡된 구조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조사결과에서는 여성연예인들의 성접대 및 성희롱 등 성적 침해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및 성형을 강요하거나 사생활 및 노동권을
침해하는 등 다양한 인권침해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여성연예인의
‘성접대’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보도하면서, 여성연예인의 노동권 전반을 주목하고 있지 않으며 여성연
예인을‘성적 존재’로서만 부각시키고 있다. 다음에서는 여성연예인들의 성적 침해뿐만 아니라 사생활 침해 및 노동권의 전반적인 인권침해를 주목하면서, 여성연예인의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1. 남성권력들 간의 비공식 네트워크, 매개되는 여성 연예인 연예계의 성접대 관행을 접하는 많은 사람들은 여성연예인들의‘성적 문란’을 문제삼으며, 여성연예인은‘모두가 그렇고 그런 (행실 나쁜) 여자들’이라는 비난을 일삼는다. 흥미로운 점은 성접대를 제공한 여성연예인을 두고 각종 추측성 기사가 떠돌며온갖 비난이 쏟아지는 것과 달리, 성접대를 받은 남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거나 그 신분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는 점이다. 성접대는 말 그대로 주고받는 것임에도 성접대를 제공받은 남성보다 성접대를 제공한 여성에게 더 큰 비난이 쏟아지는 현실은 남성중심적인 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힘없는약자인 여성연예인의 성적 문란을 비난하고, 도덕적 으로 훈계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여성 연예인들에게 이런 성 접대를 제안하며, 비공식적인 네트워크와 연줄로서 연예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모두 인맥이고, 사적인 자리를 빙자해 있죠. 친한 피디랑 술 마시고, 친한 기자랑 술 마시고 이런 식의 자리인 건데, 거기 매니지먼트사 사람이 있으면 아,우리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애 하나 있는데, 한 번 불러볼까? 이래서 인사시키고. 인사시키는 자리인 건데 그런자리에서 피디나 기자들은 뭐, 놀고 이런 식? (전직 영화잡지 기자)3)
 
기획사, 제작사, 에이전시, 언론, 광고주 등 모두 남성들이 주도하는 연예계에서 여성연예인들은 매
우 취약한 위치에 놓여져 있다. 남성권력들 간의 인맥과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는 술자리 속에서 여성연예인들은‘상품’으로서 매개되고 있을 뿐이다. 남성들은 어떤 여성연예인을 부를 수 있는가? 어떤 여성연예인들에게 성접대를 받을 수 있는가?를 통해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고자 한다. 여성연예인의 외모나 성적 매력뿐 아니라 연예인이라는 특별함이 '남들과 차별화된 과시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왜곡된 과시욕과 성접대문화를 비판하지 않은 채, 여성연예인들만을 문제삼는 것은 이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는 것이다.
 
그런데 스타를 데리고 있는 매니지먼트사 같은 경우는 자기네들 스타들에 신인들을 끼워 팔면 되니까 캐스팅을 위한 성상납은 별로 없을 거라 보는데, 다른 권력관계들 오히려 매니지먼트사와 다른 힘 있게 된 사람들? 그런 기업 쪽이나 언론 쪽, 이런 식으로 더 심화될 수도 있겠
지. 그러니까 스폰 관계라든가. 성상납까지는 아니어도 술자리에 불려가서 호스테스 역할을 한다든가. 그런 거는 굉장히 많을 거라고 봐요. 장자연 같은 경우도 보면 자기네들 술 마시다가 너 좀 나와라 이런 식으로. 그런게 되게 미묘한 거지. 아예 대놓고 성상납이 아니라.(전직 영화잡지 기자)4)
 
여성연예인들이 술자리 시중이나 성접대 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연예
계에서 유명인사와의 연줄을 만드는 것만이 성공을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성연예인들의 대다수는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오디션에 대해 전혀 신뢰하지 않고있다. 오디션에 대해서 연기자의 78.9%, 연예인지망생의 78.5%가 공정하지 않다고 평가했으며, 연기자의 80.6%, 지망생의 79.2%가 투명하지 않다고 평가했다5) . 이렇게 공식적인 오디션에 대해서 전혀신뢰할 수 없고 비공식적인 미팅이나 연줄이 캐스팅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유력인사를 만날 수 있다는것은 매우 달콤한 유혹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다른 여성연예인이 성접대등을 통해 배역을 따내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성거래는) 원래 연기자들로부터 내려오는 악습이다. 과거에 유명 배우와
감독의 결합, 정치인 관여 등 이런 문제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헐리웃에도 있고, 자기 몸으로 출세하려는 동료 후배 연기자들도 많다. 어떤 법으로도 묶을 수 없고, 지금 유명해진 연예인들을 보라. 그들 중 에 몇 %나 클린 연기자일까. 한 자리 수도 안 될지 모르겠다. 어떠한 방법도 없다. 어렸을 때는 나 혼자만독야청청하리라 했지만 출연 기회도 없어지고 연기력도 떨어지고 카메라도 무섭고 대인기피증이 생긴다. 또 유명 연기자 치고 재벌과의 추문 안 나고 빌딩을 가지고 있는가. 앞으로도 제2, 제3의 장자연 사건을 발생할 것이다. 이런 통계를 내면 뭐하나. 과거에 문제 PD들이 지금은 방송국 간부, 제작자, 유명 연출자로 현재 활동하고 있다. 단지 시간 낭비라고 본다. 우선 나부터도 나이가 들어 과거를 생각해보니지금 현실과 타협해 유명해진 동료가 부럽고, 왜 과거에 혼자 바보짓을 했을까 생각한 적도 꽤 있다. 만약 내 딸이 연예인이 되겠다 하면 반대할 것이고 그래도 하게 된다면 현실과의 타협을 묵인할 수도 있겠다.6)
 
(곡을 내려고 앨범 작업을 하는데) 식사를 하자고 몇번 그래서… 그런 데에서도 만나고 이제 다 작업이 되가니까 리메이크를 들어가니까 방을 잡아야 된다는 거예요. 몇 년의 공백기가 있다가 그런 기회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거든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거예요. 버럭소리를 지르고 나왔죠. 자리 박차고 나왔었어요. 사람들다 듣고. … 나중에 들려오는 소리는… 그 감독님한테했다는 소리가 내가 연습을 안 해왔고 다 이상한 애로얘기를 해놓은 거예요.…. 예전에 알던 오빠랑 연락을 하고 그러잖아요. 그랬더니“너 누구 알지 알지? 작업을하려다가 못했지. 근데 좀 잘하고 다녀”라고 하더라구요
(여성연기자, 30대 후반)7)
 
뿐만 아니라 성접대를 거절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성실하지 않다’는 악소문을 퍼뜨리거나, 이후 캐스
팅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경우에 해당 여성연예인의 자괴감은 더욱 커지게 되며, 심지어는 성접대
를 거절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한다.2. 못생겨도 문제! 성형해도 문제! 끝없이 열등감을 생산하는 구조여성연예인은‘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강요받으며, 다른 여성연예인들과 혹은 주위사람들과 외모를 비교당한다. 이번“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실태조사”8)에서 연예인으로서 성공을위한 조건을 질문한 문항에 대해서 여성 연기자의 54.1%, 여성 연예인 지망생의 79.8%가 외모(얼굴,몸매)라고 답변하였다. 이는 여성연예인에게 외모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많은 여성연예인들이 성형, 피부관리, 다이어트 등 외모관리에 열을 올리며, 조금 더, 조금더, 조금 더 … 아름다워지기 위해 무한경쟁에 돌입한다. 이는 단지 연기자뿐만 아니라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나 웃음을 제공하는 개그맨들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연예인들과는 달리 개그맨들의 경우못생긴 외모는 연예활동에 플러스가 되기도 하며,옥동자나 갈갈이처럼 일부 개그맨들은 못생긴 외모를 개그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개그맨의 경우 남성들과 달리 못생긴 외모로 성공한이후에 성형수술을 하거나,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여성연예인들이 얼마나 외모의아름다움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여성연예인이 무리하게 성형이나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것은 단지 본인이 스스로 외모나 몸매나 집착한다기보다는, 기획사나 매니저 등 주변인물의 영향에 의한 경우도 많다. 여성연예인의 외모는 그 자
체로 하나의‘상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기획사에 의해서 계속적으로 성형
이나 다이어트할 것을 권유받는다. 이번 연구조사에 따르면 연기자의 54.6%, 연예인지망생의 72.3%가 다이어트를 권유받은 경험이 있으며, 연기자의 55.6%, 연예인지망생의 58.7%가 성형수술을 권유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너 짝눈이다, 눈 풀렸다 눈 조금만 더 손대자”이런식으로 자꾸 얘기를 해요. 주로 회사 사람들. 회사에서주로 성형을 시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너 짝눈이다 너 왼쪽 눈 풀렸어”. 특히 메이크업 하시는 분들도 “언니 눈… 뭐 이렇게 메이크업하기 힘들어”하세요. 눈풀리거나 이러면 짝눈이니까 이걸 손을 봐야 되는데 그럴 때 이제 내가 스트레스를 받죠. 스스로가.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 그런 거. (여성 연기자, 20대 초반)9) 사실 끊임없이 좀 뭔가 고충이 있는 것 같아요. … 저는 그냥 제가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저의 단점을 제가 캐내면 정말 끝도 없어요. 주변을 보면 거울만 들여다보면서 이게 못생겼지, 이게 못생겼지이런단 말이에요. 연기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저는그렇게 생각을 해버리면 정말 끝도 없이 제 미운 점만보일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좀 부족한 이것도 좋다 이것도 좋다 이렇게 건강한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너무 닦달을 하는것예요. 회사에서“너는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야, 너
언제 할 거니, 살을 언제 뺄 거니”, 정말 그런 압박이 심한 거예요. (여성연기자, 20대 초반)10)
이러한 과정은 여성연예인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의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재생산할 뿐만 아니
라, 스스로 자존감을 낮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연예인으로서의‘자기관리’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기획사의 성형 및 다이어트 강요는 여성연예인에게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포기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외모의 아름다움은‘타고난 것’,‘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한다는 문화적 이데올로기는 여성연
예인을 옥죄며, 설령 그녀들이 성형으로 인해서‘아름다움’을 획득한다고 하여도 대중들은 이를 승인하
지 않는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각종 성형 전후를 비교한 사진들은 여성연예인의 연예생활 전체를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악플과 가십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여성연예인들은 성형을 한 이후에도 자연미인과 비교당하며 끊임없이 열등감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3. 고립된 여성연예인, 세상 물정 어두워 사기피해 속출 여성연예인들은 그 직업의 특성상 대중들의 시선때문에 사생활 또한 자유롭지 못하며 폐쇄적 인간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예인생활을 오래하면 할수록 더욱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도 고립되며, 매니저나 기획사에 더욱 의존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고립된 상황들은 여성연예인들이자신들의 문제를 외부에 알릴 수 없도록 하며, 성폭력을 비롯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반복되도록 만든다.
부모님한테도 말할 수도 없고, 친구들한테도. 정말 외로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누구한테 말을 하고 싶어도 무섭잖아요. 이제 어떻게 될지, 자기 혼자 끙끙 앓겠죠. 그러니까, 의지할 사람도 없고, 되게 외로운사람이 되는 거죠. (여성연기자 지망생, 20대 초반)11)이렇게 인터뷰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기 정화가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이런 말 안 하던가요? 여배우들은 자기 얘기를 할 만한 공간이 없어요. 모두들 이미지에 갇혀 있어야 하고 또 대인관계에서 쉽게 상처받기도 해요. 드라마 제작현장에서도 자기 매니저와 주로 대화를 나누고 녹화 시간을 제외하면 승용
차에 가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죠. (여성연기자, 30대 중반)12)
기획사는 여성연예인들의 이미지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대중으로부터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
족이나 친구, 심지어는 동료연예인들로부터도 여성연예인을 고립시킨다. 동료연예인들과 교류하는 것은 서로 간의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불공정한 계약조건에 항의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있다. 그러나 기획사에서는 사전에 모든 외부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여성연예인들을 고립시키며, 여성연예인들은 점점 더 기획사나 매니저를 통해서만 세상과 접촉하게 된다.
제가 그때 생활 패턴이 뭐였냐면, 화목토는 연기레슨받는데 6시부터 10시까지 받거든요. 그전에 집에 있다가 대표가 데리러 와요. … 그리고 본인 볼 일 보고 나 레슨끝나면 데리러 와요. … 그리고 맨날 전화해서 확인해요.… 어떻게 하다가 친구를 만나다가도 남자도 못 만나게하고, 여자 친구들도 못 만나게 해요.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라 그러고. 집착 아닌 집착을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사람의 숨통을 조인다고 해야 하나. … (학원 안에서) 말도 못 하고 전화번호도 주고 받지도 못하고. 애들이 전화번호 알려달라도 해도 가르쳐주지 말라고 그러고. (여성연기자, 20대 초반)13)
일반인과 달리 은행이나 상점출입조차 자유롭지 \않은 연예인들은 점점 더 세상으로부터 고립될 뿐만아니라 세상물정에도 어둡게 된다. 정보가 투명하게 유통되지 않고 비공식적인 미팅이 캐스팅을 좌우하는 연예계의 구조 속에서 여성 연예인들을 대상으로한 사기피해 또한 자주 발생한다. 연기자 중의 절반가량(45.5%)이 감독, PD, 기획사 사장 등을 사칭하여 따로 만나자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40%가 출연료를 착복당한 경험이 있으며, 연기 트레이닝, 캐스팅 비용 등을 빙자한 금품갈취 피해도15.5%에 달한다14). 5천명이 넘게 봤어요. 그런데 제가 최종 5명을 뽑는데된 거예요. 그러니까 난리가 났죠, 집에서는…. 150억인가 200억 드는 어마어마한 블록버스터라고 그래가지고 투자문제 때문에 딜레이 된다고 그랬었거든요. 그런 줄만 알았어요. 저희 집에서도 파이프 담배 사다 나르고 왜냐면 딸이 5차까지 되서 천대일로 뚫었으니까 집에서 얼마나 기쁘겠어요. 거기다 대고 연예협회비를 내야 된
다고 해서 2백만원인가 냈고, 그것도 사기더라구요. …그 대표란 분 투자를 받아갖고 미국으로 튀었다는 거예요. 협회비도 떼먹은 거예요. 저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다. (여성연기자, 20대 초반)15)
각 방송사별로 공채로 연예인을 모집하는 과거와 는 달리, 기획사가 발굴한 연예인을 방송사에 공급
하는 현재의 연예산업의 구조 속에서 기획사의 힘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군소기획사가 난립할 뿐만 아니라 기획사의 설립이나 운영에 대한 별다른 법적 규제가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일부 악덕업자들에 의한 피해는 고스란히 연예인들의 부담이될 수밖에 없다.
4. 오래된 침묵, 여성연예인에 대한 성적 이중규범이 바뀌어야 깨질 수 있다. <여배우들>이라는 영화에서 고현정은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해도 우리가 이렇게 이혼 얘기하는걸 보면 지×하는 사람 많을 걸?"이라며 서러운 울음을 감추지 못한다. 또 다른 여배우인 윤여정은 "그 당시에는 이혼한 사람이 방송에 나오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2년 정도 방송을 할 수 없었다"는 비화를 털어 놓았다. 당대 톱스타인 고현정마저도 이렇게 서럽게 통곡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여배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싸늘하고 이중적이다. 대중들은 아름다운 여배우에 대해서‘여신’이라고 열광하지만, 이러한 대중들의 열광은 하루아침에 차갑게식어버릴 수 있으며, 순식간에‘여신’에서‘창녀’로 추락할 수도 있다. 대중들은 여성연예인을 TV나 영화에서 나온 이미지로서만 소비할 뿐, 여성연예인들이 사생활이나 약점을 가진 현실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중들에게는 여성연예인들 또한 남들과 마찬가지로 사생활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각종 여성연예인 비디오 사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비디오를 통해 자신의 성행위 장면이 노출된 여
성연예인들의 경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은퇴할 것을 공공연히 요구받는다. 오히려 여
성연예인들은 자신들의 성행위 장면이 유출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사회적 지탄을 받으며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사라져야 했다. 만약 여성연예인들이 섹스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면,문제는 그녀들이 아니라 성관계 비디오를 함부로 유출한 남성들에게 있는데도 말이다. 대중들은 여성연예인이 자신들을 매혹시킬 만큼 섹시하기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그녀들이 섹스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섹시하되 섹스해서는 안된다’는 성적 이중규범은 모든 여성연예인이 경험하는 딜레마이다. 이런 딜레마는 결국 여성연예인의 사생활을 베일 속에 감추는 것으로 해결되며, 여성연예인을 TV나 영화 속의 공허한 이미지에 가두어 놓는다. 그녀들은 현실에서의 자신을 지운
채로,‘ 성적 존재’로서만 끊임없이 재현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여성연예인의 침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공정하지 못한 오디션, 노예계약 등 연예계의 잘못된 산업구조와 성접대 및 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성연예인 자신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연예인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이중적 태도 및 보수적 성규범이 변화할 필요가 있
다. 오랜 침묵을 깨뜨린 여성연예인이 사회적 비난에 휩쓸려 가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재기할 수 있도
록 응원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만이 우리는 자신의 죽음으로 연예계의 비리를 고발할 수밖에 없었던 신인 여배우가 아니라, 왕성한 활동으로 연예계의 비리를 뛰어넘는 살아있는 여배우를 만날 수있다. 그것이야말로 고 장자연이 우리에게 남긴 뼈저린 교훈이다.
1) 이수연 외(2010), “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실태조사 - 연기자를 중심으로”, 국가인권위원회.
2) 여성연예인 60% “성접대 제안 받아봤다”충격, 「스포츠서울」2010년 4월 27일자.
연예계 시스템이 만들어낸 여성 연기자 '몸로비' 문제「, 한국일보」연예 2010년 4월 28일자.
화려한 삶 뒤편에선 '검은 손길'에 무방비… 여성연예인 60% "性접대 제의 받아", 「국
민일보」2010년 4월 27일자.
흑심에 포위된 􃐴연예인들, 「한국일보」2010년 4월 28일자
여성 연기자에게 뻗치는 '악마의 유혹', 「한겨레」2010년 4월 27일자
3) 이수연 외(2010), “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실태조사 - 연기자를 중심으로”, 국가인권위원회, 175쪽.
4) 같은 책, 167쪽.
5) 같은 책, 76쪽.
6) 같은 책, 174쪽.
7) 같은 책, 173쪽.
8) 같은 책, 73쪽.
9) 같은 책, 166쪽.
10) 같은 책, 166쪽.
11) 같은 책, 189쪽.
12) 같은 책, 189쪽.
13) 같은 책, 165쪽.
14) 같은 책, 68쪽.
15) 같은 책, 1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