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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2011 봄과 여름, 상담소와 함께한 반성폭력 이슈의 현장
  • 2011-08-03
  • 2774
 
2011년의 절반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많은 성폭력 사건들이 상담을 통해, 사건지원 대책위를 통해,
그리고 언론을 통해 상담소와 함께했습니다.
이러한 수 많은 사건들 중에서도 상담소가 함께하고 주목했던 성폭력 이슈들을 모아봤습니다.
차근차근 함께 읽어봐주시기를 바랄께요.

 
 

 
하나.
되살아난 '故장자연 사건' 해결 촉구의 목소리
 
 2009년 3월 7일, 배우 장자연씨의 죽음 이후 번진 파장은 컸습니다.
'힘없는 신인 여배우'의 고충을 토로했던 그의 마지막 글에는
기획사의 이익을 위해 원치않는 성적 관계들을 맺어야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접대'와 '스폰서'는 중개자 혹은 스폰서 당사자 입장의 단어이지요.
이러한 '원치 않는, 여성이기에 어쩔 수 없는, 최선인것만 같은' 성적관계를 맺는 여성의 입장에선
'성착취'라는 단어가 더욱 어울리겠죠.)
 

소위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된 관계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셌지만, 
이 리스트에 포함된  법적인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시 이 사건이 불거졌던 것은 지난 3월,
한 방송사가 고인이 보낸 자필편지가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부터입니다.
국과수의 '조작'발표로 마무리된 듯 보였지만,
여전히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 그리고 여성연예인의 인권 문제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SBS의 보도가 있은 후, 이 사건에 함께하는 여성단체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은 3월 8일 여성의 날 이루어졌습니다. 

올 해 여성의날은 
축제의 즐거움과 
고인의 사건 재수사 촉구의 엄숙함이 함께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였습니다.  




 

'장자연씨 편지는 위조'라는 국과수의 발표가 있은 다음 날,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 이 사안을 함께 고민해온 단체들은 광화문 네 거리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습니다.

필적 감정 결과 '위조'판정이 났다고 해서,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도 침묵시위는 계속!


 

 

2011년 3월 22일에는 장자연사건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민언련과 이정희의원실이 주최한 ['장자연사건'과 언론보도]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자로 참여하여 열띤 발언 중인 소장님.
이 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여성단체연합 수민님의 '우리는 끝까지 이 사안을 지켜보겠다'는 발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언론은
고인이 겪었던 폭력들을 자극적으로 보도하기에 바빴고, 

국과수 발표 이후, 2009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고인의 죽음에 또 다시 흥미를 잃었습니다.

 그렇게 2년 만에 진실규명의 빛을 보려던 사건은 다시 묻혀졌습니다.






2011년 6월 8일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열린 연극, 장자연 사건 시민법정 '분노의 목소리'의 한 장면입니다.
이 날 활동가들은 배심원 역으로 함께했어요.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숨겨진 폭력의 문제들은
누군가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면,
그때서야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대로된 수사조차 이루어졌는지 의문 투성이인 고인의 사건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연예매니지먼트 법 개정을 비롯한 국회의 노력이 어서어서 빨리 실천되기를 바랍니다.
둘.
헌법재판소의 군형법 92조 위헌제청 결과
'합헌 결정'으로 드러난
군대내 동성애 차별과 폭력의 현실


 
 

상담소가 군대내 인권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성폭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군대내 기강확립', '조직 유지' 등의 이유로
군 조직은 폭력에 관대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군대내 폭력 사건이 군 외부로 터져 나올 때 마다
군대는 '가혹행위는 없었다'는 공식 발표를 하곤 합니다. 

이런 발표를 들을 때 마다

조직 유지를 목적으로
폭력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직에서
'가혹행위'의 경계는 어떻게 보는 것인지, 아니 궁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위헌제청의 대상이 된 군형법 92조,
 “계간 기타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여기서 '계간'은 남성간 동성애 행위를 차별적으로 지칭하는 말로,
'추행'의 전형적, 대표적인 예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 (->이번 결정에 대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글을 일부 인용했습니다. [ “동성애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한다”??] 전문 보러가기 클릭!)


이번 3월 31일에 있었던 군형법 92조 위헌제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은
군대내 동성애자 인권의 실태를 드러냈고
헌법이 담고 있는'차별과 불평등'의 속내를 보여주었습니다. 
 
 

 

3월 31일에 열린 기자회견 모습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환영하는 종교단체들은 이를 계기로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비난의 목소리를 더 높이기도 했습니다.

군인권네트워크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의 기자회견 자리에는 어김없이 나타났던
헌재의 판결을 환영한 일부 종교단체 사람들.
차별의 언어, 폭력의 언어들로
우리의 기자회견 자리를 비난하기 일쑤였습니다
.

셋.
법무부의 법률조력인 제도 시행 발표!
성폭력 피해자 지원 정책의 향방은?
 
 
  
 아동성폭력피해자를 위해 정부가 법률조력인 제도를 마련한다!

작년 12월, 법무부는 아동성폭력 피해자들의 수사재판과정 2차 피해를 막기위해
법률조력인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무료법률구조 방법을 피해자가 찾아다니지 않아도,
경찰수사단계부터, 법조인이 성폭력 피해자의 법적절차 진행을 조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법률조력인' 풀을 구성하여 의무적으로 피해자와 연결시킨다는 것이었죠.

구체적인 법무부의 입법안은 5월 4일 열린 공청회에서 발표되었는데요,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마련이라는 법무부의 노력엔 환영이었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왜일까요?




공청회 당일의 모습입니다.
이 날 토론에는 이미경 이사님과 상담소 자문위원으로 함께해주시는 김의창 변호사님도 참석하셨어요.


 
지난 7월 13일,
법무부는 ‘13세 미만 아동’과 ‘장애인’ 성폭력피해자에 대하여 법률조력인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초기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가 시행 대상으로 포함된 것은
공청회를 통해 모아진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법 개정안의 내용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법무부는 장애인 성폭력피해자가 
그저 '아동과 같은 특별히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므로 시행 대상이 된다'고 언급했는데요,
이것은 비장애인 입장의 차별적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사재판과정에서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이기 때문에 겪는 나름의 고충들을
면밀하게 반영하여 제도를 도입하려는 법무부의 노력은 부족했던 것입니다.

더불어, 연령대에 상관없이 법률조력인 제도 수혜 대상을 확대하자는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신뢰있는자 동석 제도'의 보완이 시급한데, 이대로 묻히는 것은 아닌지,
성폭력피해자 지원 단체들과 법조인이 함께 피해자 중심의 협력체계를 구성하는
성폭력피해자 무료법률구조사업의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 되기도 하고요.

8월 2일은 이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를 받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저희도 장애여성공감,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이룸과 함께 의견서를 제출했는데요,

이날 모여진 의견서가 최종 개정안에 잘 반영되리라,
법무부의 최종 개정안 발표를 기대해봅니다,



 

넷.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금양물류 성희롱 피해자의 해고 사건과
복직 투쟁


 
2009년 4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인 한 여성이
함께 근무하던 소장과 조장에 의해 반복적인 성희롱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피해자는 사측에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사실을 알렸지만,
되려 해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2년에 가까운 가해자처벌과 복직을 위한 투쟁이 계속 되었지만,
사측과 현대차의 외면은 계속되었습니다.
심지어 공장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피해자를 저지하기 위해 폭력을 가하기도 했으니까요.

올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 결정'이 있었지만,
책임을 져야할 사측은 직장을 폐쇄한 상황이었습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사측이
가해자를 고용승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직장내 성희롱 사건의 해결책으로
피해자 해고를 선택한것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었죠.

지난 5월부터 피해자와 피해자의 대리인은
아산에서 서울로 이동하여,
현대차 본사를 비롯한 정부, 여성부와 노동부의 책임있는 해결을 촉구하며
청계광장 옆에서 계속 농성중에 있습니다.

농성지원대책위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이 사건의 해결을 애타게 바라고 있습니다.

문제의 해결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한 여성가족부는 뚜렷한 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함께 논의하겠다던 노동부도 마찬가지고요.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 업체의 일이기에 현대차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경 당일 기자회견 모습입니다.

당시 현대차는, 본사 인근에서는 집회를 할 수 없도록,
인력을 동원하여 지속적으로 허위 집회신고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집회의 자유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으로 상경농성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일 저녁, 농성장 앞에는 매일매일 촛불 문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상담소가 함께 한 7월 12일 전국 동시다발 1인시위 모습입니다.


                      자원활동가 예라님이 만들어주신 상담소의  피켓!


 


 

7월 21일은 상경농성 50일을 맞는 날이었습니다.
피해자분에 대한 지지와, 복직의 염원이 함께했던 50일 기념 촛불문화제 모습입니다.



직장 동료에게 성희롱과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았던 가해자들,
피해자 해고라는 방법으로 직장내 성희롱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던 사측.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태도를 갖고 
인권위의 권고를 이행하기를 바랍니다.

성폭력은 일어났지만,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다시 '법적인 방법'으로 피해자가 직접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직장내 성희롱을 겪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이,
너무나 가혹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상담소의 일인시위 후기 보러가기 클릭!

농성장 일기 & 피해자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담긴 대책위원회 블로그 가기 클릭!


 
 


이렇게 몇 개월 동안의 일들을 추려놓고 보니,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시기를 지나온 사건이라도,
당시 우리들에게 던져졌던 고민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여성연예인에겐 인권 보장을,
성희롱 피해를 알린 후 해고된 여성에겐 복직과 피해보상을,
성폭력/인권 관련 법과 제도에는 피해자 인권과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듬뿍 담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상담소와 만나는 모든 분들과 함께

돌아오는 가을과 겨울에도
반성폭력 이슈발굴과 피해자 지원에 열심히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