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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기자회견 후기] 미투(#Me Too)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
  • 2018-03-05
  • 3148

오늘(2018년 3월 5일 월요일) 오전 11시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미투(#Me Too)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가 진행되었습니다. 


본 기자회견은 ■이윤택 성폭력 사건 피해자 16인과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전국성폭력상담소(128개소), 장애여성공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변호인단 101명(강연재, 강영훈, 고승우, 곽향기, 길인영, 김건, 김기옥, 김동현, 김민아, 김보람, 김연진, 김영미, 김영옥, 김예니, 김용정, 김재희, 김정섭, 김지현, 김지후, 김태환, 김혜겸, 나지수, 노종언, 류미선, 문혜영, 박근우, 박보경, 박선영, 박선영, 박소현, 박순철, 박승기, 박영현, 박정현, 박진현, 박현화, 방지영, 백승재, 부성연, 서혜진, 설은주, 성기택, 신고운, 신민정, 신지후, 신현식, 신현정, 신현정, 신현호, 안귀옥, 안미영, 안미현, 안서연, 안지희, 양정숙, 엄다솜, 오빛나라, 오지원, 온채희, 원경주, 윤경록, 이경환, 이남주, 이동규, 이명숙, 이보람, 이소아, 이승재, 이은초, 이주경, 이지은, 이현주, 이현진, 임계완, 임유정, 장경아, 장수혁, 장윤미, 장철우, 정경욱, 정수경, 정호진, 정희경, 조현욱, 조혜인, 차미경, 차연화, 천정아, 최경진, 최수영, 최주영, 최현희, 태지영, 하희봉, 한승미, 한주현, 현지현, 홍지혜, 황다연, 황수철, 황혜란)이 공동 주최하였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먼저 공대위 발족 취지를 설명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 28일 문화예술계 이윤택 연출가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 16명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가해자를 형사고소하였고, 3월 2일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해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치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걸음이 될 것입니다. 더 이상 피해자 없는 문화예술계,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본 기자회견은 개최되었습니다.


이어서 공동변호인단 서혜진 변호사가 이 사건 경과 공유를 하였습니다.


경 과 공 유

 

서혜진(공동변호인단 변호사)

 

△ 2018. 2. 14.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가 SNS에 이윤택 미투 글을 올린 뒤, 이재령 대표 등 피해자들의 이윤택 성폭력 폭로가 이어짐.

△ 2018. 2. 19. 이윤택이 기자회견을 통하여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는지라, 피해자들이 서로 연락을 취해 만나게 됨.

△ 2018. 2. 21. 피해자들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변호사를 만나게 됨.

△ 2018. 2. 22. - 2. 23.

최근 피해자들 3인을 포함한 이 사건 피해자들이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로 찾아 와, 상담 후 변호사 도움 요청.

△ 2018. 2. 26.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101명의 공동변호인단 구성.

△ 2018. 2. 28. 피해자 16명을 고소인으로 하여 서울중앙지검에 이윤택 감독에 대한 형사 고소장 접수.

△ 2018. 3. 2. 여성인권단체(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한국여성변호사회 등을 중심으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

△ 2018. 3. 5.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이어서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 공동변호인단, 당사자 등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먼저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겸 장애여성공감 대표가 주변인의 침묵 강요, 수사재판과정에서의 2차 피해, 가해자의 역고소 등 성폭력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현실에 대하여 발언하였습니다.


 “신뢰와 존중으로

미투(#Me Too) 운동을 지지합니다”

 

배복주(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장애여성공감 대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배복주입니다.

 

전국에서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에서 활동을 하는 상담소들은, me too 운동을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발언하는 피해자들의 용기를 지지합니다. 현장에서 성폭력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상담하면서 피해자들이 힘들어하는 지점을 공감하고 공분해왔습니다.

 

피해자들은, 가까운 주변인들로부터 듣는 '참아라', '잊으라', '너도 책임있다' 라는 말때문에 침묵을 강요당하면서 혼자 고통스러워했고 힘들어 합니다. 어렵게 상담소를 찾아와 가해자를 처벌하기위해 수사기관에 신고하게되면 피해자들은 '왜 이제와서 신고했느냐'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 '왜 도망가지 않았느냐' 며 질문하는 수사.사법기관의 피해자를 의심하는 태도에 또다시 좌절하고 자신이 말한 것을 후회하면서 자책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향해 무고죄.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해서 또다시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피해자의 생애전체를 뒤흔들어 더이상 우리사회에 대한 신뢰를 갖지못하게 되는 고립감을 느끼게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대다수는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종속적인 위치에 놓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가 혼자 대응해 나갈수없습니다. 성폭력피해자가 국가와 사회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법적 권리가 보장될수있는 피해자 옹호와 조력 시스템을 견고하게 갖추어져야 할 것이고 수사사법 절차안에서 2차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성평등과 인권교육을 촘촘하게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희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도 피해자를 옹호하고 조력하면서 피해자가 2차피해를 겪지않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동변호인단 이명숙 변호사가 일반적으로 성폭력 피해는 인정받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으나, 한편으로는 법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하고 손해배상 소송에 승소한 사례도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변호사로서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하겠다는 결의를 발언하였습니다. 


 “미투(#Me Too) 운동, 변호사들이 함께 하겠습니다”

 

이명숙(법무법인 나우리 대표변호사,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성폭력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차마 드러내어 말하지 못하고 극심한 수치와 분노 속에서 고통 받으며 평생 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범죄 중 하나입니다. 피해자가 힘들게 용기를 내어 피해사실을 말하기까지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성폭력’이라는 단어와 함께 빠지지 않고 동반되는 선입견들이 많이 있습니다. ‘2차 피해(무고, 명예훼손으로의 역고소, 악성루머, 회사에서의 불이익, 직장에서의 퇴출로 인한 생계유지의 어려움 등등)와 따가운 시선들이 기다리고 있다’느니, ‘가해자를 상대로 형사고소 해 본들 증거 부족, 공소시효, 친고죄 등의 이유로 처벌하기 어렵다’느니,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인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돈을 요구하는 꽃뱀”으로 내몰리거나 “소멸시효” 등의 이유로 손해배상을 인정받기도 어렵다’는 등의 말들이 대표적인 선입견의 예입니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이나 가해자들을 위한 법적 지원을 해 본 변호사들이라면 누구나 위의 선입견들이 모든 성폭력 피해자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형사고소하여 엄히 처벌하게 된 많은 사례들이나, 2차 피해를 잘 예방하거나 2차 피해에 단호하게 대처한 사례들, 성폭력이나 2차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 승소한 사례들이 더 많다는 사실도 변호사들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확산되는 미투(#Me Too) 운동의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인 이윤택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만 하루만에 101명의 변호사들이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공동변호인단 소속 변호사들은 한결같이, 우리 사회의 미투(#Me Too) 운동에 적극 공감하고 힘이 되어 줌으로써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성폭력과 이에 대한 침묵을 없애기 위해, 뜨거운 열정으로 모인 분들입니다.

일부 언론을 통해서, 혹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실패한 일부 사례들이 전부인 양 우리 사회에 널리 잘못 인식됨으로써, 용기내어 미투(#Me Too)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들과, 아직도 두려움에 자신의 피해사실을 용기 내어 말하지 못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사실을 드러내어 말하거나 법적 도움을 청하는 것을 미리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힘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오늘 함께 한 피해자들과 공동대책위원회 뿐 아니라, 국회와 정부, 언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서 반인륜범죄인 성폭력의 공소시효를 없애고, 가해자를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엄히 단죄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피해자 여러분, 외로워하지 마십시오.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저희 변호인단이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여러분을 지지하고 힘이 되고자 하는 정의로운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침묵하는 다수가 여러분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음을 보여드리기 위해 다수의 변호사들이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입니다. 오랜 아픔과 어둠을 떨쳐버리기 위한 여러분들의 용기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악습이 없어지고 더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합니다. 


또한 발언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명숙 변호사는 "미투 운동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만 보고 누가 어떤 성폭력 피해를 어떻게 당했는지 그런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왜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게 되었는지 피해자가 어떻게 용기를 냈고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라며, 현재 언론, SNS 등을 통해 성폭력 사건이 자극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의 마음을 표현하였습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미투 운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에 기반하여 행해지고 있는 폭력임을 강조하며, 국가와 사법부가 성폭력이라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미투 운동에 응답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미투(#Me Too) 운동의 응답

- 사법부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합니다. ”

 

고미경(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

우리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해 행해지는 폭력이 사소하지 않다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인권의 문제라고, 국가의 책무성에 의해 다루어야 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외쳐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특히 이 범죄를 다루는 경찰, 검찰, 법원은 여성에 대해 일어나는 폭력문제를 다룰 때 성인지적 관점에 입각하여 다루기보다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피해사실 입증을 강요하고 나아가 우리사회의 잘못된 여성과 여성폭력에 대한 통념에 입각하여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해왔던 상황을 목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과 편견을 뚫고 여성들은 우리사회의 성폭력근절을 위해 싸워왔고 변화를 촉구하는 행동을 이어왔습니다. 전사회적 아니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은 여성에 대해 행해지는 폭력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적인 조직구조에 기반하여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오늘 우리는 문화예술계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가해자의 제대로 된 처벌을 촉구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함입니다.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은 여성에게 행해지는 성폭력을 이제는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으며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문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성폭력이 우리 여성들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심대하게 손상하는 범죄임을 제대로 알리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가해자의 올바른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법부는 올바른 판결을 통해 문화예술계의 미투운동에 제대로 응답하기를 촉구합니다. 오랫동안 성폭력상담현장의 경험에 의하면 대다수의 가해남성들은 사건초기에는 범행을 인정하는 듯하다가 성폭력범죄 특성으로 인하여 범행을 부인하거나 피해자와 합의된 관계였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검찰 법원은 보다 면밀하게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려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넘지 못하는 수사과정은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침해와 성폭력 근절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성에 기반한 행해지는 성폭력은 우리사회가 청산해야 할 적폐 중에 가장 큰 적폐입니다. 우리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용기를 내어 말하기를 이어간 문화예술계의 여러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응원과 우리모두 함께라는 지지를 보냅니다.

 

이제 사법부는 국가는 이 적폐 중에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기로에 섰습니다. 미투 운동에 대한 제대로 된 응답! 그것은 이 사건을 제대로 다루는 것에서부터 시작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인권과 정의를 실현하기를 강력히 촉구하며 우리는 똑똑히 지켜보며 행동할 것입니다.


이산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활동가는 미투 운동 이후 연극계 내에서 주체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자정의 움직임을 소개하는 한편, 정부와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을 요청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미투운동의 힘으로 건강한 연극 생태계를!"

 

이산(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활동가)

 

 

안녕하세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입니다.

 

최근 연극계에 종사하는 배우, 연출가, 작가, 제작자, 기획자 등 다양한 위치에 있는 가해자에 의한 성폭력사건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묻혀져 있던 성폭력 사건을 드러낸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건강한 연극 생태계를 만드는 활동을 이어가고자 지난 2월 21일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을 결성하였습니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미투운동으로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알려 또 다른 가해를 막아낸 피해자들에게 감사와 지지를 보내며, 앞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함께 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연극계에 만연한 성폭력을 묵인하고 은폐하는 수직적,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바꾸어나가기 위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투운동에 참여한 피해자들의 용기와 시민들의 지지로 많은 가해자가 가해를 멈추고 자숙의 기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아무런 반성이나 사죄없이 침묵하거나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는 가해자도 있습니다.

 

또한 미투에 참여한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비호하는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피해가 있다고 알려진 극단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상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자신의 경험을 알려 연극계에 만연한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피해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기관과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합니다. 

 

또한 이 조치들이 당사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실태조사와 논의를 거쳐 이루어지기를 요구합니다. 자신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희생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미투를 선택한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시민여러분의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더 이상 성폭력을 다른 사람의 문제로 여기면서 방관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내 문제로서 인식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미투(#Me Too)운동에의 응답,

우리 스스로의 변화부터”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고맙습니다! 미투(#Me Too) 참여자들의 ‘말하기’는 그동안 성폭력을 하고도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고 어떠한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은 채 일상을 영위해온 가해자들과, 이 문제에 둔감했던 우리 사회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한분, 한분의 ‘말하기’가 모여 엄청난 물줄기가 되고 있습니다. 성폭력 문제에 공분하고 문제를 풀어가고자 노력했던 분들은 물론이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의심했던 분들까지도 매일 터져 나오는 미투의 목소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실, 성폭력피해자들의 말하기는 오래 전 부터 쉼 없이 이어져왔습니다. 전국성폭력상담소에서 매년 약 10만여 건의 성폭력상담을 하고 있고, 2003년부터는 공개적으로 <성폭력피해생존자 말하기대회>도 진행해왔습니다. 그럼에도 귀를 닫았던 대중들과 언론이 이번에는 확! 달라졌습니다. 늦었지만 우리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이제 우리사회가 미투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응답을 할 시점입니다.

 

먼저, 지금까지 미투운동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피해자로서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어야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미투 참여자들을 신뢰하고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형사사법절차를 밟을 사건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합니다. 그 과정에서 담당자들의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나 성편향적인 판단기준으로 인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는 일이 없어야합니다. 국제적인 기준(여성차별철페위원회 일반권고 35호)을 보면, 남성에 비해 종속적인 여성의 위치와 포함하여 성폭력을 신변 안전 및 육체적, 성적, 정신적 온전성(integrity)의 권리에 반하는 범죄로 특정 짓고, 성범죄의 정의를 ‘자유로운 동의의 반한’것으로 봐야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형법에서는 아직도 현저히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죄로 인정하고 있어 2차 피해의 위험이 큽니다. 2차 피해를 근절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미투운동에 참여하신 분 중에 피해 시기가 오래되어 현행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일지라도 결코 성폭력이 아닌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관련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미투 운동의 의미를 살려가기 위해서는 성폭력이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일 것입니다. 나는 평소에 성폭력을 어떻게 생각해왔고, 피·가해 당사자로서, 또는 그들의 가족이나 직장동료, 친구, 지인으로서, 어떤 말과 태도를 가졌었는지를 성찰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더 이상 성폭력 문제의 방관자가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가는 ‘행동하는 (주변)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용기 내어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려준 연극인 3명의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연극인 김수희님은 "오늘 기자회견이 많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예상보다 훨씬 힘들다"며 "감정이 북받쳐 더듬거리더라도 양해해달라"고 부탁하고 준비해온 원고를 천천히 읽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담긴 발언이었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 하나”

 

김수희(연극인)


 

이명행 배우의 성추행기사로 대학로가 연일 시끄럽던 중에 서지현 검사님의 폭로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극단을 나온 후로 무던히도 잊으려 했던 이윤택이란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잠시 주저했습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냥 묻힌다면 어쩌나 솔직히 불안했습니다.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연극계의 선생으로 군림하고 있는 그이기에 멋지고 훌륭한 연극인재들이 그 때문에 연극을 그만두게 된다면, 이런 끔찍한 환경에서 눈치나 보며 작업을 계속해야한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공연으로 어떻게 관객과 현재를 나눌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 아니었으면, 그가 아니라도 그 쯤은 가볍게 뛰어넘는 더 멋진 공연이, 더 훌륭한 연극쟁이가, 세계를 아울렀을 거장이 나왔을 텐데. 그의 잘못을 밝히고 죄 값을 받게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피해자들과 함께 고소장을 쓰기까지 참 고단한 시간이었습니다. 추행 수위와 관련된 자극적인 기사들, 피해자를 추적하고 비방하는 sns글들로 저희는 여러 번 상처입고 또 많이 울었습니다. 하마터면 움츠려들 뻔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고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자랑스런 우리 피해 당사자들이 가장 먼저 힘을 냈고 변호인단이 꾸려지고 저희를 지지해주는 여성단체들이 모여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직도 저희의 행동을 지켜보며 망설이고만 있는 많은 피해자분들이 계신 걸 압니다. 괜찮습니다. 당신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용기내주세요. 잘못한 이는 벌을 받고 희망을 품은 이는 기회를 맞을 수 있게, 노력하고 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 용기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절대 잘못하고 계신 게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소중하며 나를 사랑해주는 지금 주변 사람들과의 행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많이 응원해주시고 끝까지 지켜봐주시면 됩니다. 고통 받으신 많은 분들과 함께 그 분들을 대신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연극인 이재령님은 이렇게 용기 낼 수 있도록 앞장서준 김수희님에게 감사와 애정의 마음을 전하며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피해자들이 왜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혼자 힘들어해왔는지, 왜 성폭력 피해에 대하여 말하지 못했는지 연극계의 구조적 현실을 밝히며 앞으로의 변화를 희망하는 발언이었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 둘”

 

이재령(피해자)

 

 

미투에 동참하고 후배님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저 역시 여러분들과 똑같이 놀라고 아파했고 오래전에 닫아두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왜 그 오랜 시간 서로 한 번도 소통하지 못했나... 이번 미투를 통해 피해자 대부분이 처음으로 기억 저 안쪽으로 억지로 구겨 넣어 둔 가슴 아픈 고통스런 이야기들을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게 되었고, 우린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연극공장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와 동떨어진 폐쇄적인 공간에서 운명공동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쌓인 일들을 시급하게 해결해나가기 바쁜 생활을 했습니다. 그 생활 속에서 서로 대화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사치였습니다.

 

미투 운동으로 어렵게 말을 꺼낸 후, ‘그동안 왜 말하지 않았는가?’ 라는 질문을 수없이 많이 받았습니다.

대답은 “그 때는 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발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캐스팅에 제외되거나, 정신이 이상하다는 공개적인 모욕을 듣고, 더욱 힘든 스탭 일로 내쳐졌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되풀이되는 걸 지켜보면서,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체념하고, 포기하고, 또 다시 고립되었습니다. 그리고 반항하거나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서 저의 무력함을 깨달았고, 혼자 고뇌하고 아파하며 괴로워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저는 극단을 나왔습니다.

 

떠난 사람들은 도망 나온듯한 죄책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윤택이 본인의 죄가 드러날까 두려워, 우리가 서로 소통할 수 없도록 이간질하였고

악질적인 헛소문을 퍼뜨려 우리를 고립시켰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랑하는 선후배들이 드러내 말하지 못하는 성폭력의 상처들을 안고서, 행여 누가 눈치라도 챌까 두려워하면서 그 많은 세월 서로 보듬어주지 못하고,

오해를 안고 각자 외롭게 지내온 시간들이 지금은 가장 안타깝고 원망스럽습니다.

 

오랜 시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고, 저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동료 선후배들이 더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저희가 하는 일들이 상처입은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혼자만의 아픔과 고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해줄 수 있고, 그로 인해 치유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이윤택의 잘못이지 연희단거리패를 지나온 사람들의 잘못이 아님을

말해주는 길이길 바랍니다.

이 일이 앞으로 더 많이 살아갈 우리들의 날들에 대한 좋은 시작이 되길 원합니다.


연극인 홍선주님도 어렵게 용기를 내게 된 심정을 고백하며 미래에는 후배들, 제자들, 자식들이 성폭력을 경험하지 않고, 설령 피해를 경험하더라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이번 사건을 엄중히 처벌해달라고 발언하였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 셋”

 

홍선주(피해자)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의 폭로 글이 터지고 저는 저도 모르게 감히 이래도 되나... 두려워하는 저를 발견했고 저라도 입을 다물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윤택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어째서 이윤택 대표는 거짓된 변명들로 가족 같은 후배가 자신의 임신·낙태까지 폭로하게 했는지... 너무 괴롭고 참담한 마음이 들어서 정말 어렵게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저 외에 많은 후배와 동료들도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무섭지만 이런 후배들, 그리고 동료들을 대신해서 어렵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왜 이제서야 말하냐 묻지 마시고... 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해 주세요.

주목받고 싶었냐고 묻지 마십시오. 이런 일로 주목받고 싶은 여자는 없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고백한 후 제 가족들과 극단 신상까지 노출되면서 가슴 아픈 시간들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의 2차 피해로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연희단거리패 출신인분들! 많이 아프실 거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 서로 미안해하고 원망하지 말았으면 해요. 그리고 여러분! 연희단거리패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색안경 끼고. 바라보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의 이런 어려운 고백들로 지금도 연극현장에서 뜨거운 땀을 흘리는 후배들이 마음 편하게 연극할 수 있기를 너무도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저희들의 자식들은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엄중히 처벌해주십시오.



총 8명의 발언을 마치고 질의응답이 진행되었습니다. 아래는 본 상담소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한 질의응답 내용입니다. 실시간 중계의 한계 상 질문/답변의 구체적인 맥락을 충분히 담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Q.처음에는 피해자가 17인이었는데 고소장 제출 당일 1명이 포기했다고 들었다. 설명해주실 수 있나. A.연락 오는 피해자 굉장히 많지만, 가해자의 협박이나 2차 피해 때문에 나서기 어려운 현실이 존재한다.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Q. 법적 대응 시작되지만 원하는 만큼 가해자 처벌하기 어려운 현실. 가해자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이 27년 간 요구하는 내용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법적 배상하고, 책임질 것. (이 사건도)가해자가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Q. 문화예술계 가해자 이윤택 외에도 많은 상황. 다른 피해자도 지원할 예정인지?

A. 앞으로도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공대위 이름은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이윤택 사건만 국한하지 않으려고 정한 이름이다.


Q. 피해자 16인 어떤 경로로, 어떻게 구심점이 생겨 모이게 되었는지?

A. 동시다발적으로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다. 피해자들 각자 혼자서 힘들어하던 상황에서 미투 운동 보며 서로 놀랐다. 이윤택 기자회견한다는 소식 듣고 제대로 사과할 리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해자들 간 연락이 이뤄졌다.


Q. 연극계에 성폭력을 가능하도록 했던 수직적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A. 그동안 한 사람에게 너무나 많은 권력이 주어진 연극계 현실이 있었다. 문제제기 하면 불이익이 즉시 돌아오고 2차 피해 많이 일어나는 구조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온 것 같다.


Q. 폭로 이후 피해자들이 실제로 연극계 내부에서 활동하는데 부정적 말을 듣거나 2차 피해를 입고 있나

A.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도 연락 많이 온다. "너는 그러면 안 된다"는 비난도 많이 받는다. 주변에서 이력서를 넣을 때 연희단거리패 활동 경력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여럿 봤다.


질의응답 도중에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들의 우는 얼굴을 향해 연이어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에게 언론이 피해자를 어떤 모습으로 보도하고 있는가 일침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를 대표해서 온 변호사가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발언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공동변호인단 이명숙 변호사는 성폭력은 여성 문제가 아니라 남성도 함께 변화하고 반성폭력운동에 참여해야 하는 문제임을 강조하며 공동변호인단에는 함께 하는 남성 변호사도 많다고 밝혔습니다.


공동변호인단에 참여하는 남성 변호사로서 갑자기 발언을 요청받은 장철우 변호사는 "법적 처벌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일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처벌을 해야 하고 그것도 중요하지만 (성폭력을 용인해 온) 문화를 바꿔나가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연극인 이재령님은 "수직적 구조에 문제가 있고, (권력형 성폭력은) 비단 연희단거리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라고 분명히 밝히면서, "한편으로는 연극에 대한 우리의 열정도 있었습니다. 지키고 싶었고 아름다웠던 시간도 있었음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미투 운동에 동참해준 우리 선후배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덧붙이며 피해자의 주체성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동변호인단에서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마쳤습니다.




<이 기사는 본 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