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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공동기자회견]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
  • 2018-08-06
  • 2284


 [기자회견]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검찰을 규탄하며,
재수사를 촉구한다. 
제공일 : 2018.08.06 ㅣ 제공자 : 한국여성의전화 
문의 :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ㅣ 전화: 02-3156-5451, 010-3222-3156

[기자회견문]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검찰을 규탄하며 재수사를 촉구한다! 

일명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은 여성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성폭력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인권 침해는 외면한 채 ‘뇌물 거래’의 프레임으로 수사하였고, 결국 이 사건은 성폭력 사건으로 제대로 조사되지 못했다. 

피해자는 건설업자 윤모씨, 전 법무부 차관 김모씨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검사, 교수, 병원장, 호텔 사장, 기업 회장 등 소위 사회 각 층의 권력자들이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유인하여, 감금, 협박, 약물 투여 등의 수단을 통해 강제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간음하여 피해자를 정신적·육체적으로 지배하고, 자신의 위세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억압하였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조사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구체적인 성폭력 피해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며 처벌을 원한다고 분명하게 주장했음에도 피해자와 다른 여성들은 ‘인간’이 아닌 ‘뇌물’로만 여겨졌다. 본 사건은 부당한 권력과 폭력 앞에서 피해자의 인권이 철저히 유린된 사안이다. 검찰은 성폭력 사건으로 고소된 본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성폭력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고, 성인지적 관점에 입각하여 가해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유인하고, 통제했으며, 폭력을 가했는지, 왜 피해자는 벗어날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 마땅히 조사했어야 했다. 

검찰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는 사회의 통념에 편승하여, 가해자의 논리와 다를 바 없이 피해자를 조사하였다. 피해자의 진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일관되게 배척한 검찰은 성폭력 사건을 기소조차 하지 않아 피해자가 재판을 받을 기회마저 빼앗아 버렸다. 검찰이 본분을 망각한 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여 사건을 조직적으로 조작하고 은폐한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투운동은 한국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성폭력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곧,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빚어내는 한국사회의 부정의(不正義)한 현실을 보여준다. 본 사건은 #미투운동이 제기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직면해야 할 문제의 총체이다. 

현재 본 사건은 검찰이 과거 자행한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본조사 대상으로 권고되어,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피해자는 검찰 재조사가 자신에게 온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국가가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인권 회복과 가해자 처벌이라는 최소한의 책무를 이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검찰은 본 사건에서 자행한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에 대해 철저히 진상 규명하여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호소해 온 피해자의 절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피해자가 믿는 사법적 정의, 즉 ‘성폭력은 피해자의 탓이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이다’라는 아주 평범하고도 단순한 진실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가해자는 분명히 처벌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사법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끝까지 피해자와 함께 할 673개의 여성·인권 단체는 본 사건에 대한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검찰은 본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재수사하라. 
2. 검찰은 본 사건을 철저하게 진상규명하라. 
3. 검찰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한 관련자를 처벌하라. 
4. 수사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여 제대로 작동케 하라.
  
2018년 8월 6일 

한국여성의전화 
강릉여성의전화, 강화여성의전화, 광명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의전화, 군산여성의전화, 김포여성의전화, 김해여성의전화, 대구여성의전화, 목포여성의전화, 부산여성의전화, 부천여성의전화,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성남여성의전화, 수원여성의전화, 시흥여성의전화, 안양여성의전화, 영광여성의전화, 울산여성의전화, 익산여성의전화, 인천여성의전화, 전주여성의전화,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의전화, 천안여성의전화, 청주여성의전화 
경기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독여민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회, 대전여민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단체연합, 사단법인 오늘의여성,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수원여성회, 여성사회교육원,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준)(16개소), 울산여성회, 장애여성공감,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66개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30개소), 전국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25개소),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32개소), 전북여성단체연합,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천안여성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함께하는주부모임,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340개 단체) 

(총673개 단체)   
[기자회견]

 일시 : 8월 6일(월) 오전 9시 

 장소 :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5층 정의실 

 공동주최 : 
한국여성의전화 
강릉여성의전화, 강화여성의전화, 광명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의전화, 군산여성의전화, 김포여성의전화, 김해여성의전화, 대구여성의전화, 목포여성의전화, 부산여성의전화, 부천여성의전화,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성남여성의전화, 수원여성의전화, 시흥여성의전화, 안양여성의전화, 영광여성의전화, 울산여성의전화, 익산여성의전화, 인천여성의전화, 전주여성의전화,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의전화, 천안여성의전화, 청주여성의전화 
경기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독여민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회, 대전여민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단체연합, 사단법인 오늘의여성,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수원여성회, 여성사회교육원,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준)(16개소), 울산여성회, 장애여성공감,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66개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30개소), 전국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25개소),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32개소), 전북여성단체연합,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천안여성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함께하는주부모임,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340개 단체) 

(총673개 단체) 

 순서 

     사회 : 장유미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부장 

1. 참가자 소개 

2. 참가자 발언 
발언 1. ‘뇌물’로만 다뤄진 ‘여성인권’ _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 
발언 2. 당시 검찰은 철저한 가해자의 변호사였다 _ 이찬진 변호사 
발언 3. 성접대는 권력형 성폭력과 본질은 같다 _ 장임다혜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발언 4.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_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자유발언.

3. 피해 당사자 증언 _ 대독 (한상희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4. 기자회견문 낭독 

5. 참가자 퍼포먼스 

[발언1] 

‘뇌물’로만 다루어진 여성의 인권
-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 

본 사건은 일명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것입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본 사건을 본조사 대상으로 권고하였고, 현재 재조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본회는 본사건이 본조사 대상에 선정되어 성폭력 사건으로 제대로 조사될 수 있도록 과거사위원회 및 진상조사단에 두 차례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 사건이 반드시 재수사되기를 촉구하며 본 기자회견 후 변호인단과 의견서를 제출할 것입니다. 
2013년 이 사건이 수면 위에 올랐을 때, 이 사건은 ‘뇌물 거래’로만 읽혔고, 그 과정에서 자행되었던 여성들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성폭력 사건으로 제대로 조사 되지 못하고,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1년 7개월간 협박, 폭행,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자에게 감시와 위협, 구타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억압을 당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해자는 검사, 교수, 병원장, 호텔 사장, 기업 회장 등 소위 사회 각 층의 권력자들이었습니다. 
검찰이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는 피해자의 평범하고도 강력한 믿음은 곧 깨졌습니다. 당시 검찰은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하여, 성폭력피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였습니다. 피해자는 검찰 조사 당시의 경험을 아직도 고통스럽게 기억합니다. ‘왜 그렇게 했느냐?’, ‘왜 따라갔느냐?’, ‘네가 원했던 것이 아니냐?’, ‘왜 스스로 나오지 못했는가?’ 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는 사회의 통념에 편승하며, 가해자의 논리와 다를 바 없이 피해자를 조사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하고,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했던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성폭력은 없었다’, ‘당시 김학의 법무부 차관은 성접대를 받지 않았다’는 결론을 아주 쉽게 내렸습니다. 
당시 검찰은 성폭력 수사 과정의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피해 여성들은 성폭력 피해 경험을 검찰에 이야기 했을 때, 그들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의심하고, 왜곡한 것이 검찰이었습니다. 검찰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여야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이 검찰 조사 이후 검찰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이것이 본 사건의 피해자들이 다수 존재함에도, 그들이 검찰 진술을 꺼리고, 두려워하는 이유입니다. 
피해자가 몇 번의 죽음의 기로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죽으면 이 진실을 영원히 묻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이 것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합니다.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도 자신의 한을 풀 수 있는, 이 사회에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 피해자들은 또 다시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검찰이 이들의 목소리에 응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검찰은 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권을 남용하였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 하였습니다. 다행히 검찰은 지난날의 불명예를 조금이나마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이 ‘기회’의 무게의 무거움을 분명히 느껴야 할 것입니다. 오랜 기간 호소한 피해자의 절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가해자가 아무런 처벌 없이 버젓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형벌을 주는 일입니다. 이 것은 검찰이 가고자 하는 ‘정의구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본 사건을 진상규명해주시길 바랍니다. 본 사건에는 드러나지 않은 많은 가해자들이 있습니다. 반드시 재수사하여 그들 모두를 분명히 처벌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차마 나서지 못하고 이 사건의 결과를 지켜볼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법적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검찰이 하고자 했던 ‘개혁’일 것입니다. 
[발언2] 

‘검찰은 가해자의 변호사였다’ - 검찰 수사의 위법성 중심으로 
- 이찬진 변호사(공동변호인단) 

피해자의 변호인단들은 피해자에 대한 사법경찰관 작성 7건의 피해자 진술조서와 검사 작성의 피해자 진술조서, 그리고 2차례의 불기소결정문 및 그 밖에 추가 소명자료와 과거 경찰청의 이 사건 수사관계자와의 인터뷰 등을 통하여 확인된 내용들을 기초로 하여 검찰의 이 사건 수사상의 위법성을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변호인단은 이 사건을 당시 장기간의 피해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사건의 주인공 격인 당시 법무부 차관이던 김00의 범죄가 수사를 통하여 확정`공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검찰 조직의 도덕성과 위상 실추를 방지하고자 김00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하여 조직적·체계적으로 자행된 검찰의 수사지휘권 및 수사권 남용의 혐의가 큰 검찰권 농단 사건으로 판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과거 검찰의 불기소결정은 1년 8개월 여 간 피해자가 성노예화되어 특수강간, 강간치상 등의 피해를 반복적으로 입었고, 피해자 본인이 가해자들의 처벌을 강력히 원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이 진실에 눈감고 정의를 외면한 사건이라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한국여성의 전화와 변호인단은 법무부 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에서 원 결정을 취소하고 재수사를 하여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사법경찰관의 수사 당시 피해자 이모씨는 총7회의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가해자 윤OO, 김OO 등의 성폭력 사건을 기준으로 할 때 총18건의 피해자에 대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였고, 분명하게 처벌을 원한다는 명백한 진술을 하였습니다. 또한, 사법경찰관이 수사하여 송치한 기록에는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목격자 등의 참고인 진술까지 포함되어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1차 검찰수사를 종합하였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① 검사는 피해자의 피해내용에 관한 진술보다는 피해내용에 관한 탄핵사실을 수집하는 수사를 하였고, 이는 범죄에 관한 혐의를 수사하는 검사의 직무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② 보통의 성폭행 범죄가 피해자들이 시간이 경과한 후 고소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은 피해자의 피해진술과 피의자의 반박진술을 비교한 후 좀 더 신빙성이 있는 진술에 따라 판단이 내려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피해진술에 대하여 피의자 역시 구체적이고 그럴 듯한 정황을 제시하는 경우 이를 기초로 상호의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피해자나 가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차원의 신문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가해자들인 윤 모, 김 모가 이 사건 피해자와 관련하여 과연 제대로 된 조사를 받았는지 조차 의문인 수준의 수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불기소 처분에서는 폭처법상 상습공갈 혐의에 대한 피의자의 반박진술은 단순히 “대가를 주었다”는 취지의 다소 추상적인 내용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피의자 윤OO과 피해자가 정말 내연관계에 있었는지, 그렇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사정으로 피해자가 주장하는 진술을 탄핵하였어야 함에도 검찰은 단순히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면 피해자를 몰아세우고, ‘경제적인 원조를 바랬다’는 사실에 부합하는 사실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밖에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하다못해 피해자가 파의자 윤OO으로부터 원주별장에서 첫번째로 합동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실에 관하여도 ① 피해자가 오후 늦게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원주별장을 따라나섰을 때부터 성관계를 가질 것을 예상하였다거나, ② 처음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피의자를 만났으므로 성관계를 예상했었으므로 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진술을 하고 있음에도 정말 그 사실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처음 피의자 윤OO을 만났을 당시 경제적인 원조를 바랐는지에 관한 조사만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1박을 할 것을 예상하고 원주별장에 따라간 것’과 ‘경제적인 원조를 바란 것’이 강간사실을 탄핵 할 수 있는 정황인지 의문이며, 백보 양보하여 성관계를 예상하였다고 하여 이것이 역시 폭행과 협박에 의한 강제적인 성관계를 용인할 수 있는 사정인지는 더욱 더 의문입니다. 

도대체 대한민국 검찰에서 이러한 형식과 내용으로 성폭력범죄사건을 다룬 수사 사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사 검사의 반인권적이고 부당한 이러한 예단은 불기소처분에까지 그대로 이어져 ① 피해자가 처음부터 피의자의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윤OO을 만났고, ② 피해자가 일명 성상납을 한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윤OO의 강요로 많은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 하에 김OO는 입건조차 하지 않고, 심지어 윤OO의 강간 범죄 혐의에 대해서 조차도 입건하지 않은 채 경찰의 조사 결과 피해자의 총 18건의 성폭력 피해 내역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 중에서 8건에 대하여만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내용의 신문을 한 끝에 윤OO과 김OO의 특수강간 등 성폭력 사건은 입건조차 하지 않고 종결하고, 경찰에서 윤OO에 대한 상습강요에 대한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안에 대하여도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면서 무혐의(증거불충분)결정을 하였습니다. 
  
한편 피해자는 서울중앙지검에 다시금 자신의 총 28건의 피해사실을 고소하였으나, 이상과 같이 윤OO, 김OO에 대한 피해사실을 대부분 살펴보지조차 않은 앞선 조사결과를 토대로, 검찰은 다시금 각하 또는 무혐의 결정을 내립니다. 당시 검사는 손쉽게 “새로운 증거가 없다”라거나, 고소인의 아주 구체적인 피해사실 진술서를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수사 필요성에 대한 검토 없이 “고소인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손쉽게 각하 결정을 내리거나, 정작 새롭게 등장한 증거인 별장 동영상에 대해선 “(검사가) 등장인물을 알아보지 못하겠다”고 보아 카메라등이용촬용 혐의에 대해 무혐의결정을 내렸던 것입니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변호인단들은, 수사 검사가 피해자를 소환하기 전에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수사 기획에 따라 ‘피해자가 대가 관계를 맺은 것’이라는 프레임을 사전 설정하고, 이 기조 하에 2013. 8.30. 8시간 동안 이루어진 조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 내용은 조사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경찰에서의 7회의 걸친 피해자진술의 내용을 탄핵하고, 자발적 성관계이거나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가 있다는 기조의 조서를 작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8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150p의 조서를 작성하였다는 것은 미리 준비하여 입력한 신문사항대로 묻고 이것을 조서로 일방적으로 꾸며가는 과정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조서가 어떠한 경위로 작성된 것인지는 8시간 동안의 조사 과정이 녹화된 동영상 자료를 보면 상당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을 성노예화하여 성폭력을 일삼았던 관련 가해자들이 처벌되어 정의가 바로 세워지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저희 변호인단은 법무부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가 이 사건에 관한 형사 사건기록을 열람할 권한도 없고, 그 기회도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의 조직인 조사단에서 조사한 조사보고서만을 갖고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 한계 때문에 균형잡힌 판단의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면, 자칫 피해자가 희망하는 정의가 바로세워질 마지막 문이 닫힐지 않을까 우려되기에 조사위원회와 조사단에 각각 2차례에 걸친 의견서와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경찰 및 검찰에서의 각종 진술조서들을 참고자료로 제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여성의 전화와 변호인단은 이 사건은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OO의 성폭력 범죄를 덮음으로써 실추될 위험에 처한 검찰 조직을 보위하기 위한 차원에서 조직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범죄 은폐이자 검찰권을 남용 농단한 사안으로 판단하면서, 조사위원회의 재수사결정 및 그 이후의 재수사를 통하여 피해자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희망인 정의가 바로 세워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발언3] 

‘성접대’는 권력형 성폭력과 본질은 같다 
-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고위공직자의 뇌물죄에 가리워진 성폭력 피해자 

김모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모씨의 뇌물 사건에서 접대의 수단이 된 이00씨는 2014년 김모씨와 윤모씨를 성폭력 혐의 등으로 고소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이00씨의 피해호소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 사건은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불리면서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사실만이 세상에 집중되었고, 수사과정에서 역시 피해자 이00씨를 포함한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사실은 제대로 조사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고위공직자 성접대 사건에서 접대의 수단이 된 여성들의 피해는 제대로 조명된 바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인 이00씨는 윤모씨에 의해 협박, 폭행, 성폭력 피해 등 1년 7개월이라는 긴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폭력 피해를 입었고, 이 과정에서 김모 전 법무부차관과의 성관계를 강요받았습니다. 이러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주장은 수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검토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유사한 구도는 이미 연예인에 대한 성상납 강요 사건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 등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불이익의 고지뿐만 아니라 폭행, 협박, 감금 등의 폭력행사를 통해 타인과의 성관계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서, 한 연예인의 자살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의 개정을 통해 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 역시 접대의 수단이 된 여성의 피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호하고 지원할지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성접대 관련법의 한계 

현재 성접대에 적용될 수 있는 법률로는 뇌물관련법, 성매매알선등에 관한 처벌법,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로는 성접대의 수단이 된 여성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합니다. 이는 앞에서 이야기한 법들이 모두 이익의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사안을 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뇌물죄의 경우 이익을 얻는 뇌물수수자와 이익을 제공하는 뇌물공여자의 이원화된 구도를 기본으로, 제3자에게 대가를 주도록 하거나 제3자를 통해 뇌물을 공여하는 추가적 구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성매매처벌법의 경우, 성적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성구매자와 금전적 이익을 얻는 성판매자라는 이원화된 구도를 기본으로, 제3자인 알선자가 개입했을 경우 금전적 이익을 얻는 성매매알선자를 추가적인 구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뇌물죄와 성매매처벌법 모두 특정 행위로 이익을 얻는 자들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피해자에 대한 인식은 부재합니다. 다만 성매매처벌법이나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서는 알선자가 폭력 등을 이용하여 성매매를 강요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알선자와 성접대의 수단이 된 자와의 관계에서 가해와 피해의 구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도의 설정은 성접대 행위를 이익을 중심으로 구조화한 것으로, 성매매처벌법이 성매매를 이익을 얻는 행위로 기본 설정한 구도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기에서는 성접대의 수단이 된 자는 불법적인 행위로 이익을 얻는 자가 아니면 폭행․협박 등으로 인해 강요된 피해자만으로 이해됩니다. 다시 말해, 기본 구도가 이익이므로 성접대의 수단이 된 여성들의 피해자성은 기본적으로 부정되며, 피해자 스스로 폭행·협박 등 강요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정적으로 인정되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접대의 수단이 된 여성들의 피해는 성접대 사건을 수사하면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합니다. 피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에 폭행, 협박 등 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과거 지속적인 폭행, 협박 등으로 강요자와 피해자 간의 권력관계가 형성된 맥락은 행위 당시의 폭력으로 인정되기에 쉽지 않습니다. 피해자임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접대의 수단이 된 여성들은 결국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피해자가 아닌 이익을 얻은 자로 취급받음으로써 성폭력 피해뿐 아니라 형사사법절차에서의 2차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성접대의 문제는 권력형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젠더폭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성접대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와 동시에 성을 수단화하고 착취하는 데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원치 않은 성적 행위를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자가 그 여성에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거나 폭력의 행사를 통해 여성을 통제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하여 이를 이용하는 자라는 점은 성접대가 단지 뇌물의 문제만이 아니라 심각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젠더 폭력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 즉 젠더폭력은 성별불평등하며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에게 일어나는 폭력을 피해로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현재 사회의 구조를 여실하게 드러내는 개념입니다. 현재 사회에서 여성은 오직 성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악한 존재거나 성을 당하는 어리고 순진한 피해자라는 이분화된 구도 속에서 이해되며, 어리고 순진한 피해자의 전형에 해당하지 않는 여성의 피해는 피해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여성의 성을 대상화하고 수단화하는 문화 속에서 성의 제공은 당연한 사회질서로 인식되며, 이러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의 강요는 폭행․협박이나 법적으로 제한적인 위력 개념으로 포섭되지 않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집니다. 최근 미투운동을 통해 제기된 권력형 성폭력은 바로 성접대를 가능하게 하는 이러한 사회문화 속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성접대와 권력형 성폭력의 문제는 권력을 이용하여 성적 행위의 제공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유형의 범죄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성접대 구도는 성적 행위의 상대방이 된 여성들을 이득을 얻는 자로 설정하고, 강압이 행사되는 경우에 피해자로 인정하는 성매매 처벌의 구도를 반복할 뿐입니다. 권력형 성폭력 역시 현재의 법개념 및 법해석의 태도로는 성폭력의 피해에 행위 시 폭행·협박 등 강압이 인정되는 한에서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될 뿐입니다. 

성접대의 수단이 된 여성의 피해와 권력형 성폭력으로 인한 여성의 피해 모두 행위자가 신체적, 정신적, 물질적인 이득을 얻거나 성적인 만족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타인의 신체와 성을 착취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젠더 폭력입니다. 성접대를 통해 성행위를 제공받거나 제공함으로써 이득과 대가를 주고받은 행위자들은 가해자로 제대로 다루어져야 하며, 그 수단이 된 여성의 피해에 대해 인식하고 피해자로서의 보호와 지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발언4] 

검찰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것이 아니라 정의로움으로 답하라. 
-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많은 성폭력사건에서 가장 강력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입니다. 피해자가 수사과정에서 스스로 경험한 피해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일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유지하는 힘든 과정입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도 검찰조사에서 고통스럽고 힘든 기억을 끌어내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처녀가 남의 집에 가면 무서웠을 거고, 그 집에서 하룻밤 잔다는 것 아닌가요?’ ‘별장에 갔을 때 성관계를 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으로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하고 해체했습니다. 이러한 검찰의 질문방식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며, 이미 꽃뱀 프레임으로 피해자를 몰아가는 방식입니다. 

이 사건은 우리사회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 그 권력을 통해 자신의 이권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여성의 몸을 도구화, 수단화하여,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피해여성은 거대한 권력앞에서 무력하게 인권이 침해되었고, 자신의 일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5년 전, 당시 이 사건은 법무부 차관이 건설업자 윤모씨에게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만 강조되면서 ‘성접대 뇌물’사건으로 프레임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성접대 뇌물’이라는 프레임에 을 넘어서 ‘성폭력’으로 인지했어야 하고, 실존하는 피해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했습니다. 검찰은 당시 고등검사장이었고 이후 법무부 차관이 된 김모씨를 감싸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했습니다. 청와대는 이를 비호하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여 사건에 개입하고 또 다른 가해자들은 침묵과 거짓말로 연대했습니다. 그래서 피해여성은 존재하지도 않는 투명인간처럼 취급되었습니다. 

이제껏 수많은 성폭력 사건의 수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비난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피해자를 공격하는 2차 피해는 성폭력 사건에서 유달리 독보적입니다. 2차 피해는 진실을 가리고 피해의 본질을 빗겨가게 합니다. 그래서 2차 피해는 성폭력을 유지시킵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피해여성의 진술을 의심하고 피해자에게 처녀가 조심하지 않았고 성관계를 예상하고도 별장에 왜 갔냐며 비난합니다. 왜 이런 질문이 필요합니까? 다시 질문하십시오. ‘별장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무엇이었나요?’ ‘당신의 의사를 제압한 것이 무엇이었나요?’ 이렇게 피해자에게 상황과 맥락을 중심으로 질문해야 합니다. 왜 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질문을 하는 것입니까? 검찰의 이러한 조사태도와 방식은 성폭력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진술을 하지 못하게 막는 장벽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검찰은 가해자에게 물어주십시오, 가해자들이 어떤 권력을 행사했고, 그 권력으로 어떻게 인권을 침해했는지. 성폭력이 없었다면 없었음을 바로 그들에게 증명하라고 하십시오. 재수사를 통해 검찰이 이제 분명히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5년 전에 권력의 눈치를 보며 판단했던 과오를 성찰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피해자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한국사회는 아직 정의로울 것으로 믿는다’라고 했습니다. 정의로울 수 있는 기회를 검찰이 스스로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유발언]

정미례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대표

마음이 착잡합니다. 이 사건이 처음에 언론에 보도됐을 때 성접대냐 뇌물성이냐로 논쟁했던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 고통이고, 다른 논란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건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면 대부분 김학의 뇌물 성접대 등 피해자가 이야기하는 부분들은 감춰지고 진실규명은 없습니다. 당시에 경찰에서는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면서 특수 강간죄로 기소 의견으로 갔었습니다. 경찰은 특수강간으로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에 가서 완전히 다른 프레임으로 덧씌워졌습니다. 성폭력뿐만 아니라 마약 등도 있어서 특수강간으로 여겨졌는데 검찰이 많은 질문에도 불구하고 증거 불충분과 피해자 진술 일관성 없음으로 피해자를 의심하는 방향으로 끌고 갔습니다. 이게 본질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김학의 전 차관이 며칠 만에 사표를 낸 것으로 사건은 처리되어 버렸고 전 차관은 변호사로 개업했다고 합니다. 변호사 개업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잘못 된 것을 바로잡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진상규명을 위한 첫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었으면 합니다.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고, 나라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밝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피해 당사자 증언] 

전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벽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느낌입니다. 더 이상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저는 도대체 누구와 이 싸움을 하고 있는건가요? 김학의, 윤중천인가요? 아니면 검찰인가요? 

성폭력의 가장 중요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피해자인 제 진술과 어렵게 준비한 증거들을 외면하고 계속 또 다른 증거만을 외쳤습니다. 고소인인 저만 조사하고 피의자는 물론 참고인조차 단 한 명도 부르지 않았던 검찰을 상대하기 위해, 저는 불기소 처분 이후 하루도 마음 편히 있지 못하고 검찰이 요구하는 증거와 증인만을 찾아다녔습니다. 

저는 그들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저는 힘없고 약한 여자입니다. 제가 왜 저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그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저에게 미안하다는 한 마디는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2013년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그 동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 그들이 짧은 사과라도 했다면 저는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겁니다. 억울한 마음을 견디다 못해 저를 세상으로 나오게 만들고, 지금까지도 너무 괴로워서 하루에 몇 번 씩 죽음 을 생각합니다. 검찰에 묻고 싶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다는 게 그렇게 지나친 요구입니까? 

저는 힘들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피해자인 제 말은 무시하고, 면죄부나 다름없는 무혐의 처분을 낸 검찰에 그래도 다시 한 번 희망을 걸고 고소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처음 무혐의 처분을 냈던 검사가 제게 배정됐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검사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몇 달 만에 검사가 교체됐을 때 변호사님께 이번에는 억울했던 일들을 제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런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설레기까지 한다고 말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변한 게 없었습니다. 일 년 동안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면서 만든 고소장을 검찰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동영상만 형식적으로 조사하고 고소인 조사는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검찰 조사에 대한 트라우마로 병이 나기까지 했습니다. 

왜!! 피해자인 제가 자꾸 저 자신을 내보여야 하나요? 한 번 제가 세상에 나설 때마다 제 몸과 마음은 그만큼 무너져 갑니다. 제가 고소장에 참고인으로 적었던 분들이 저를 볼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희생양 불쌍하다. 저는 이 사건의 희생양인겁니까?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였던 저는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희생자가 되어야하는 겁니까? 

애초에 동영상 증거물조차 없애버리셨으면 차라리 편했을 것입니다. 저도 아예 포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를 '동영상 속 피해여성'으로 수면 위로 올려놓고, 이제 와서는 모른척하십니까? 처음 저는 그걸 TV로 봤습니다. 그 동영상 때문에 윤중천은 저에 대해 위협적인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너무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검찰에 찾아갈 힘도, 용기도 점점 사라져갑니다. 가장 두려운 건 검찰이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지금까지 저를 사람이 아닌 마네킹 취급하며 조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매일 밤 삶과 죽음길에서 밤을 새웁니다. 윤중천의 협박과 폭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권력이 무서웠습니다. 저도 숨 쉬고 싶습니다. 저를 또다시 희생양으로 만들어 놓은 김학의와 윤중천이 처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원주의 별장과 역삼동을 오가면서 벌어졌던 악몽같은 일들을, 저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저를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방법으로 괴롭혔던 그  사람들은 편히 웃고 떠들면서, 오히려 뒤에서는 저를 해코지할 음모를 짜고 있습니다. 

제 말이 거짓말이라면 얼굴조차 모르는 또다른 피해 여성들과 어떻게 피해 내용이 똑같을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 어디에 이 억울함을 이야기하면 들어주십니까? 저는 그냥 이렇게 제 자신이 힘없는 여자라는 것만 원망하면서 모든 것을 다 놓고 사라져 버려야 하는 건가요? 단 하루라도 편하게 숨 한 번 쉬어보는게, 단 하루라도 이 사건에서 벗어나 편한 마음으로 숨 쉬는게 제 소원입니다. 

검찰은 처음 피해를 입었을 때 왜 고소를 하지 않았냐고 수십 번 물었습니다. 그럼 되묻고 싶습니다. 그 때 고소하였으면 사건은 해결 되었을까요? 중요한건 처음인지, 지금인지가 아니라, 제가 피해 받은 것이 진실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죽음을 몇 번을 넘나들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그들이 꼭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저의 한이 풀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