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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규탄 기자회견]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한 여성살해 국가 가정폭력 대응시스템을 전면 쇄신하라!
  • 2018-10-29
  • 2105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규탄 기자회견]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한 여성살해 

국가 가정폭력 대응시스템을 전면 쇄신하라! 


지난 10월 22일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혼한 전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의해 여성이 살해됐다. 피해 여성은 가정폭력 피해자였다. 피해 여성과 세 자녀는 결혼 기간 내내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렸고 이혼 후에도 지속적인 살해 위협을 받았다. 25년간 가해자가 폭력을 자행하는 동안 여러 차례 경찰 신고가 있었고, 국가는 분명 폭력을 중단시킬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의 “잘 해결됐다”는 말만 믿고 돌아가거나 “우리도 어쩔 수 없다.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때 가서 신고하라”며 피해자의 구조요청을 무시했다. 가해자는 상해죄로 검거되기도 했지만 구속되지 않았고, 경찰에 연행되어도 몇 시간 만에 풀려났다. 신고해도 가해자에 대한 격리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가해자를 피해 도망 다니느라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휴대전화번호를 10여 차례 바꾸고 6차례 거주지를 옮겼고, 개명까지 했다. 법원의 접근금지명령도 받았지만, 가해자의 위협을 막는 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자녀를 미행, 추적하고, 전화로 그리고 피해자의 회사와 집, 친척 집 등으로 수시로 찾아와 살해 위협을 했다. 폭행과 상해, 스토킹, 살해 협박, 흉기사용, 방화 시도 등 가정폭력범죄 신고에 국가는 무대응, 무능력, 무책임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국가를 몸소 경험한 가해자는 “너를 죽여도 심신미약으로 6개월이면 감옥에서 나올 수 있다”는 말을 수시로 했고,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해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하고 말았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동안,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가정폭력 처벌 않는 국가가 가해자다! 
법률상 가정폭력은 형사 처벌이 가능한 범죄지만, 가정폭력범죄는 사실상 처벌되지 않고 있다. 가정폭력 신고율은 1.7%(배우자폭력 피해자 중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 2016년 가정폭력 실태조사)로 수사기관에 접수되는 가정폭력 사건은 극히 일부다. 신고해도 경찰 검거율은 14%에도 못 미치며, 검찰의 기소율은 9.6%, 구속율은 0.8%다(2017년 기준). 이는 폭력범죄 및 다른 형태의 젠더 기반 여성폭력범죄의 비교했을 때도 압도적으로 낮은 수치다. 

이러한 결과는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이 ‘가정 보호와 유지’를 주된 목적으로, 가정폭력 범죄자를 다른 범죄자와 다르게 형사 처벌 대신 성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가정폭력 가해자를 기소하지 않고, 약 40%를 상담이나 교육을 조건으로 기소유예하거나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한다(2017년 기준). 가정보호사건을 심리하는 법원 역시 약 45%(2016년 기준)에 대해 아무런 처분도 내리지 않고, 보호처분을 해도 상담이나 교육, 사회봉사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의 안전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접근행위금지, 전기통신이용 접근행위금지, 친권행사제한 등의 처분은 극히 드물다. 이처럼 국가는 가정폭력을 처벌해야 할 범죄가 아닌, 성행의 문제에 기인한 상담으로 해결 가능한 경미한 문제쯤으로 바라보고 있다. 

생명과 인권을 침해하는 가정폭력범죄를 좌시하는 국가가 가해자다!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재범 위험성을 고려하여 접근금지 등 피해자로부터 가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응급조치, (긴급)임시조치 등 경찰이 피해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가정폭력 재범위험성 조사표 작성 의무가 있고 긴급임시조치는 재범위험성 평가를 근거로 하는데, 지난 8월 가정폭력 출동 사건의 재범위험성 조사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작성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30-40%에 달했다. 작성한 경우라도 가정폭력을 가족 문제로 바라보며 가해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거나, 흉기 사용 등으로 폭행의 정도나 빈도가 높음에도 재범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주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구분 없이 쌍방폭력으로 처리하거나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현행범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했다. 가정폭력에 있어서 피해자의 처벌 의사 확인은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종합적이고 면밀한 조사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가해자 처벌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만 기대어 결정한다는 것은 가정폭력을 국가가 처벌하지 않아도 되는 범죄로 본다는 것과 같다. 

이처럼 가정폭력 재범위험성에 대한 조사와 판단이 피해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원칙과 절차,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처리되고 있다. 그 결과 긴급임시조치 집행은 점점 낮아지며 검거 건수 대비 3%대에 그치며, 집행을 하더라도 위반 시 과태료 처분에 불과해 실효성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국가가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안일하게 생각하며 피해자 안전을 위한 조치를 소홀히 하는 사이 가정폭력 재범률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정폭력피해자에게 가해자와의 관계유지를 강요하는 국가가 가해자다! 
가정폭력 피해여성이 폭력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이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에 의해 살해되거나 생명을 위협받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아내의 관계중단요구에 대한 가해남편의 보복은 상상을 초월하고 범죄의 양상은 스토킹·협박·강간·납치·감금·폭행·방화·살인 등에 이르며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사재판, 가사조정 및 협의이혼을 진행할 때 가정폭력의 특성은 면밀하게 고려되지 않으며, 피해자의 안전 보장 및 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는커녕 다시 폭력의 위험으로 내모는 과정의 연속이다. 법원은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부부상담명령과 사전자녀면접교섭권 처분 등을 내림으로써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통제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와의 가족관계를 회복 및 유지를 위해 노력을 하라고 강제한다. 또한 가해자에게 자녀 면접권이나 양육권을 부여함으로써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자녀들의 안전과 삶을 위협하고 있다. 

국가는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부터 마련하고, 가정폭력 대응시스템을 전면쇄신하라! 
지난 9년간(2009-2017년)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최소 824명의 여성이 살해되었고, 최소 602명의 여성이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 이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숫자에 불과하므로, 실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한 해 평균 최소 92명의 여성이 살해될 동안, 국가는 혼인이나 데이트 관계 내 여성폭력범죄 발생과 사법처리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범죄통계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여성들이 누구에 의해, 어떤 상황에서 살해되었는지, 범죄 수사와 처리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강서구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한 여성살해사건(가칭)’ 역시, 청원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알리려는 유족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보도조차 되지 못했거나 “홧김에 저지른 우발적인 범죄”, “가정불화”, “부부싸움”, 특정 개인의 불운이나 가해자의 병리적인 문제로 손쉽게 해석하며, 가해자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점철된 피해자 비난의 범행동기를 그대로 옮겨져 세상에 알려졌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고인과 유족들의 목소리를 깊이 새겨 듣고, 가정폭력이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이고 국가는 가정폭력범죄 근절을 위한 의무를 다해야 함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에 여기 모인 우리는 ‘강서구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한 여성살해사건(가칭)’의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하며, 가정폭력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국가 가정폭력 대응시스템의 전면쇄신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가정폭력은 범죄다! 범죄자를 처벌하고 범죄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라! 
2. 가정폭력에 대한 사법적 의무를 방기하는 경찰, 검찰, 법원은 각성하라! 
3. ‘가정 보호’에서 ‘피해자 인권’ 중심으로, 국회는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하라! 
4. 가정폭력은 성행의 문제가 아니다. 처벌 없는 교정은 불가능하다! 
5. 상담으로 면죄부 주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폐지하라! 
6. 경찰은 가정폭력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확실하게 격리하라! 
7. 가해자 처벌의사 피해자에게 묻지 말고 가해자를 체포하라! 
8. 가정폭력피해자 이혼 사건처리에서 부부상담명령, 사전면접교섭처분 금지하라! 
9. 국가는 가정폭력범죄의 발생과 처리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성인지 통계를 마련하라! 
10. 국가는 제대로 된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을 위해 가정폭력 대응시스템을 전면 쇄신하라! 



2018년 10월 29일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참여단체 (총 690개)] 
한국여성의전화, 강릉여성의전화, 강화여성의전화, 광명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의전화, 군산여성의전화, 김포여성의전화, 김해여성의전화, 대구여성의전화, 목포여성의전화, 부산여성의전화, 부천여성의전화,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성남여성의전화, 수원여성의전화, 시흥여성의전화, 안양여성의전화, 영광여성의전화, 울산여성의전화, 익산여성의전화, 인천여성의전화, 전주여성의전화,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의전화, 천안여성의전화, 청주여성의전화 
경기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독여민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회, 대전여민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단체연합, 사단법인 오늘의여성,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수원여성회, 여성긴급전화 1366 전국협의회(18개소), 여성사회교육원,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준)(16개소), 울산여성회, 장애여성공감,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66개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30개소), 전국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25개소),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32개소), 전북여성단체연합,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천안여성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함께하는주부모임,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340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