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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해군 소령, 대령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가해자 모두 방면한 고등군사법원 규탄한다!
  • 2018-11-22
  • 1813


[성명] 

해군 소령, 대령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가해자 모두 방면한 고등군사법원 규탄한다!


2018년 11월 19일, 고등군사법원은 성소수자 해군 대위에 대한 성폭력 사건 최초 가해자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최초 가해자에게 징역 10년 형, 두 번째 가해자에게 징역 8년 형을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가해자 모두에게 연달아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1심 재판에서 최초 가해자의 범죄사실로 인정된 공소사실은 강제추행 10건, 강간피해 2건 그리고 이로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였습니다. 가해자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차 성폭력 당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네가 남자랑 관계를 제대로 안해봐서 그런 것 아니냐’, ‘남자 경험을 알려준다’며 피해자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악용했고, 해군이라는 폐쇄적인 조직문화,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추행, 강간했습니다.

그런데 2심 재판부인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으므로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를 오해할 여지가 있었으므로 가해자에게 ‘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에는 해당할 수도 있겠으나 ‘강간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군대라는 조직문화에서 피해자가 상관인 가해자에게 저항한다는 것은 애초 가능하지 않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적극적 동의’ 없이 성적 행동을 취한 것은 ‘강간의 고의’와 다름 없습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에 해당되는 범죄행위였다면 재판부는 검찰측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어야 합니다.

지난달 대법원은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라는 판단 기준을 강조하였고,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8.10.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이번 고등군사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법 상식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명백한 오판입니다. 재판부는 위계적이고 성편향적인 군대의 특수성을 고려했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저항도 못했던 상황은 무죄의 근거가 아니라, 재판부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했어야 하는 ‘강간죄’에 해당하는 판단기준이었습니다.

군검찰은 2심 판결에 대해 신속하고 강력하게 상고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폭행 협박을 최협의로 해석하여 가해자 모두 무죄 판결을 한 2심에 대해 법리오해를 제대로 판단해야 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소속되어 있는 해군 본부는 고등군사법원의 경악할 선고결과에 좌우되지 말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불이익 금지 조항, 재발방지 대책 등을 끝까지 제대로 지켜야 합니다. 이런 판결이 반복되고 있는 법원에 대하여 법률가들 내에서도 심도 깊은 비판과 개선을 향한 논박이 반드시 이어지기를 촉구합니다.

분노한 시민들과 함께,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몸으로 기억하고 증언하고 있는 피해생존자와 함께, 연대하는 여성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가겠습니다.


2018년 11월 22일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