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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보통의연대] 012. “할머니, 수요시위 가보셨어요?” “태극기 집회는 친구 따라 한번 가봤는데……” 달빛노을의 인터뷰
  • 2019-10-24
  • 1551


[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윤문 및 편집 외에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을 충실하게 실었습니다. 저마다의 관점과 논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인터뷰 취지에 맞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있을 경우 수정 또는 삭제 요청드리거나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 있게 경험을 나눠주신 인터뷰 참여자 분들께 비난과 질타보다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보통의연대] 012. “할머니, 수요시위 가보셨어요?”

“태극기 집회는 친구 따라 한번 가봤는데……” 달빛노을의 인터뷰


나는 달빛노을이라는 할머니입니다.

( ※ 참여자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후 인터뷰는 반말로 진행하였습니다. )


Q.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나요?


TV에 나오는 사람들밖에는 모르지. 뉴스 같은 데 나온 사람이나 알지, 뭐. 다른 사람은 모르지.


Q. 본인은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생각하나요?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 같은데. 뭐, 나한테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


Q. 내 삶과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0일수록 가깝고 10일수록 멀다고 하면) 9, 10 되겠지.


Q. 성폭력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본 경험이 있나요?


그래. 그, 서지현 검사 나오는 뉴스, 그런 것만 봤지. 또 뭐냐, 장자연? 만날 뉴스에 나오니까 그런 거 보고. 가해자들은 반성 안 해. 가해자들이 반성 안 하잖아. 그 누구지, 김학의인가? 그 사람 요새 재판 어떻게 됐지?


뉴스를 보면 진짜 너무 약자를, 또 더군다나 자기 계급을 이용해서, 그 밑에 애들을 (성폭력 하잖아) 그거도 그렇잖아. 비서였다 그랬잖아(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그 여자가 가까이 있으니까, 자기 힘으로 (성폭력을 한 거지) 피해자는 어쩔 수 없이, 자기가 그 직장을 다니려니까, 그냥 당하고도 말 못 하는 경우들도 많겠지. 응? 자기가 (성폭력을) 당했어도 직장은 다녀야 하고,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 직장을 내놓으면 안 되니까 그냥 입 다물고 침묵하고 있는 거지. 말하자면.


2018년 1월, 검찰 내 성폭력을 공론화하며 #미투 운동에 폭발적인 힘을 실어준 서지현 검사. 사진:JTBC '뉴스룸' 캡쳐


Q. 본인도 그런 경험이 있었나요? 혹은 주변에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있었나요?


본 건 없어. 본 건 없는데. 뉴스를 보자면 그런 게 확실한 거지. 어, 가해자는 항상 뻔뻔스럽게 나오잖아. “같이 합의 하에 했다” 뭐 이런 식으로. 가해자는 항상 그런 식으로 나오고 피해자는 “아니다”하고 늘 그러잖아. 김학의도 만날 아니라고 하고 발뺌하고 있잖아. 뭐, 소개해준 건축업자도 있고 증거가 다 나오는데도. 그러는 거 보면 가해자는 너무 뻔뻔스러운 거야. 그러니까 이걸 끝까지 밝히려면 소송해야 하고 어쩌고 (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 응.


어쩔 수 없이 당하고 주변에 알리지 않는 피해자들, 드러나지 않는 피해자들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 어떻게 서지현 검사처럼 앞으로 나와서 그렇게 용감하게 (말할 수 있겠어) 그럴 힘이 없으니까, 우선. 자기가 힘이 없으니까.


Q. 주변에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없어도 피해자가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나요?


아니, 남녀가 같이 직장에 있으면서 저렇게 자기 권리, 자기 지위를 이용해서 처음에는 뭐 그냥 호의적으로 “밥 한번 먹자, 밥 사준다” 이러면 안 따라갈 사람이 어디 있어? 같은 동료직원이고, 또 상사가 그러면. 한두 번 그러다가 일이 벌어지는 거지. 그러니까 아예 그런 자리를 (피해야 하는데) 근데 거절할 수가 없잖아. 상사가 밥 먹자는데 거절할 수도 없지. 응. 그런 일이 종종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남자들의 심리가 여자를 보면 그런 (성적 욕구가) 나오는 거니까 여자들도 조심해야 해. 요즘은 안 그러겠지만 예전에는 남자가 다 이끌고 리드하는 거였지. 여자는 성욕 같은 것도 덜하고 남자와 성관계하면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거였어. 요새는 여자들이 옛날 여자들하곤 다르지. 지금은 여성들의 지위가 높아졌고 생활 능력도 되고 꼭 남자한테 속해서 안 살아도 자기가 세상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만큼 옛날에는 여자들이 무식하고 못 배워서 꼭 남자한테 의지해서 살아야 했었잖아. 60, 70년도나 그 전에는.


1960년 YWCA 주최로 열린 축첩 반대 시위.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정치인들을 규탄하는 거리 시위에 대거 나섰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축첩자를 뽑지 말자’는 캠페인은 시위를 선거와 연결시킨 한국여성운동의 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사진:‘부녀행정 40년사’ 출처:여성신문에서 재인용


Q. 성폭력이 걱정돼서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옷차림 등을 지적한 경험이 있나요?


아, 길거리에 가다 보면 너무 어깨 다 파지고 허벅지 다 내놓고 응? 그러고 돌아다녀 봐. 외딴 데 그런 사람이 돌아다니는 데 남성이 그걸 봤다면 성적 충동이 안 일어나겠어? 응? 사람이 많이 있는 데서는 몰라. 근데 만약에 어두운 밤이던지 하면. 여자들도 처신을 잘 해야 해. 뭐 아프리카 같은 데는 빨가벗고 다녀도 풍습이 그러니까 괜찮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거기까지 안 갔어.


하여튼 심한 노출은 안 좋은 거야. 성범죄를 일으키는,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어. 몸을 그냥 다 노출 시키면 못써. 그러고 돌아다니면서 성폭력 당했다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여자, 남자는 (성욕이) 다른 거라니까. 여자가 뭐 성욕 때문에 문제 일으켜? 남자들은 그렇지. 무슨 일이든 저지르는 건 남자들이 저지르지. 아무래도 약자한테 더 그러겠지. 여자가 남자보다 약하니까 여자도 조심해야 하는 거야.


Q. 피해자가 조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는 문제 아닌가요?


나쁜 짓 하는 사람은 애초에 그렇게 생겨 먹었는데 조심을 하겠어? 당하지 않게 여자가 조심해야지. 옛날 할머니들은 남자는 늑대라고 그랬잖아. 여자를 잡아먹는 늑대. 사람을 잡아먹는 늑대. 옛날 사람이 오죽 잘 알고 그런 말을 했겠냐고. 응. 그러니까 남자는 항상 조심해야 할 대상자야. 그냥 무조건. 내 자식이라고 예외라고 할 순 없지. 그건 모르지. 내가 자식을 겉만 낳지 속도 낳나? 할머니 자식들이 어디 밖에서 뭔 짓을 하는지 할머니가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누구든지 하여튼 남자는 조심을 하란 말이야.


하여튼 여자가 조심해야 하는 거야. 여자는 잘 익은 사과 같다 그랬어. 몰라, 그 전에 들은 소리야. 잘 익은 사과는 막 따먹잖아. 익었으니까 따먹어야지. 그러니까 여자는 항상 조심하라고, 응? 옛날에 그랬어. 할머니들이.


(피해자를 탓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면) 그래, 탓하는 거야. 남성은 애초에 나쁘지. 애초에 남자들은 나쁜데, (나쁜 짓 못 하게) 어떻게 가둬. 네가 다 감옥에 가둬. 그러니까 여성이 조심해야 해. 주변의 남자는 늑대다. 이리 생각하면 되는 거지.


학교 성교육의 역사. 1950-60년대는 '정결교육, 순결교육' 등을 진행하며 성교육이란 개념조차 없던 시기였다. 출처:Gyeonggi Office of EDUCATION


Q. 옛날과 비교하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나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나요?


할머니 시절보다 요새가 더 난리지. 요새는 옛날보다 성문화가 너무 이상하게 개방되어서.


Q. 예전에는 여성들이 말도 못 할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그래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생겨서 성폭력이 공론화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그건 맞는 얘기지. 입 다물고 있던, 침묵하던 사람들이 이제 힘을 얻은 거지. 그건 당연한 거지. 말 못 했던 걸 말할 수 있게끔 주변에서 도와주고 힘이 되어 준 거지. 주변에서 미투, 미투 하면서 나도 당했다, 너도 당했다 하니까 이제 자기만 가지고 있던 것을 표출해 내는 거지. 어.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 이제 터져 나오는 거지. 요새는 미투 운동이라고 봇물 터지듯 나오는데 (성폭력은) 옛날부터 항상 있었어.


조그만 시골, 면·읍 단위에도 감사 나오면 술집 아가씨를 그 사람한테 연결해주는 거야. 할머니 우체국 다닐 때, 감사 나오면 저녁에 식사 대접하고 술집에서 색시 불러 가지고 감사 나온 사람한테 (연결해주고 그랬어) 그때가 벌써 67년도인데, 응. 그런 작은 우체국에 감사를 나와도 성상납을 했다는 얘기지. 요즘 말로 하면. 그게 바로 성상납이지 뭐야. 감사한테 잘 봐 달라고 성상납 하는 거지. 남자들 쪽에서 볼 때는 그러겠지. 예전부터 그렇게 해 내려오던 거다, 이리 생각하지.


1970년대에는 법원이 성폭력 피해자를 가해자와 결혼시키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출처:서울신문 캡쳐


Q. 주변 사람들과 성폭력에 관해 이야기 나눠본 경험이 있나요?


다른 데 어디서 이런 말을 해. 없어.


Q. 인터뷰를 하고 난 지금은 내 삶과 성폭력 사이의 거리가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나요?


지금도 마찬가지지 뭐.


Q. 인터뷰를 진행한 소감은 어떤가요?


시원해.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했으니까. 응. 그리고 또 항상 여자들은 강해야 해. 강하고, 자기 스스로를 자기가 지켜야 해.


(사진)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당한 여성을 이상하게 보지 말고 그 상황을 잘 들어 주면서 피해자들을 위로·격려해 주어야 한다. 앞으로의 세상은 여성이 당하지만 말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도움을 주어야 되겠다. - 달빛노을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인터뷰 진행자로 함께 하며,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2019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확대 공모사업인 "성폭력,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다희님이 진행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