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운동
[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
※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윤문 및 편집 외에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을 충실하게 실었습니다. 저마다의 관점과 논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인터뷰 취지에 맞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있을 경우 수정 또는 삭제 요청드리거나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 있게 경험을 나눠주신 인터뷰 참여자 분들께 비난과 질타보다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보통의연대] 015. “영상을 찍어보고 싶다”고 한 남자친구?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유진의 인터뷰
★ 인터뷰 유튜브로 보기 : https://youtu.be/mq9RTPAUbNI
저는 [장기 기증에 대하여]라는 첫 번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25살 이유진입니다. (https://m.post.naver.com/my.nhn?memberNo=40990878)
Q. 성폭력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나요?
네. 항상 그런 보도와 이야기들을 듣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무슨 감독이 어떤 배우를 성폭력 했다든지. 주변에 있는 상황이나 그냥 같은 직장에서도 벌어지는 일들이라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성폭력 관련 영화를 본 적 있나요?
저는 독립 영화 관련된 걸 좀 찾아보는 편이에요. 직접 영화관에 가기도 하지만 포스터를 본다거나 아니면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봐요. (성폭력 관련 영화는) 엄청 자세히는 안 보고 포스터나 유튜브에 짧게 나오는 것만 찾아본 것 같아요.
느낌을 그냥 말로는 못하고 손으로 표현한다면 (양손을 벌려 거리를 두는 동작을 하며) 이런 느낌이에요. 조금 클릭해서 보게 되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어려워요.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요. 그 사람들의 마음을 내가 다 이해할 수 없을 것 같고, 이것도 핑계일 것 같지만, 보는 것 자체가 제가 가해를 한 것도 아닌데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살짝이라도 보고 있으면. 잠깐은 볼 수 있지만 오래 그 영화를 보다 보면 하루종일 기분 나쁜 마음이 들어요.
피해자가 잘못된 게 아니라, (가해자가) 처벌되는 과정이나 그런 게 부족하다는 마음이 들어서 속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발자국 떨어지게 되는? 그런 모션을 취하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Q. 친구들과 성폭력 관련 대화를 나누기도 하나요?
친구들끼리 단톡방이 있잖아요. 제 경우에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성폭력에 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왜냐하면, 저는 어렸을 때 좀 좋지 못한 일화가 있어요. 성폭력이라기보다는, 음, 성추행이긴 한데, 아주 직접적으로 저와 있었던 일은 아니고 그냥 제가 짧게 겪었던 일이에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점점 친구들끼리도 “나 이런 일 있었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 후부터 뉴스나 유튜브 같은 거 링크를 서로 나눠보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친구들과는 교류하고 있어요.
(친구들의 반응이 어땠냐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한테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어요. 내 옷차림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는 경우도 있고, 술을 마셔서 그렇다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서로 ‘이건 피해자의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걸 다 알게 됐어요. 친구들이 한 1년 전부터 그런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까, ‘우리가 생각했던 건 잘못된 거구나’, ‘어떻게 해야 가해자가 처벌을 잘 받을 수 있을까’ 서로 지속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왜 여자로서 아니면 성폭력 피해자로서 힘들게 살아가야 할까’ 이런 이야기도 점점 더 하는 것 같아요.
Q. 미투 운동에 관해서 주변 사람들하고 이야기해보았나요?
음, 저는 미투 운동을 정말 지지하는 사림이어서요. 연예계나 영화계, 아니면 정치계 그런 데서 이슈가 터지고 있잖아요. 그동안은 사람들이 두려워서 제대로 자기 할 말을 못 했지만, 한명 한명씩 소리를 내다 보니까 소리를 낼 수 있는 거죠. 정말 말 그대로 서로가 연대가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내 피해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사실 피해자들한테 너무 슬픈 일이지만, 같이 연대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한 것 같아요.
남자인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저한테 ‘얘 왜 저러지’라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어요. ‘네가 당한 거 아니잖아’라는 말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 다른 말로 돌려버리거나 그런 상황을 피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제가 ‘나 미투운동 정말 지지하고, 피해자들이 너무 상처받았을 것 같아’라고 말을 하면, ‘너는 그런 일 안 겪을 거잖아’라고 말하면서 같이 있는 친구들한테 ‘너는 얼굴이 뭐 어떻고’ 장난식으로 이러는 거예요. 왜 이렇게밖에 생각을 못 할까?
성폭력 자체가 그 사람의 외모, 학벌, 능력, 이런 것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는 게 아니잖아요. 가해자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데 그걸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조금 속상한 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미투운동을 가지고 광고로 만드는 기업들도 몇 개 있고, 미투운동을 희화화하는 그런 분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더라고요. 그게 또 2차 가해라고 생각해요. 미투운동을 희화화하고, 열심히 힘을 내고 있는 분들한테 희화화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분들이 미투운동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이 커요.
Q. 혹시 단톡방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거나 성희롱을 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나요?
버닝썬 사건 이후로 아이돌 멤버의 사진이 떠돌더라고요. 그게 저희 단톡방에도 넘어왔어요. 옮기는 사람도 그걸 옮기면 안 되는 건데, 한 친구가 그걸 저희한테 보낸 거예요. 다행히 저희 단톡방에 있던 친구들이 다 하나같이 ‘너 이거 왜 보냈어? 이거 법으로 걸려. 그리고 안 돼’라고 말을 해서 이게 문화가 됐어요.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서 그 일을 겪고 나니까 나도 모르게 내 사진이나 내가 모르는 영상이 남들에게 쉽게 보여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내 일은 아닌데, 나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고, 내 가까이에 있는 친구가 그 영상, 그 사진을 우리한테 보내줬다는 게. 그 친구한테 실망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자주 연락을 안 하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 슬퍼요.
Q. 공중화장실에 뚫려있는 구멍을 휴지로 막아놓은 것은 본 적 있나요?
사실 예전에는 구멍이 열쇠고리 자리를 옮기려고 뚫어놓은 줄 알았어요. ‘여기는 고장이 자주 나나 보네’ 그렇게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그게 몰래카메라(불법촬영)를 위한 구멍이었던 거예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왜 그 사람들은 화장실에 구멍을 뚫어서 몰래 여성들을 촬영하는지 좀 궁금했거든요. 그 심리도 궁금하고. 그래서 화장실을 돌면서 찾아봤어요. 더 놀랐던 게,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화장실보다 많이 가는 화장실에 더 뚫려있었어요. 서울역이나 사람들이 많이 있는 대학로, 그 근처 화장실에 정말 많은 구멍이 뚫려있었어요.
사실 제 경우에는 아마 몰래카메라를 찍혔더라도 괜찮을 수 있어요. 당연히 그러면 안 되지만, 만약에 그게 퍼졌다고 하더라도 잠깐 수치심이 (들고 끝이니까)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아니라 혹시 그런 피해에 대해서 자기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 구멍들을 보면 매니큐어나 휴지로 막았어요. 그 안에 색칠하면 괜찮다고 들어서. 청소하시는 분들한테 죄송하긴 하지만 일단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여성분들한테도 피해가 생길 수 있는 거니까.
그걸 보면서 ‘왜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 힘들게 하지?’라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진짜 불법촬영하는 분들이 싹 다 전멸했으면 좋겠어요(웃음)
Q. 다른 사람의 옷차림을 지적하거나 지적받은 경험도 있나요?
둘 다 있는 것 같아요. 분명히 남의 옷이나 화장이나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상황들이 있잖아요. 내 친구가 같은 성별이 아닌 다른 성별과 어딜 떠났는데, 혹시 그 친구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혹은 친구가 밤늦게 집에 오는데 걱정스러우니까. 그 친구를 못 믿는 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못 믿어서요.
책잡히기가 싫은 거예요. ‘네가 그 옷을 입어서 그런 거야’라는 말을 내 친구가 듣거나 아니면 내가 듣는 게 싫어서. 친구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너 올 때 조심하고 나한테 연락해’, ‘너 옷 짧은 것 같아’라는 식으로 가끔씩 말을 해요. 그리고 저도 부모님이 굉장히 신경을 쓰시고 있어요. 엄마는 사실 옷차림에 대해서 자유로운 편인데, 혹시 내가 노출 때문에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간혹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절대 옷차림의 문제가 아니고 가해자들의 문제이지만, 피해자들은 연약한 사람이 타겟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걱정되는 마음으로 친구들이나 저 스스로한테 (지적을) 한 것 같아요.
Q. 내가 성폭력을 겪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내 생활에 제약이 생기는 거네요?
정말 많지 않을까 싶어요. 너무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화장실이 정말 으슥해 보이는 곳에 있거나 나 혼자인 상황에서 그때 두려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만약에 내가 화장실에 가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촬영하고 있거나, 아니면 갑자기 문을 따고 들어온다거나, 그런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요.
엘리베이터에 갑자기 누군가랑 같이 있는 상황일 때도, 나보다 몸도 크고 키도 더 큰 사람이랑 함께 있는데 그 사람이 모자라도 쓰고 있으면 두려워요. 밤에는 특히. 사람 없는 길만 가도 누가 따라오면 두려운 것 같아요. 그분들을 탓하고 싶진 않지만, 제가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이에요. 예전에는 친척 오빠가 절 놀라게 한 적이 있는데, 그 놀램마저도 저에게는 두려움이 되는 거예요. 여기저기에 두려움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Q. 실제로 내 주변에서 성폭력과 관련된 상황이 있었나요?
초등학교 때, 그냥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변태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분이 있었어요. 저는 그냥 ‘변태 할아버지인가 보다’ 별명인 줄 알았어요. 변태라는 게 그렇게 (성폭력을 떠올리게 하거나) 엄청 크게 다가오는 별명은 아니어서요. 항상 흰 옷을 입고 있으셔서 그런가 보다 했어요.
하루는 길에서 친구들을 만나게 돼서 이야기하다가 멈춰있는데, 그 할아버지가 제 옆을 지나가시는 거예요. 인식도 못 했어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갑자기 누가 제 엉덩이를 움켜쥐는 거예요. 어린애를. 이게 뭐지? 싶어서 엄청 크게 소리를 질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옆을 봤더니 그 할아버지가 저를 슬쩍 보고 그냥 가시는 거예요. 친구들은 왜 그러냐고 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아이가 어떻게 설명을 하겠어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고, 집에 도착해서 엄마한테 말을 했어요.
그때 엄마가 가서 ‘혹시 할아버지께서 아이들이나 다른 애들 몸을 만지거나 치신 적 있냐’고 정말 정중하게 여쭤봤어요. 그 할아버지는 당연히 안 했다고 했죠. 어린 나이였지만 되게 쎄했어요. 저는 그때 그 할아버지랑 눈을 마주치는 게 정말 두려웠어요. 왜냐하면, 만날 보던 사람이었고, 혹시 또 무슨 일을 당할까 봐.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하니까 증거도 없고 할 말도 없어서 엄마가 ‘알았다’고, ‘혹시 이런 일이 또 있으면 가만 안 두겠다’고 하고 그냥 왔어요.
그때 이후로 누군가가, 이성이나 그 나이 또래의 할아버지들, 아니면 아저씨들이 저에게 다가오면 저도 모르게 꺼려지는 게 있더라고요. 이 얘기를 하니까 갑자기 몸에서 열이 나네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제가 4년 정도 사귄 남자친구와 관련된 이야기예요. 이건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전 남자친구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20살 때부터 만났으니까. 그런데 다른 건 다 완벽했는데, 2년 반 정도 만났을 때 그 친구가 저한테 ‘영상을 찍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생각하는 그 영상이 맞나 싶어서 ‘뭐라고?’라고 하니까, 자기는 자기만 보고 싶대요. 지금 와서 만약에 누가 ‘나 영상을 찍어보고 싶어’라고 하면 당연히 안 된다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게 잘못됐고, 그렇게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무례하다는 걸 지금은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 당시에는 사실 갈등을 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뭔가를 원하는데 그걸 해주면 안 되나? 해줘야 하나? 라는 고민도 있었어요.
다행스럽게도 그때 저는 그걸 거부했어요. 마음이 쎄하면 당연히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 친구가 실망하더라고요. 실망을 해서 저도 사실 기분이 좋지는 못했어요. 남자친구를 힘들게 한 것 같아서. 그 일이 있고 나서 저는 그 친구랑 사랑하는 관계를 하는 게 좀 꺼려지더라고요. 혹시 나를 몰래 촬영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것도 있고, 그때 잘못된 건 몰랐지만 마음속으로 ‘이건 아니다’라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너 나 사랑하는 거 맞아?’
사랑하는 관계에 있어서 영상을 찍고 싶다고 말을 했었고, 관계를 맺지 않으면 실망스러워했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무언의 압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이 친구를 실망시킬 것 같아서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잖아요.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자기는 원하지 않는데 남자친구가 원해서 하는 경우도 많고. 나중에 헤어지고 나서 그 친구한테 전화를 했어요. ‘네가 나한테 이렇게 했던 행동들은 잘못됐고,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한테는 절대 그러지 말아라’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할 수가 없더라고요. 연락이 안 되어서. 지금은 뭐 할 순 있겠지만 하고 싶지 않고.
혹시라도 저처럼 남자친구 아니면 여자친구가 영상을 촬영하자고 했을 때, 본인이 촬영하기 싫음에도 압박감을 느끼거나 촬영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동의하고) 촬영을 했더라도 그 영상이 퍼질 수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래도 그건 절대 본인의 잘못이 아니고, 몰래 영상을 찍는 게 문제고, 혹시라도 그런 것 때문에 고민이신 분들이 있으면 여기 분명히 도와주실 분들도 계시고,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상을 촬영하시는 모든 분들이 이런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절대 촬영은 하면 안 되고, 서로 사랑한다면 그 자체에, 그곳에서만, 서로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Q. 내 삶과 성폭력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음, 그냥 붙어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거리 자체가 없고, 그냥 항상 붙어있는? 어떻게 보면 정말 모르는 사람에 의해서 내 신체가 만져짐을 당한 적도 있고, 정말 사랑하는 사이에서 예의 없게 행동했던 경험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성폭력이라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일부분도 아니고 전체인 것 같아요. 거리감을 느낄 수 없어요. 네, 이건 거리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자신한테 붙어있어요.
(사진)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함께 소리치고 함께 이겨내기!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인터뷰 진행자로 함께 하며,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2019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확대 공모사업인 "성폭력,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김엘라별이님이 진행하였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