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운동
지난 6월 27일 일요일, 숭례문 광장에서 한빛 광장까지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되었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원래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매년 수만 명이 함께해온 무지갯빛 행진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방역 지침에 따라 최소 인원으로 행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올해는 그동안 서울퀴어퍼레이드에 꾸준히 함께해온 단체들의 사전 신청을 받아, 선정된 참여자가 6개 조로 나뉘어 순차적으로 행진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그중 6조로 함께했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에게 배정된 참여인원은 단 1명. 활동가들은 치열한(?) 가위바위보 대결을 펼쳐야 했습니다. 첫 승자는 트럭에 올라가는 줄 알고 신이 난 백목련 활동가였는데, 갑자기 개인 사정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되었어요. 호들갑스러운 재대결 끝에 성문화운동팀 앎 활동가, 바로 제가 올해 서울퀴어퍼레이드에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소규모 행진이라서 트럭은 없었지만, 사람들과 모여 행진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어서 설레고 들떴습니다.
6조는 비온뒤무지개재단,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총 4개 단체가 함께했어요. 마지막에 출발하는 조여서 대기 시간이 유독 길었는데,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각자 챙겨온 무지개 굿즈도 자랑하고 함께 깃발과 깃대를 정비하면서 연대의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선글라스와 마스크로 무장했던 저는 다음날 이마만 새까맣게 타버린 얼굴로 출근하게 됩니다).
앰프를 실은 작은 전동트럭이 앞장 섰고, 참여자들은 둠칫둠칫 리듬을 타며 출발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약 1년 6개월 간 집회나 행진을 하지 못했던 저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볼 때마다 큰 소리로 구호("차별의 시대를 불태워라!",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를 외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야 했어요. 정신차리자, 앎! 퀴퍼는 그런 분위기(?) 아니잖아. 게다가 코로나19 시국에 함부로 구호를 외치다가 비말 전파로 욕 먹으면 어떡해. 아쉬운 마음에 피켓이라도 보란듯이 높이 들었습니다.
행진이 끝난 한빛 광장에서는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실시간 중계하는 [어디서나 무지개 라이브 : 온라인 무대]를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조의 행진이 끝난 후에는 온라인 무대에서 일부 참여자들의 발언을 듣는 시간이 이어졌는데,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집회 참여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발언자 외 참여자들은 일단 해산하고 각자 온라인으로 함께해야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포함된 마지막 조가 도착지점에 다다라 인증샷을 찍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뜨거운 햇빛에 가열된 피부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비가 반가웠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에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는 꼭 마스크 없이 모여서 다같이 춤추며 행진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지난 6월 27일부터 2021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온라인 부스 <퀴어하게, 적극적 합의!>에서는 <적극적 합의 설문조사>와 <나의 적극적 합의 유형 찾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https://www.sqcf.org/sqp2021_booth45
서울퀴어퍼레이드 실시간 중계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다시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Zvb1YzMZyH0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앎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