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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후기]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2022 서울퀴어문화축제,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2022-07-29
  • 130

안녕하세요, 한국성폭력상담소 자원활동가 소연입니다. 저는 지난 7월 16일에 3년 만에 열린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입니다. 저는 이 슬로건의 의미를 우리가 잘 살아가는 것,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 그들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서울퀴어문화축제 부스 프로그램으로 참여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함께 즐기는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저희 상담소 부스에 참여해주셔서 일찍 재료가 소진되는 기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상담소 부스 운영 모습을 포착했는데요, 저와 함께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시죠!

1) 부스 준비

저는 오전에 부랴부랴 일어나서 시청역으로 갔습니다. 먼저 도착하신 활동가분들이 부스를 열심히 꾸며주고 계셨습니다!



(왼) 책상 꾸미는 중! / (중) 상담소 깃발 ver. 6색 플래그로 부스 꾸미기



저기 판넬에 무언가가 적혀있네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2) 부스 프로그램 내용

 그것은 바로! 저희 상담소에서 준비한 부스 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적극적 합의의 5가지 원칙 스티커로 나만의 타로카드 만들기” 프로그램을 준비했답니다! 보통의 타로카드는 어떤 사물이나 인물을 통해 의미를 유추하는데요, 저희도 적극적 합의에 관한 5가지 원칙에 각각의 의미를 부여하여 참여자들이 원하는 적극적 합의의 타로카드를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왼쪽에 있는 판넬은 타로카드 꾸미는 방법에 대해서 적혀있습니다. 내용을 잠시 살펴볼까요?


“적극적 합의 타꾸 하는 법”
1. 부스지킴이에게 준비물을 전달받아요.
2. “적극적 합의를 잘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조건은 무엇을까?” 질문을 떠올려 봅시다.
3.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생각하며, 타로카드의 하얀 공백 면 위에 준비된 재료들을 사용하여 자유롭게 꾸며보아요.
4.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아래 “타꾸”팁을 참고해 보아도 좋아요
: 적극적 합의 5가지 원칙 중 나에게 가장 힘이 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의 타로카드 속 어디쯤 위치시킬까?
: 퀴어플래그 마스킹 테이프와 무지개 스티커 등을 사용하여 나의 ‘퀴어 프라이드’를 어떻게 표현할까?
: 색색이 팬들로 나에게 힘이 되거나 중요한 조건/원칙들을 직접 적어볼까?
5. 나만의 적극적 합의 타로카드 완성!


“적극적 합의란?”
현행 강간죄 판단 기준은 ‘폭행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데 단지 명백한 YES/NO가 동의여부의 전부일까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적 동의 기준이자 지향으로서 ‘적극적 합의’를 제안합니다.
일방향적 수동적 일회적 YES/NO를 넘어
상호적 자발적 지속적인 평등한 과정으로서 적극적 합의.
다음의 다섯 가지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오른쪽에 있는 판넬은 적극적 합의의 5가지 원칙에 대해서 적혀있습니다.



  1. 명시적으로 “깊은 곳에서 길어온 메시지를 바람에 날려 보낸다”

    서로 합의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말 또는 행동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야한다는 뜻입니다. 내 느낌과 생각만으로 상대의 의사를 섣불리 추측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집, 모텔, 술집, 클럽 등 어떤 장소에 있다는 이유로,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노출이 있는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성적 행위를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됩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침묵하였거나, 저항하지 않은 것은 동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2. 의식이 있을 때 “바로 선 검을 타고 정신의 번갯불이 관통한다”
    누군가가 잠들었거나 술이나 약물에 취해있다면 동의를 할 수 없는 상태로 보아야 합니다.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굳이 동의를 받으려고 물어보지도 말아야 하며, 그냥 성적 행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3. 충분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부엉이는 자기 삶의 경험에서 지식의 정수를 빼내왔다”
    모든 당사자는 자신이 동의한 성적 행위가 어떤 성격인지,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되는지, 자신 또는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서로 지켜야 할 권리와 의무는 무엇인지, 다른 선택도 가능한지 등을 충분히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4. 등하 “빵과 장미는 귀 기울이는 곳에서 응답으로 돌아온다”
    모든 당사자는 서로 동등한 관계여야 하며, 성적 행위와 관련된 제안과 결정을 대등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력 때문에,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 상대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하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졌다면 동의한 성적 행위가 아닙니다. “동의”가 권력 차이를 이용한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나 변명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친밀한 관계도 완벽하게 평등할 수는 없으니 모든 관계에서 적극적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관계의 불평등을 해소해 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적극적 합의’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고, 의사를 존중하며 의사소통을 하는 등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실천이 ‘동의의 조건’으로서 중요합니다.

  5. 모든 과정에서 항상 “중요한 건 매번 원을 그리며 반복되고 있다”
    평소 성적 행위를 함께하는 연인 도는 부부 관계라는 이유로 섣불리 합의 과정을 건너뛰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상대가 키스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당연히 섹스도 동의할 것이라고 넘겨짚어서도 안됩니다. 상대의 거절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끈질기게 조르고 설득해서 받아낸 ‘YES’도 동의가 아닙니다. 모든 당사자는 언제든지 서로 합의하고 성적 행위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누군가 도중에 그만하길 원하면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상담소에서 준비한 적극적 합의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성적 동의에 대한 상호 간의 합의가 간과되어왔음을 느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4번 ‘평등하게’ 파트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는 “성적 관계를 위한 적극적 합의가 가능하려면, 나와 동등한 위치의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가?”라는 고민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평등한 관계는 없고, 서로가 가진 위치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해소해가는 과정에서 적극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성적 동의에 관한 내용에 공감하는 많은 분들이 상담소 부스에 오셨고, 성적 동의에 대한 본인만의 타로 카드를 꾸며 가져가셨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도 참여자들이 꾸민 카드를 함께 구경해볼까요?


3) 참여자 모습


   

  

   

저마다의 스타일대로 타로카드를 꾸미는 참여자분들.


많은 분들이 적극적 합의에 관한 타로 카드 꾸미기를 각자의 멋을 부리고 뽐내면서 만들어주셨어요! 저도 참여자분들처럼 적극적 합의에 대한 내용을 알아가고 일상에서 실천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순간이었습니다. 


4) 연대 발언

이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연대 발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은 활동가가 이번 퀴어문화축제 슬로건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에서 ‘함께하자’ 부분에 대하여 발언을 하셨습니다. 동은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던 순간,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 승인을 요구하던 순간, 이번 부스를 준비하면서 느낀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생각한 ‘함께함’은 다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적 공간에 누구나 본인의 존재함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권리들을 보장하는 것임을 설명했습니다. 저는 이 발언을 들으면서 우리가 이 자리에 같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함께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동적인 정치가 우세하고, 혐오와 차별의 가시화에도 불구하고 함께함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발언중인 동은과 싯발을 든 신난 상담소 활동가&자원활동가들.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5) 자원활동가 퀴어문화축제 후기

원영: 퀴어 문화 축제를 진행하면서, 계속 드는 두 가지 의문이 있었다. 첫째는, (해당 혐오발화를 가장 맹렬히 하는 집단은 기독교계이긴 하지만, 꼭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왜 성소수자와 ‘종북’,’빨갱이’등의 수식어가 연합하는가? 둘째는, 20대라는 인구 집단은 적극적 합의, 곧 성적 동의에 대한 호응이 높았다. 이들은 왜 특히나 성적 동의 개념을 자세히 알고 싶어 했나?

정성조(2019)에 따르면, 성소수자도 징병제에 예외란 없으며,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이 위장을 하여 병역 기피를 하는 경우를 식별해야 하기에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한 강한 차별 기제를 가지게 된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지속적으로 위헌 판결심판 신청을 받는 군형법 92조의 6은 이들의 성적 지향으로 인한 성행위 등은 국가의 안보를 수호하는 군대의 기강을 흐뜨러뜨린다는 군사주의적 안보 개념과 직결된다. 그렇기에 국군이 항상 주장하는 (거의 상상 속의) 종북, 빨갱이는 이들과 같은 존재로 등치되는 것이다.

해당 축제에서는 2030대 여성/남성의 호응도가 높았으며, 실제 커플 등이 부스를 함께 방문하여 체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른 논문(김채은, 2022)에서는 경제계층적 차이 등을 통제한 연구에서도 성차가 뚜렷이 나타나며 이는 적대적 반페미니즘과 연결된다고 분석하였다. 2030 남성들은 여성의 자유와 행위성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반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성차는 매우 큰 의미구조 상의 차이를 보였다. 여성은 반페미니스트라 할지라도 성적 동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타났지만, 남성의 경우는 반페미니즘적 정서가 강할 수록 여성의 성적 동의를 왜곡되게 해석하는 경향이 짙었다. 해당 논문은 성적 동의에 대한 개념적 강의가 절실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청 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경찰 등이 지키고 있는 와증에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법원처럼 가방 스캔 검사 등을 할 줄 알았고, 추가적 신원 확인도 할 줄 알았기에 매번 돌아서야 했다. 또한, 시스젠더로서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한가 하는 의문도 있었다. 참가자 신청을 받기는 하지만, 별 과정 없이 들어갈 수 있다. 다만, 건너편에서 반대 집회가 열리기 때문에 기가 빨린다. 정치적 투쟁의 공간이라는 것을 매번 상기시키는 소음 등이 너무 힘들었다. 이를 묻어버리기 위한 축제 위원회 측의 음악도 참여자분들에게 성적 합의 개념을 알리는 데 불편 사항이 되어 버렸다. 귀에 거의 속삭이는 것 같이 말한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성적 합의 개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는 반면, 잘 몰랐다는 분들도 많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10여년의 대중 기획이 빠르게 완료되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소연: 2019년 이후로 오랜만에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게 되어 너무 기뻤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부스 자원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적극적 합의에 관한 프로그램 진행을 촬영하면서 활동가, 자원활동가 분들과 함께 그 순간에 있었다는 것이 뿌듯했습니다. 또한, 각자의 멋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이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차별과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웃고 즐기는 모습이 더욱더 그러했습니다. 제 곁을 스친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당신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계속 서로를 확인해가는 시대를 꿈꾸게 되었고 그 시대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날이었습니다. 행진할 때 비가 많이 내렸는데요, 그 비의 의미를 제 나름대로 생각해봤습니다. 그 비는 우리의 마음을 씻겨주는 것이었고, 깨끗한 마음으로 투쟁의 결의를 다지도록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혐오하지 않으며,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그리고 즐겁고 재미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뜻깊은 날을 함께 만들어주신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와 자원활동가에게 감사합니다.

은화 : 퀴어문화 축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퀴어 축제가 있는 날이면 항상 이를 두고 혐오의 세력들이 슬그머니 나타나 혐오 시위를 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퀴어문화 축제 당일, 서울 광장을 경계로 바깥에서는 혐오의 목소리가 남발했다. 

재밌던 부분은, 마치 퀴어문화축제가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도되고 이야기되는 것과 달리,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광장 밖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광장 안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축제였다. (비도 와서 워터밤 축제에 온 기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모습으로 부스를 즐기고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모든 축제가 그러한 일상적인 페스티벌의 공간이었다. 

바깥과 안의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끼며, 과연 진정으로 이 사회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안쪽의 사람들과 사람을 혐오하는 바깥 쪽의 사람들.. 

한편 이번 축제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길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광장으로, 거리로 나왔다. 혐오의 목소리에 맞섰고, 혐오의 목소리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즐거움과 행복을 찾았다. (사실 축제하는 동안에는 부스 참여하기 바빠서 밖의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언제나, 항상, 혐오의 목소리에 맞서 우리가 이길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후기는 콘텐츠기자단 '틈' 소연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