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운동
지난 9월 17일 오후 3시-6시, 합정역 인근의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남성을 위한 적극적 합의 보드게임 카페>가 진행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총 4명이 워크숍에 참여하였습니다.
1. '선물입니다' 보드 게임
먼저 서로에 대해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상담소 활동가들의 안내에 따라 '선물입니다' 카드 게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선물입니다'에서는 참여자들끼리 선물 카드를 주고 받을 수 있는데요, 기본적인 규칙으로는 상대방이 내가 어떤 선물을 주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 선물을 받을지, 돌려줄지 결정해야 됩니다. 선물은 좋은 선물일 수도, 나쁜 선물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점수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결정해야 되었습니다. 저희들은 한가지 규칙을 추가했는데요, 활동가들께서 준비해주신 미션 카드를 한장씩 받고, 서로에게 알려주지 않으며 저희들의 '미션'을 완수하는 것이였습니다.
제가 받은 '미션'은 오른쪽의 참여자에게 거절받든지 상관없이 연속으로 3번 선물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다행이 제게는 집, 노트북, 시계 같은 좋은 선물들이 있었고, 제 오른쪽의 참여자 분도 좋은 선물을 주는 저를 신뢰하셨던 건지 계속 선물을 받아주셨습니다. 플레이를 하고나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어 보았는데요, 저는 제 오른쪽 참여자 분께서 제 선물을 계속 받아주시기는 했지만 제 행동이 부담스러웠고, '나한테 왜그러지?'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참여자 분들도 각자의 미션을 클리어하는데 성공하였지만, 서로가 서로의 미션을 모르니 각자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의아했다는 점을 서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플레이할때는 규칙을 조금 바꾸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선물을 줄 때 받는사람, 주는사람 둘 다 어떤 선물인지를 알 수 있고, 제일 점수가 높은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닌, 점수가 너무 낮아져서 지는 사람이 없도록하는데 성공하면 모두 이기는 게임으로 바꾸어 진행하였습니다. 첫번째 게임보다는 긴장감은 덜하지만, 서로 계속 고민하고 서로의 행동에 모두가 감탄하며 금방 게임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낀 점들을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모두들 서로가 나쁜선물을 주는지, 좋은 선물을 주는지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서 편했다는 말에 동의를 했습니다. 서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지 모두 알 수 있다면, 서로 오해하고, 혼자 상처받을 일이 없겠지만, 사회를 살아가며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고 소통하는것이 때로는 시간이 부족할 때도있고 , 어렵고 부끄럽게 느껴져서 숨기고 싶을 때도 있는 등 현실적으로 고려할 점이 많다는 점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2. 나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적극적 동의
다음으로는, 활동가들께서 준비해주신 동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조건들이 적혀있는 카드를 가지고, 저희들이 생각하는 적극적 동의에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해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에 참여하면서, 저는 상대방에 대한 친밀감과 믿음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고, '말', '행동', '표정'을 통한 동의는 '관계', '사람', '친밀감'등을 통해 확인한 점들의 마지막 확인 및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이러한 제 생각을 다른 참여자 분들과 나누었는데, 다른 참여자 분들도 비슷하게 생각했다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많이 놓였습니다. 상대방이 생각하는 적극적 동의의 기준은 저와는 또 많이 다를 수도 있고, 상대방의 기준에 대해서 고려해보지 못했던 순간들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해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적극적 합의 서포터즈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 합의가 있었는지 고민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활동을 해보았습니다. 활동가님께서 특별히 고안하신 카드들을 사용해 몽타주 처럼 다양한 적극적 합의가 있었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상황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참여자 모두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깊게 고민해해보고, 조언 해주고 싶은 말을 적고 서로 공유해보았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각자의 경험에 대해 적극적 합의의 관점으로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는 점도 서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준비된 활동들이 끝나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는데, 참여자 분들께서 표정으로도 다들 너무 만족해 하시고 끝내기 아쉬워하는 모습들이셔서 저도 조금 슬펐습니다. 지금까지는 왜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많이 없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오늘 워크숍을 준비해주신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분들께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오늘 저희가 한 활동들이 온라인 형태로 다른 사람들도 접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후기는 메릿 회원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댓글(1)
보드게임을 활용한 교육 너무 좋네요. 거부감도 없을 것 같고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