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운동
2024년 6월 25일, 북클럽 <폭주하는 남성성의 현재들> 2회차 모임이 이뤄졌다. 이안젤라 홀에 총 12명의 북클럽 회원들이 모여 온라인 공간에서의 남성성을 분석한 세 개 논문(「남성 중심 온라인 공간의 미투 운동에 관한 담론 분석」, 「2030세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와 남성성 규범: 반 페미니즘 정서를 중심으로」, 「한국사회 보수우파 안티페미니즘의 담론과 실천: ‘20대 남성’과 보수개신교 안티페미니즘을 중심으로」)을 읽고 각자가 의미있게 읽은 내용들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1. 2회차 텍스트 이해
언론보도와 정치권의 인용과 발화를 통해 정치화되고 확장된 ‘젠더갈등’의 프레임은 계층간, 세대간 불평등과 정치적·경제적 양극화,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와 같은 문제들을 청년세대 내부의 젠더갈등으로 환원하면서 갈등을 오히려 조장하는 행보로 비판받고 있다(일명 ‘젠더 갈라치기’, ‘젠더 포퓰리즘’).
하지만 21년 6월 페미니즘을 ‘불공정’ 행위로 비난하고 시험과 경쟁을 통한 분배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20대 남성’의 대변인을 자처한 이준석이 보수정당 최초의 30대 원외 당대표로 선출된 사례, 20대 대선에서 성폭력 사건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사례 등은 안티페미니즘 수사학의 정치적 효과로써,
오늘날 한국사회 현실에서, 안티페미니즘의 실천이 디지털 하위문화나 소수 ‘극단적’ 남성들의 정서나 실천의 경계를 넘어 한국사회 주류정치의 구도를 결정하는 정치적 변수로 부상하는 확장적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김보명, 2024: 184).
북클럽은 이러한 현실 진단 위에서, 공원 성폭력 사건, 페미니스트 편의점 폭행 사건, 넥슨 성차별 논란 등 한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여성혐오 사건들을 바라본다. 북클럽의 4회차 모임은 텍스트들을 자원 삼아 여성혐오 사건들을 온라인상에서의 남성성/남성 커뮤니티 문화에서의 남성성 개념으로 포착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지난 시간에는 도서 『인셀 테러』를 통해 매노스피어(여성혐오 커뮤니티)의 활동에 대한 분석, 매스노피어의 활동과 ‘테러적’ 성격의 여성 폭력을 하나의 관점으로 읽어내야할 필요성, 매스노피어에 대항하는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1회차 후기 참고: [후기] 로라 베이츠, 『인셀 테러』 - 북클럽 <폭주하는 남성성의 현재들> 1회차), 2회차의 텍스트들은 한국 상황에서의 온라인상에서의 남성성 담론과 여성 폭력으로써의 그 실천 활동들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현재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적 이해 위에서 구조적 차별을 거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 ‘20대 남성’들의 활동은 [연애 경험(연애 가능 여부)을 자기계발에 성공함으로써 서열상 보다 더 완성된 ‘남성(인 것)임’을 합리적으로 보증하는 지표로 이해하는 한편, ‘페미’를 거를 수 있느냐를 통해 남성성을 구성하는(*따라서 페미를 거를 수 있느냐는 연애 역량과도 불가분하다.)] 여성혐오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차원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하거나 페미니스트 메세지와 연루되는 노동자, 상품, 기업들을 남성들의 소비자 주권과 선택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시장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반하는 ‘정치성’ 혹은 ‘이념적’ 행위로 간주하고, 교육의 차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세뇌 교육으로 이해하며 각각을 체계적으로 거부하는 ‘실천적/정치적 테러’의 활동들로 실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텍스트들은 현재 엘리트 보수남성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실천과 만나며 주류정치적 현상으로 수용 및 번역되기 시작해온 ‘20대 남성’들의 안티페미니즘과 남성피해자 담론과(김보명, 2024), 그 기반에 있는 (페미니즘으로 인해 남성들이 받는 피해와 공정성의 침해를 호소하는) 남성 ‘피해자’ 정체성이 미투 국면 당시, 2030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폭력을 이해하는 핵심인 ‘권력’에 관한 왜곡된 이해와 그를 기반으로 한 성폭력 가해자를 ‘권력’을 가진 일부 남성들의 문제로 분리/“남성-약자” 세대론에 관한 믿음을 강화해 온 문법들(김수아, 2018),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능력주의와 개개인의 입장에서 인식되는 공정성의 감각으로부터 점차 남성 역차별 정서와 남성의 적대자로서 페미니스트 개념이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양상(김수아, 2022) 위에서 발생되었다는 점을 시계열적으로 변화/발전되어온 양상을 보여준다.
2. 소감과 고민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 입장에서, ‘페미니즘의 논의를 공론장에 안착시키는데 있어, 이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갖게 한다.
이 고민은 크게 두 가지 갈래를 갖는다.
첫 번째는, 고민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정보들을 더 모으고 참고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이다. 페미니즘 논의를 공론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활용할 수 있을까, 그 방법들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참고해야 하는 또 다른 연구자료들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일례로,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고민한다고 하였을 때, 우리는 발화 내용이 현재 형성된 남성 정체성의 구체적 내용과 동일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며(김수아, 2018: 189), 남성성 규범의 실천 과정에 대한 논의를 수용자 연구들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그리고 수용자 연구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용 경험에 관한 연구 혹은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수용 양상 등에 관한 연구들이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자료들의 수집은 자칫 그 양이 너무 방대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에 앞서 보다 구체적인 목표가 정립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여, 나름으로 그 목표를 정리하고 다음시간에 참여해보아야겠다는 개인적인 할 일이 생겼다.
다른 한편, 두 번째 갈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내 안에서 피어나는 묘한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이는 ‘너무나도 사회에 적응적인 탓에 구조를 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개인들’을 설득해 변화시키는 것이 어느만큼 가능한가’에 대한 것으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구조에 대한 이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그것을 강제하는 순간 개인 단위에서 발생하는 ‘폭력적’ 측면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구조에 대한 이해가 곧 자신의 변화의 필요성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과 맞닿는다.
한 개인이 변화되기 위해 얼마만큼의 자원들이 투여되어야 하는 것일까를 지금껏 고민해오며, 내가 갖게 된 것은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옳다고 믿는 어떤 가치나 윤리가 타인들에게 과연 어떤 힘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특히 두 번째 갈래는 스스로에게서 문화정치를 둘러싼 고민을 무력하게 포기하게 하므로, 조금 더 중요한 지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