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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후기] <서울시 성교육 정책 퇴행 반대! 포괄적 성교육 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
  • 2025-07-30
  • 65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인턴활동가들이 피켓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오전 10시 30분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성교육 정책 퇴행 반대! 포괄적 성교육 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소속단위로서 발언과 참여로 함께했습니다. 


지난 6월 서울시가 개정한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포괄적 성교육’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표현 사용은 제한되고,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대체하며, ‘연애’는 ‘이성교제’로 축소하도록 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포성넷은 이는 단순한 단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존재와 다양성을 지우고 차별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리박스쿨’ 등 특정 종교 보수 세력 기반의 편향적 콘텐츠가 성교육 현장에 유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지요? 이로 인해 공교육의 중립성과 신뢰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서울시민의 신뢰 또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 성교육 퇴행은 더욱 문제적으로 여겨집니다. 서울시는 성교육에 정치적, 종교적 편향을 방치하거나 묵인하지 않고 공적 책임의 무게를 직시해야 합니다.    


당일 기자회견 함께한 인턴활동가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성교육 정책 퇴행 반대!> 기자회견에 50여명이 넘는 참여자들이 '포괄적 성교육 정책 추진' 등의 문구가 적혀진 피켓을 들고 있다.    


수림 인턴활동가  

저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인턴 활동을 하고 있는 수림입니다. 서울시 성교육 정책의 퇴행을 규탄하고 포괄적 성교육 정책의 추진을 촉구하는 7월 24일자 기자회견에 참석했고, 이에 느낀 바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우선 본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전 연서명에 동참하면서 해당 사안을 다룬 여러 기사들을 살펴보았었는데요. 표면적으로는 사소한 용어의 수정/삭제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상 아동·청소년 교육 과정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노골적으로 지우고 미성년자의 성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느껴져서 충격적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행보가 최근 드러난 정치계-종교계의 밀접한 결탁, 리박스쿨 사태 등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은 더욱 문제적입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전국성교육강사협회의 이한 활동가님,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옥희 활동가님, 무지개행동과 띵동의 선호찬 활동가님, 양육자 홍주님,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님의 발언이 있었는데요. 다섯 분의 발언 모두 서울시 성교육 정책 퇴행에 반대하고 포괄적 성교육 정책 추진을 촉구하는 내용이었으나, 현 서울시의 정책 방향성이 왜 문제적인지 각자의 전문 분야와 위치에 맞추어 조명해주셔서 여러 각도에서 본 사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첫번째 발언자로 나오신 이한 활동가님께서는 직접 성교육을 진행하시면서 교수자의 입장에서 여러가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성에 대한 아동·청소년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불충분한 성교육이 이러한 현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현장 전문가의 시선에서 말씀해주셔서 그 심각성을 특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홍주님 역시 직접 양육자의 입장에서 지금 우리에게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지적해주셔서 청소년 신분을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으로서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언대에 오르신 김혜정 소장님께서는 이러한 현상 뒤에 놓인 배경을 날카롭게 짚어주셨는데, 이것이 단순히 지금 서울시의 일탈적 행위가 아니라 윤 정권 이후로 지속되어온 보수 기독교계와 정치계의 뿌리 깊은 커넥션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오매 활동가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오매/김혜정 발언 전문 보기 

우리는 지난 겨울에서 봄까지, 민주주의와 헌법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서 분투했습니다. 더 나은 민주주의 세상을 열었다고 자부했습니다. 2025년의 민주주의는 성평등, 다양성, 기본권이 단단히 실현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시민들은 광장에서 평등과 차별금지를 적극 지지하고 실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어떻습니까? 정/교분리, 그러니까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은 상황을 노골적으로 목도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가 잠입취재하여 ‘리박스쿨’의 실체를 알렸는데요. 리박스쿨은 이승만과 박정희가 이 건국의 아버지라는 사상을 초등학교에서 교육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보수정치선동에 보수개신교가 있습니다. 리박스쿨 강사에 전광훈 목사의 가족이, 또 강사 중 일부는 대전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수탁한 개신교 기반의 단체가 있었습니다. 리박스쿨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정치적 활동을 했던 다음세대를위한학부모연합 조우경 대표는 서울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제작 TF 자문위원’에 들어가 ‘성경적 성교육’ 관점으로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을 개정하게 했습니다. 960만명이 살아가는 대도시 서울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까? 


서울시는 교육부 고시를 따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2022년의 교육부 고시가 무엇입니까?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교육부의 교육과정을 심의의결하면서 중고교 보건 교육과정에 있던 ‘섹슈얼리티’ 등의 용어를 삭제했던 것 아닙니까. 또 성적자기결정권 용어도 ‘강압으로부터의 보호’ 외에는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웃지못할 의결이 아니었습니까? 이러한 퇴행을 추동한 곳은 한국교회총연합과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등 보수 개신교 집단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때 본격화된 정치와 보수교회의 합작이 불법계엄과 탄핵의 시기를 넘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적 성교육을 주장하는 보수 개신교 단체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수탁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교육부 정책에 민원공세를 하는 것을 방치하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교회에서 표를 못 받을까봐, 교회에서 표를 받을 수 있을까봐 정치인들이 쉬쉬하고 침묵하는 동안에 어떤 시간이 다가올까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를 배우던 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그 시대에 배우고 몸에 주입하던 ‘남성성’과 ‘여성성’의 실천은 어떤 표정과 몸짓과 말투와 성역할로 살게 했던가요? 어떤 폭력과 착취, 억압, 약탈이 있을 때도 참게 하고, 말하지 말게 하고, 부끄러워하게 했었나요. 남성으로 부당하게 겪게 되는 폭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교회라는 질서, 학교라는 구조, 가족이라는 관습이 방조하고 방치해온 폭력과 왜곡을 뚫고 다른 삶을 지어왔습니다. 그렇게 겨우 얻은 새로운 관계, 새로운 주거, 새로운 지식과 해석, 상상과 실천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울시 의회에 요구합니다. 정부와 국회에 요구합니다. 서울시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부처에 침투하고 있는 보수개신교, 보수정치세력들의 기괴한 혐오발언과 악성민원공세를 뚫고 지금 이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기 바랍니다. 보수와 극우로 향하는 선동을 명확히 확인하고 정책, 제도, 공공기관으로의 침투를 멈추기 바랍니다. 다양하고 평등한 성교육을 받을 권리는 서울시민들에게, 전국의 젠더노소 시민들에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힘의 차이는 본질이고, 성차별이 질서이고, 폭력이 관습인 시대로는 결코 한발짝도 갈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대중의 경우에는 지금의 성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최근 서울시의 지시가 이후 성교육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포괄적 성교육’의 의미는 무엇이고 포괄적 성교육으로의 이행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저도 처음 이 사안을 들었을 때는 무언가 문제적이라는 건 직감적으로 알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기는 어려웠거든요. 따라서 후속 보도나 자료에서 현 상황을 좀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신다면, 이 문제가 대중들에게 더욱 빠르게 가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후속보도 함께 보기


승호 인턴 활동가 

서울시가 성교육 매뉴얼을 개정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은 ‘포괄적 성교육’, ‘연애’, ‘성소수자’라는 표현을 지우겠다는 것입니다. 대신에 ‘이성 교제’나 ‘사회적 소수자’와 같은 표현으로 바꾸라고 합니다. 딥페이크 성폭력이 이미 만연하게 자리 잡은 학교로부터 폭력, 혐오, 차별 없는 안전한 학교 현장을 만들기 위한 개입 방안을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청소년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러한 결정은 사소한 표현을 고치는 것을 넘어서 포괄적 성교육을 삭제하고, 청소년 성소수자를 교육 현장에서 배제하겠다는 적극적인 차별 조치이며, 청소년과 성소수자를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학교에서 이미 지워지고 있습니다. 혐오 표현과 차별이 난무하는 학교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거나 동의 없이 자신의 정체성이 밝혀져 피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화장실과 탈의실 사용을 꺼리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누군가는 학업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존재를 지우고 혐오와 차별을 묵인하는 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존, 공생,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교육 현장이라면 더욱 그래야만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 포괄적 성교육의 적극적 도입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인권 침해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간 페미니스트들은 ‘강제적 이성애’, ‘이성애규범성’ 등의 개념을 도입하면서 성별 이분법과 시스-이성애가 그 자체로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게 아닌, 여성 억압과 가부장제의 효과임을 밝혀왔습니다. 성교육에서 성소수자를 지우고, 시스-이성애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겠다는 것은 이미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겠다는 선언임과 동시에 가부장적 지배 질서를 그대로 답습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그렇기에 서울시의 행보는 단지 청소년 성소수자에게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라는 언설 속에서 정작 비정상적이라는 이유로 보호의 대상이 아닌 배제의 대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연대와 적극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합니다.


👉공동성명서 함께 보기 

“청소년의 권리와 성평등을 지우는 서울시 성교육 정책 퇴행을 규탄한다” 


지난 6월 서울시가 개정한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은 교육의 공공성과 청소년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퇴행적 조치이다. 해당 매뉴얼은 ‘포괄적 성교육’,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표현 사용을 제한하고,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대체하며, ‘연애’는 ‘이성교제’로 축소하도록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단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존재와 다양성을 지우고 차별을 제도화하려는 시도이다.


서울시는 교육부 고시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면피에 불과하다. 교육부 지침은 ‘최소 기준’일 뿐이며, 지방정부는 지역 청소년의 현실과 필요에 맞는 교육 정책을 수립할 책무가 있다.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성교육을 후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착취와 젠더폭력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성평등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퇴행적 조치는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7월 8일부터 22일까지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된 연서명 캠페인에는 청소년, 시민, 교사, 양육자, 성교육 활동가 등 1,189명의 개인과 142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는 청소년의 성적 권리와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며, 서울시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이다.


특히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리박스쿨’ 등 특정 종교·보수 세력 기반의 편향적 콘텐츠가 성교육 현장에 유입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공교육의 중립성과 신뢰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서울시민의 신뢰 또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성교육은 과학성과 인권, 객관성을 바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서울시가 정치적, 종교적 편향을 방치하거나 묵인한다면, 청소년의 인권과 다양성은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서울시는 공적 책임의 무게를 직시하고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은 보호만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청소년 역시 지금을 살아가는 시민이며,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하며, 다양하게 존재할 권리가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청소년의 현실을 지우려 해서는 안 된다. 성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자기 몸과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이 교육은 정치적, 종교적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과학과 인권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서울시는 포괄적 성교육 삭제 및 성소수자 표현 배제 등 퇴행적 매뉴얼 개정을 즉각 철회하라.

2. 서울시는 성교육 현장에 리박스쿨 등 특정 가치관을 강요하는 편향된 콘텐츠 유입을 차단하라.

3. 서울시는 성교육 정책과 운영 과정에서 정치적·종교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과학과 인권에 기반한 성교육을 보장하라.

4. 서울시는 서울시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공정성을 보장하라.


서울시는 지금 결단해야 한다. 청소년의 존재를 지우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청소년에게는, 그리고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오늘을 위해서는 혐오와 침묵이 아니라, 존중과 다양성을 가르치는 성교육, 즉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이러한 현실과 요구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끝까지 연대하고 행동할 것이다. 


    2025년 7월 24일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외 공동참여 단체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