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청은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의 현수막 게시를 즉각 허용하고,

차별 행위에 대해 사과하라!

지난 해 12월, 마포구청이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의 현수막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차별적 근거와 "주민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등의 혐오발언을 하며 현수막 게시를 거부한 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그간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뿐 아니라 수많은 시민사회 단체들과 마포구 내의 단체들, 그리고 청소년, 대학생, 주민단체들까지도 마포구청의 행위가 명백한 차별행위임을 지적하고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마포구청은 자신들의 태도에 대한 일말의 성찰도 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현수막 문구를 수정하면 다시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라는 용어와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라는 표현이 '과장되고 직설적'이니 수정해야 한다는 마포구청의 요구야말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며, 때문에 우리는 이와 같은 마포구청의 태도에 더욱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마포구청의 이와 같은 차별적 인식과 태도는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의 현수막 게첨에 대한 심의위원회의 회의록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심의위원들이 이 현수막에 대해 '성정체성의 혼돈'을 초래할 수 있으며, '청소년들이 인터넷 검색 등으로 직, 간접적인 왜곡된 유해성 내용들을 접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현수막 게첨에 대한 '조건부 가결'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포구청은 그 근거로써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을 제시하고 있다.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의 현수막이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청소년의 보호, 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과 발언에는 이미 이성애 외의 성적 지향이나 다른 성별 정체성은 '정상적이거나 올바르지 못하고',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라는 혐오와 차별이 명백히 전제되어 있다. 이처럼 차별적인 인식을 전제로 한 채, 조금 '덜 직설적인' 문구로 수정하라는 요구는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성적 소수자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며 '타인에게 유해할 수 있으니'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는 폭력에 불과한 것이다.

이미 마포구청에는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주민으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 누구도 편견과 차별에 근거하여 정상성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댈 수 없으며,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드러내며 의사 표현을 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의 주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다른 주민들에게 이에 대한 메세지를 전하고자 했던 이 현수막의 문구를 좀 더 유화되거나 추상적인 표현으로 수정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난 1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표현한 광고물을 불허했던 서초구청의 행위에 대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지적하고, '광고 내용이 동성애 또는 성적 지향에 관한 것임을 이유로 게재를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와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안 등을 근거로 들어 '국가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금지 조치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즉, 이는 비단 서초구청에 대한 권고일 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 기관에 대한 권고이기도 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어떠한 성찰도, 입장의 변화도 없는 마포구청은 더 이상 '더불어 잘 사는 복지 마포'를 내세울 자격이 없다. 우리는 그간 마포구청에 수 차례의 질의서와 항의 공문을 보내고, 면담을 통해 현수막의 의미와 취지를 밝히는 등 대화와 해결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무런 성찰도 없는 마포구청의 태도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이 요구하며, 마포구청이 이 요구들을 즉각 수용하지 않을 시 성적 소수자 주민들을 비롯한 마포구 주민들과 단체들, 우리를 지지하는 많은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더욱 강력한 항의 행동에 나설 것임을 경고하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1. 마포구청은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의 현수막 게시를 원안 그대로 허용하라!

1. 마포구청은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적 발언과 행위에 대해 반드시 사과하라!

1. 마포구청은 향후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 소수자 인권 교육을 실시하라!

1. 마포구청은 관내의 모든 주민들이 차별 없이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지닌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행정을 시행하고, 향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마포구 인권조례'를 제정하라!

2013년 2월 18일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의 현수막 게시를 지지하는 단체와 개인들

(단체명 가나다순) 교육공동체 ‘벗’/동성애자인권연대/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 자긍심팀’/두리반/마포민중의집/마포 어린이센터 ‘공룡발톱’/마포FM '레주파'/마포FM ’야성의 꽃다방’/망할 세상을 횡단하는 LGBTAIQ 완전변태/서강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 학생회/서강대학교 총학생회/서울대학교 성적소수자 동아리 QIS/성미산대책위원회/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앰네스티 한국지부/언니네트워크/연세대학교 대학원 문화학협동과정 학우들/유쾌한 섹슈얼리티 인권센터(유섹인)/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 자치회/인권교육센터 ‘들’/잡년행동 ‘슬럿워크 코리아’/중앙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레인보우피쉬/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진보신당마포구당원협의회/평화바닥/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한국레즈비언상담소/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