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분노를 넘어 폐지로, 폐지를 통해 평등으로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폐지 캠페인 돌입 기자회견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폐지 캠페인 돌입 선언문]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추행, 더러운 짓을 의미합니다. 원래 계간(남성 간 성관계)을 처벌하는 법이었다가, 항문성교라고 변경되었습니다. 이 법은 군인의 동성 성관계를 영내외 여부, 합의 여부 상관없이, 심지어 성폭력피해자도 처벌하는 법입니다.
이 법으로 인해 군대 내 성소수자들이 일상적인 감시와 색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 상반기, 육군중앙수사단이 온갖 불법적인 조사 과정을 통해 성소수자 군인들을 색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무려 50여명이 넘는 인원이 무차별적으로 취조와 수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각종 전자기기를 이용해 함정수사를 하는가 하면 병사들끼리 서로를 고발하도록 강요하면서 끝없이 수사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그들은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군인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었던 겁니다. 만약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수사가 멈추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성소수자 군인들에게 온갖 성희롱, 인권침해적인 수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평소에 보는 영상의 내용을 묘사하게 하거나 섹스포지션을 물어보는 등 개인의 성적 사생활을 캐물었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 “실망이다” 라고 말하며 성소수자임 자체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서슴없이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누구와 어떤 관계인가, 또 누가 성소수자인가를 끊임없이 물어보았습니다. 법조항만 보면 행위를 처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 법이 진정으로 검열하고 범죄화하는 것은 군내 성소수자 존재 그 자체인 것입니다. 이 법의 존속 목적이 “합숙으로 인한 성충동을 억제하기 위함”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이 얼마나 졸렬한 변명인지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법은 군대 안에서 성소수자를 ‘더러운’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묻습니다. 군기강을 해치는 것이 동성 간에 합의된 성관계입니까? 아니면 국방부가 방치하고 외면하는 숱한 군대의 인권침해입니까? 최근 여성 성소수자 군인의 미투가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남성 상사가 성폭력을 저지르면서 동시에 본인의 성적 소수성을 비하하고 조롱하고 이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국방부가 나서서 수사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사건들입니다. 군대에서 여성을 상대로 하는 이성 간 성폭력이 상당 부분 은폐되거나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그리고 성소수자들을 상대로 하는 수많은 공격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일들은 아예 인지조차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육군 성소수자 색출사건의 책임자들도 사과도 하지 않았고 어떤 처벌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군기강을 해치는 것은 그런 저열한 폭력들입니다. 군기강 저해의 원인을 무고한 사람들에 뒤집어씌우지 마십시오.
최근 국방부는 동성애를 차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군대 특성상 범죄전파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 법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동성 간 성행위가 범죄라는 말입니다. 때문에 그 말은 동성애 차별입니다. 군인의 합의된 이성 성관계를 두고 범죄전파성 운운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 말은 동성애 차별입니다. 동맹국인 미국의 군대에는 게이, 레즈비언 장교들이 많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미국 군대를 범죄소굴로 부를 수 있습니까? 또는 국방부는 한국에서 동성애자는 이 법을 어길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직업군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비논리적이고 구시대적인 통념을 버리지 못하는 국방부야말로 이 시대의 적폐라 할 것입니다.
성소수자 색출사건은 이 법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현재진행중"일 것입니다. 이제라도 폐지합시다. 육군 성소수자 색출사건의 1년 맞아 캠페이닝을 시작합니다. 최근 법원은 추행죄로 기소된 군인에 대해 최초로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이 법은 위헌제청에 의해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이 법의 폐지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저희 군형법제92조의6추행죄 폐지를 위한 캠페이너들은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이 흐름을 더 거대한 파도로 만들고 싶습니다. 오늘부터 6월말까지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고, 군대 내 성소수자에 관한 다양한 폭력들을 드러내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많은 시민분들께서 저희 캠페이너들과 함께 군형법상추행죄의 문제를 알려주시고 사회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군형법제92조의6 추행죄를 반드시 우리 힘으로 폐지합시다!
2018년 4월 13일
군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한국성폭력상담소/ 6개 단체)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폐지 캠페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