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성적으로 직업 차별, 직업으로 사람 차별, 이제 그 고리를 끊자
- 한 사교육 강사의 발언 논란에 부쳐-
지난 1월 13일, 한 사교육 수학 강사가 자신의 인터넷방송에서 “수능 수학 가형 7등급은 공부 안 한 거다. 그렇게 할 거면 용접 배워가지고 호주 가야 된다.”라는 발언을 하여, 특정 직업에 대한 비하라는 논란이 일었다. 해당 강사는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러한 발언이 용접 관련 직업에 대한 비하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이런 발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교육과 입시가 어떻게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수능 성적을 잘 따내면’ 높은 사회적 지위의 전문직 등을 얻을 수 있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경쟁에서 낙오되고 패배한 대가로 힘들게, 더 나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건이 한 명의 사교육 강사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우는 공개된 인터넷 방송에서의 발언이라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우리는 공인이라고 해야 할 정치인이나 국회의원, 고위직 공무원 등의 입에서도 숱한 차별·혐오 발언들이 나오는 것을 심심찮게 보고 있다. 그런 발언들 중 상당수는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우리는 학교나 학원 등의 교육 현장에서는 이 같은 차별적 발언들이 결코 드물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를 위해서라며 또는 분위기 환기를 위한 농담이라며 특정 진로, 직업, 대학 등을 비하하는 발언을 곧잘 한다. 입시경쟁에서 밀리면 사회적 멸시를 받게 될 거라고 겁을 주고, 그런 것이 공정한 거란 시선을 전파한다. 시험 성적이 안 좋은 사람은 비하를 당해야 마땅하다는, 능력주의와 차별의 논리가 농담으로 통용되는 것이 ‘교육’의 현장이다.
우리는 사교육 강사의 발언에 대한 논란을, 우리의 교육이 어떻게 차별을 재생산하고 정당화하는 과정이 되고 있는지 성찰할 계기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을 바꾸기 위하여 시험 성적에 따른 서열화, 차별 등과 결별하는 교육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의 이러한 차별적 발언과 인식들을 추방해야 함은 물론, 출신 학교나 학력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또한 시급하다.
2020년 1월 21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