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단호한시선(2020.04.03.)
해일이 몰려오는데 여성에게 돌멩이나 던지고 있는가?
해일인 우리는 ‘성평등’에 표를 던질 것이다.
- 지금은 21세기, 21대 국회의원 선거 중. 여성 후보에 대한 테러를 멈춰라.
2020년 4월 2일, 본격적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개시되었다.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총 1,118명의 후보자가 등록해, 평균 경쟁률은 지난 제20대 총선(3.7 대1)보다 높은 4.4 대 1을 기록했다. 90년대생 페미니스트 후보자가 다수 출마하고, 여성 정책을 주요의제로 표방하는 여성 정당이 등장하는 등 여성 정치대표성 확대를 향한 도전과 시도가 눈에 띈다. 그러나 여성 지역구 후보자 비율은 19.1%에 그쳐, 여전히 남녀 동수를 이루기는커녕 공직선거법상 여성공천할당제가 무색한 현실이다.
심지어 선거운동 첫날부터 여성 후보에 대한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마포경찰서와 여성의당 등에 따르면,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의 선거유세를 돕던 당원에게 돌을 던지고 도망쳤다. 피해자는 남성이 던진 돌에 종아리 부위를 맞았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피해자 등의 진술과 현장 인근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
유감스럽지만 이것이 21세기, 21대 국회의원 선거 중인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텔레그램 성착취방 100여 곳을 26만 명(중복추산)이 이용했다는 사실이 공론화되자 ‘호기심에 들어온 사람은 처벌 판단 달라야 한다’라며 옹호한 남성 후보는 한 주요정당의 대표이고, ‘디지털 성범죄 유포자와 공모자 강력 처벌’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여성 후보는 테러의 위협을 받는다.
그러나 변화를 만드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시민들은 제21대 국회에 ‘성평등’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후보자 검증에 나서고 있다. 4월 2일 열린 #call21st 캠페인은 총선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 1,430명에게 시민들이 직접 질문을 보내고, 모두가 함께 답변을 공유한다. (https://call21st.works/). “나는 ‘성평등’에 투표합니다. 강간죄 판단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데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이 하루 만에 3만 번 이상 발송됐고, 총선 후보 21명이 ‘동의합니다’라고 응답했다. #call21st 캠페인은 선거기간 동안 이어질 예정이며, 후보들의 응답도 점차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이번 총선으로 구성될 제21대 국회는 강간죄 개정,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 사이버 성폭력 근절 등 중요한 책무를 맡게 된다. #MeToo 이후 제20대 국회는 여야 5개 정당에서 강간죄 판단 기준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꾸는 10개 법안을 발의했으나, 곧 임기만료로 폐기될 예정이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결정하며 입법개정 시한을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선고했다. 텔레그램 n번방 관련 국민청원 5건에 동의한 사람은 불과 며칠 만에 500만 명(중복추산)을 넘어섰다. 과연 성평등 의식 없는 국회가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지난 국회를 돌아보면 답은 명백하다.
이미 ‘성평등’은 해일처럼 몰려오고 있다. 고작 돌멩이 따위로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성평등’에 투표한다.
2020. 4. 3.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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