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지난 7월 20일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추진운동본부 주최,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 주관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정의당은 6월 29일 장혜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9인의 국회의원과 함께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상황인데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장혜영 의원의 환영사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인사말, 권인숙·이동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축사,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기조연설로 행사가 열렸습니다. 모두 차별금지법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짚어주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유승익 신경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 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이진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서수정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총괄과장이 토론을 맡았습니다.
몇몇 내용을 다시 본다면 홍성수 교수는 차별금지에 대한 개별법(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양성평등기본법, 연령차별금지법, 비정규직차별금지법 등)으로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양상을 포괄하는 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장혜영 의원안의 경우 차별시정에 대한 계획을 국가와 지자체가 세우도록 하고 있는데 시정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관할하는 것이며, 국가 및 지자체는 차별 시정이 아니라 차별의 예방과 평등의 증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인권위 예시안에서도 ‘평등법’이라고 이름붙인 만큼, 법안에 “국가와 지자체의 평등실현의무, 공무원, 기업, 시민의 평등의무, 평등실태조사, 평등영향평가, 평등 정책개선권고, 평등교육, 대통령 직속평등위원회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그 외의 내용은 자료집을 참고해주세요!
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반성폭력운동 현장에서 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의미’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먼저 성차별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져야 성폭력 문제도 해결된다는 이야기를 했습ㄴ다. 미투운동 이후 한국사회에는 그치지 않고 이어지는 성폭력 고발과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성차별이 만연한 곳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성폭력인지 인지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고, 2차피해를 막고, 사건 이후의 사회/공동체/조직을 복구하려는 노력들은 ‘성차별’에 대한 민감성과 문제의식 없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였습니다. 두 번째로 주요하게 이야기 한 부분은 교차적 존재로서 경험하는 복합차별의 문제입니다. 현실의 여성들이 교차적인 정체성과 위치에 존재하고 있으며 교차적 존재와 우리의 경험 법제도적, 행정적으로 인식하고 드러내고 개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구제 공백이 있었던 여성혐오와 여성차별들이 차별금지법을 통해 구제될 것이기도 합니다.
이진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을 통해 “시민으로서의 성원권을 지속적으로 배제당했던 이들이 비로소 공론화의 공간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며 “법 제정과 제도화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성과 호혜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의미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요,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생기는 갈등을 없애겠다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에게 동
료 시민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를 최소화하면서 합의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갈등으로 인식하고 발언할 공간을 계속 확대하며 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가이드라인] 6월 29일 장혜영 의원 등 10명의 의원은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그리고 6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것을 국회에 촉구했습니다. 이제 국회의 실질적 입법만 남았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국회에 시대적 소명을 받아 조속히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며 입법 과정에서 반드시 담아야 하는 원칙과 내용, 그리고 사회적으로 충분하게 알려지고 논의되어야 하는 법 제정의 의의에 관해 세 가지 내용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짚고자 합니다. 첫째, 차별금지법은 차별에 관한 통합적인 정의와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법이어야 합니다. 발의된 장혜영의원안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시안 모두 직접차별을 비롯하여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를 차별로 보고 차별에 관한 폭넓은 개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개념들은 국내외 차별금지법제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어온 중요한 개념들입니다. 국회는 이들 개념을 모두 담아 '차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차별을 겪는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입법 과정에서 간접차별 개념이 갖는 중요성, 차별적 괴롭힘이 도입되는 의의, 성희롱이 차별로서 적극적으로 규율되는 취지에 관하여 사회적 논의가 풍부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복합차별 규정과 문제의식도 강조되어야 합니다. 여러 차별사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게 되는 현실의 차별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복합차별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현대 차별금지법제의 중요한 문제의식이기 때문이다. 둘째, 차별금지법은 차별이 발생하기 전에 차별을 예방하고, 차별이 발생하였을 때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방법을 담아야 합니다. 차별피해자는 대부분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으며,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는 차별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나 힘을 가지고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습니다. 차별피해자가 실제로 진정이나 소를 제기하여 차별을 다툴 수 있으려면 차별피해자의 불리한 위치를 보완하고 효과적인 구제수단을 제공해주기 위한 조항들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 내지 시정명령제도, 차별피해자에 대한 소송지원제도, 차별의 피해를 실효성 있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법원이 차별중지, 재발방지 등을 명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입증책임의 전환 또는 배분, 악의적 차별에 대한 징벌적(가중적) 손해배상 등의 특례조항이 담겨야 합니다. 그래야만 차별을 실효성 있게 구제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개별 차별 행위의 시정뿐만 아니라 차별에 관한 예방 조치, 사회구조적인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차별 개선 정책 조항들도 포함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평등에 관한 국가의 책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는 평등권을 보장할 국가의 책무와 내용을 일반적으로 확인하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차별금지법은 국가에게 실질적 평등을 실현할 책무가 있음을 선언하고, 국가기관이 평등 증진을 주요 과제로 인식하면서 장기적인 목표 아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여야 합니다. 2007년에서 2020년에 이르는 동안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쟁은 '사회적 논란', '사회적 합의'라는 명목 하에 사회구성원들을 끊임없이 줄 세우고 배제함으로써 평등의 가치를 오히려 훼손해온 과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소위 ‘사회적 논란’이 있다고 지목되어왔던 사유들을 법에 명확히 명시함으로써 보편적인 차별금지원칙을 선언하고 '모든 이의 평등한 존엄'이라는 대원칙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에서부터 시작하여 평등이라는 가치를 기준으로 사회의 모든 제도와 정책을 근본부터 점검하겠다는 국가와 사회의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럴 때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평등을 향한 중요한 이정표, 실질적 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책무와 역할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만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불평등을 없앨 수 없습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없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위선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과 평등에 관한 사회적 대화와 탐구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는 출발점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대화가 공정하게 오갈 수 있게 하는 규칙을 만드는 법이며, 따라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함으로서 우리는 모든 이의 존엄과 평등을 향한 시작선에 비로소 서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앞서 밝힌 세 가지 의미를 충분히 담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모든 국회의원에게 촉구합니다. 우리는 차별금지법을 통해 존엄과 평등에 관한 원칙이 다시 서는 사회, 우리 안의 차별과 불평등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시정해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사회를 만들 것을 국회에 촉구합니다. 2019년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2012년 합법 결정 이후 7년 만에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승리였습니다. 차별금지법도 7년 만에 다시 입법 발의되었습니다. 2020년 우리는 새로운 인권의 역사를 쓸 것입니다. 2020년 차별금지법은 반드시 제정될 것입니다. ‘모든 이의 평등한 존엄’을 바라는 시민들의 힘으로 국회를 견인하고 함께 힘 모아 차별금지법을 연내에 반드시 제정할 것입니다 |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토론되어야 할 이야기는 ‘평등’ ‘상호성’ ‘호혜성’ ‘존엄’ ‘인간다운 삶’ ‘인권’이 어떻게 우리 삶에서 더 탄탄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인권은 누군가의 삶을 박탈하거나 권리를 빼앗아가는 언어여서는 안되겠지요.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왜곡된 가짜뉴스와 프레임을 벗어나서 현실의 삶에 기반하여 더 나은 토론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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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성문화운동팀의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