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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의 통합을 반대한다!
  • 2006-09-29
  • 4747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의 통합을 반대한다!
‘성평등한 사회 실현’이라는 여성부 설립의 기본철학을 배제하는 통합을 철회하고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업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는 가족이슈에 대한 성찰적 반성과 이에 대한 평가를 뒤로한 채 국가청소년위원회와 통합을 현실화하는 작업들을 진행해왔다.
여성가족부가 성차별적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 각 정부부처의 영역별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시키는 본래의 여성부 정체성과 그 역할을 찾아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5년 당시 여성부가 가족이슈를 가져오면서 여성부 본래 목적을 망각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그러한 우려가 다만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철저한 평가를 통해 다시 본연의 여성부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때, 여성가족부의 이러한 통합움직임을 납득할 수 없다.

지난 9월 22일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의 통합을 현실화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고, 28일에는 ‘바람직한 여성․가족․청소년 행정의 방향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통상적으로 공청회는 정책결정 전이나 입법예고 전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입법예고 후에 공청회를 진행함으로써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비민주성을 드러내었다. 또한 공청회 진행과정에서 참석자들의 의견 표명의 기회를 충분히 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여성가족부의 의견을 전달하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의견수렴의 의지를 의심케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보았을 때, 여성가족부도 국가청소년위원회와의 통합에 합당한 근거나 설득의 논리가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문한다.

여성가족부는 ‘자녀의 출산과 양육, 청소년 보호와 육성은 생애 발달주기 과정에서 유기적이고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여성가족 정책과 청소년 정책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 제고’를 통합의 필요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을 어머니의 정체성으로 한정하고 가족 내의 역할로만 위치시키고 있어 그간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인해 발생한 많은 문제 등을 외면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미약하나마 여성에 대한 남성폭력의 문제, 여성노동권의 확보, 정상가족이데올로기에 대한 문제제기, 양육의 여남공동책임으로의 변화 등에 대해 정책을 입안하거나 활동했던 기존에 이뤄낸 성과물을 부정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

더더욱 여성, 가족, 청소년을 연관성 깊은 업무로 규정하고 연계로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여성가족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여성문제는 청소년과 가족만 연계되는 것은 아니며 성차별,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이다. 여성문제는 법무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모든 부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여성가족부의 관점대로라면 이들 부처도 모두 여성가족부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인가?
가족의 문제 또한 다르지 않다. 과연 가족구성원인 남성, 노인 등은 가족정책과 연관이 없는지 묻고 싶다. 가족정책은 현재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남성중심의 위계적인 가족문제로부터 출발해야 하며, 가족 내 성별분업 해소를 위해서는 남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여성가족부는 본래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여성의 권리는 인권으로, 성평등은 사회정의를 위한 조건이라는 담론과 전략에 기반한 정책들을 생산하는데 집중해야한다. 성차별적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 각 정부부처의 영역별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시키는 역할이 여성가족부의 할 일이다. 이러한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고 청소년업무를 통합시키겠다는 것은 그동안 해왔던 각 분야에서의 발전을 후퇴 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각 부처의 특수성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의 몸집불리기식 통합을 강력히 반대한다.

2006년 9월 29일
한국성폭력상담소 ․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