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성폭력 특별법에 무고조항 신설”? ‘안티 페미니즘’ 선동만 바라는 구태정치, 당신에게 줄 표는 없다.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금의 정치적 장 앞에서 우리는 참담하다. 코로나 팬데믹에 잘리고, 그림자노동에 놓이고, 안전한 삶과 질 높은 주거와 멀어지고, 기후불평등 앞에 미래계획이 무참해지고,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이 죽음이 되고, 차별과 위력 현실을 바꾸려고 나서면 보복공격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현실은 온 데 간 데 없다. 권력과 자원을 독식해왔고 더 증식하려는 세력들 사이에서 누가 덜 나쁜지 겨루는 진영론과 프레임 공중전이 언론미디어와 공론장을 삼킨다.
2021년 10월 21일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급기야 ‘청년정책 공약’이라면서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특별법에 무고 조항 신설(‘거짓말범죄 근절’)을 주장했다. 그러나 성폭력 무고는 전체 무고사건에 1%도 채 미치지 않는다. 2019년 대검찰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연구 결과, 2017년~2018년 검찰의 성폭력 사건 처리 인원수 7만 1740명(중복가능성 타관이송 인원 제외) 중 무고로 기소된 비율은 0.78%, 이 중에서 유죄로 인정된 비율은 0.42%였다. 마치 성폭력 사건의 무고 사건이 ‘공정’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현상인 것처럼 공약에 등장했으나, 실제 현실과는 다르다. 이러한 공약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성폭력 특별법은 피해자에게 침묵과 희생을 강요해온 젠더 불평등 현실에서 성폭력을 사회적 범죄로 대응하기 위해 1994년에 만들어진 성폭력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이다. 성폭력 범죄 처벌의 내용을 담은 성폭력 관련법이 있어도 전체 강간 피해자 중 71.4%의 피해자가 폭행협박 없이 강간을 겪고(2020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조사) 형법상 강간죄에 맞지 않아 신고도 못하는 현실, 성폭력 범죄로 수사, 재판받고 있는 가해자들이 점점 더 비싼 로펌을 선임하고, 성폭력 상담소에 일방적으로 기부하고, 대필 반성문을 제출하며 감경받는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는 현실, 성폭력 피해에 대한 증명을 끊임없이 요구받으며 2차 피해에 놓이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현실을 바꿀 공약은 왜 없는가?
성평등 사회로의 변화를 추동하는 페미니즘이 불편한 ‘안티 페미니즘’을 외치면 어디선가 응원과 지지가 올 거라고 믿는 정치인은 보편적 현실의 구조와 심연을 외면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사회 변화를 직시하라. 성평등한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의 남성중심적이고,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사회를 유지하기 바라는 시민들이 얼마나 되는가? 여성들이 기득권이고, 여성가족부를 없애면 공정사회가 찾아올 거라고 믿는 시민들이 얼마나 되는가?
우리는 우리가, 여성들이, 소수자가, 약자가 발딛고 있는 현실을 함께 보고 느끼고, 다른 미래를 절박하게 열어갈 정치를 기다린다. 주거, 노동, 안전, 평등, 차별, 기후, 재생산, 경제, 개발, 정치, 외교, 평화와 안보 모든 문제에서 성평등 관점이야 말로 위기와 위협, 경쟁을 심화시키기보다 자원을 편향시키고 이익을 불평등하게 재생산해온 권력을 해체하며, 새로운 ‘공정’의 가치를 만들게 한다.
‘안티 페미니즘’ 선동만 바라는 구태정치에, 당신에게 줄 표 없다. 그런 미래에 동의하지 않는다. 절박한 심정으로, 성평등 관점에서, 여성과 소수자와 약자의 삶에 천착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재구성할 정치를 기다린다.
2021년 10월 22일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