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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차기 정부 개편안에 대한 논평
  • 2008-02-24
  • 2957

차기 정부 개편안에 대한 논평


2008년 2월 20일 오늘 정부개편안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여야 합의문에 따르면 기존 여성가족부는 여성부로 명칭이 바뀌어 존속하게 되었다. 명칭 변경에 따라 그간 여성가족부가 맡아 왔던 가족 및 보육업무는 보건복지가족부에 이관되고 여성부는 여성정책을 전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월 16일 보건복지여성부로의 통폐합 안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합의안을 환영할 수만은 없다. 지난 한 달 동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보건복지여성부 내 양성평등위원회,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와 위원장의 장관급 대우라는 입장변화를 거듭해 왔다. 이토록 일관성 없는 입장은 그 내용을 떠나 차기 정부가 성평등 정책을 한낱 정치적 협상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간 여성운동계가 차기 정부에게 요구한 것은 성평등 사회를 향한 장기적 계획이었지 단순한 여성가족부 존치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여성부는 여성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부서”라는 몰상식한 발언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관점과 비전의 부재를 드러냈다. 그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던 2개 부처에만 여성을 장관으로 내정한 데서도 차기 정부의 성평등 의지를 의심케 하기 충분하다.

한국은 여전히 여성의 정치·경제적 참여와 의사결정권, 소득 수준 등을 평가하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여성권한척도 조사에서 93개국 중 64위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기존의 여성가족부는 가족업무에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성평등 정책을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았다. 따라서 여성부는 단순히 ‘존치’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이번 개편을 계기로 하여 성평등이라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관점으로 여성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성평등 정책은 그 특성상 한 부서만의 기획/집행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부처에 영향을 미치는 실효성 있는 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므로 차기 정부는 여성부가 강력한 성평등 정책을 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여성부는 차기 정부가 성인지적 관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그 자신부터 성평등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향후 5년 동안, 이토록 불안한 출발을 보인 성평등 정책을 주도면밀하게 지켜보고 대응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08년 2월 20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