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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형법 241조(간통죄) 위헌제청에 대한 의견서
  • 2008-04-30
  • 3593

형법 241조(간통죄) 위헌제청에 대한 의견서

 
 

제출인: 한국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 남윤인순 박영미) 한국여성민우회(공동대표           권미혁 김인숙 유경희)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이미경)

제출일 : 2008년 4월 18일

제출처 : 헌법재판소 소장


 우리 여성단체들은 결혼관계 중 배우자의 부정행위나 혼외 성관계로 인해 상대배우자들이 겪는 고통과 분노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 아직도 절반 이상의 여성들이 간통죄 유지가 가정과 여성을 보호한다고 믿고 있으며 간통죄 존재가 많은 여성들에게 심리정서적 위안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배우자 부정행위를 겪은 여성들과 가족 내 자녀들은 이후에도 분노와 무기력에서 살게 되는데 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는 가족문화와 결혼을 불신하고 방치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간통죄 기소율 추이에서 볼 수 있듯 간통죄는 가정과 여성보호에 실효성이 낮고 오히려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법의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간통죄 유지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신뢰에 기반한 혼인 및 가족관계에 대한 기대라고 할 때, 현행 간통죄가 그것을 보장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이다.  오히려 간통죄가 부부간에 갖춰야 할 신뢰와 책임을 국가의 형벌권에만 내맡기고, 다른 실질적인 대안마련과 인식변화의 기회를 막고 있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간통죄가 가족을 지켜준다는 막연한 믿음 하에 개인의 존엄과 성평등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역할은 실종되었고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도 사라졌다. 이제 우리 여성단체들은 간통죄 존폐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존엄과 인권, 자기인생결정권, 바람직한 가족관계 및 성가치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제기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간통죄 폐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고자 한다. 


 위의 전반적인 입장과 아울러 간통죄 폐지 사유를 아래와 같이 밝힌다.  


1. 배우자 부정행위는 국가가 형벌로 처벌하기 보다는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상담사례에 따르면, 간통에 따른 남성피해자의 고소 이유는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응징의 차원이 강하며, 여성피해자의 고소 이유는 이혼 과정에서 정당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받으려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이혼과정에서 아직도 여성의 재산기여도가 저평가 되어 배우자 부정으로 인한 이혼 시 적은 위자료와 낮은 비율의 재산분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성별에 따른 경제적인 불평등이 만연한 한국의 가족현실은 간통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처와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도 불평등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남성 중심의 가계운영, 여성들의 열악한 경제적 지위를 고려해 배우자 부정행위로 이혼 시 민사손해배상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2. 간통죄는 법적인 실효성도 낮고, 입증과정에서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하여 폐지해야 한다.   


 최근 20년간 간통의 기소율(2007년 검찰연감 참조)을 살펴보면 1986년 30%, 1993년 28%, 1994년 25%, 1997년에는 13%로 감소했고, 2006년 현재도 이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형사사건 기소율(형법범계)이 40% 안팎을 넘나드는 것에 비해 간통의 기소율이 13% 정도로 낮은 것은 실제 간통죄가 유효한 징벌의 수단으로 실효성을 갖추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 피의자의 간통사건 기소율은 1986년 30%, 1993년 30%, 1994년 26%, 1997년 14%, 2006년 현재 15%를 나타내고 있다. 1986년부터 2006년까지 여성 간통사건의 기소율이 전체 간통사건의 기소율을 웃도는 사실은 법원이 여성의 간통을 더욱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으며 여성 배우자의 간통을 고소한 남성들의 고소 유지가 반대의 경우보다 더 많은 것을 나타낸다. 이는 간통죄가 쌍벌규정으로 변화한지 오래지만 여성의 간통을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터부가 작용한 것이다.


 간통죄는 실효성 문제와 함께 죄 입증과정의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간통죄는 남녀가 성관계를 통해 사정하거나, 사정한 현장을 직접 목격해야만 하는 입증과정의 한계 상 간통을 저지른 남성과 여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주거침입죄,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처벌을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여 법적용 관련 부작용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혼인빙자간음 여성피해자가 간통의 피의자로 둔갑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는 등 간통죄의 부작용이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또한 간통죄 입증이 실제 매우 힘들기 때문에 심부름센터 등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의 남성 혹은 여성만이 간통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현실이며, 간통죄가 성별과 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기능하고 있어 이에 따른 폐해와 역피해를 낳고 있다.


 따라서 실제 법 집행의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빈번하고, 이러한 법 시스템이 배우자 부정행위에 대한 복수의 도구로 활용될 뿐, 사실상 간통한 배우자가 책임져야 할 물질적 배상은 일반 이혼과정에서 ‘배우자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 규모’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3. 간통죄는국가의 가족과 혼인관계에 대한 책임감을 축소시키고 있으며 ,따라서 개인의 존엄과 성평등에 기초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사회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간통죄의 성립기준은 성기결합과 사정에 있다. 애정관계는 성관계 하나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교감과 신뢰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 그러나 간통죄의 경우 배우자의 부정행위 중 성기결합만을 처벌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 국가가 결혼의 유지기준을 오로지 ‘성관계 중심’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간통죄는 배우자 ‘부정행위’에 대한 기준을 ‘삽입 성관계’로만 전제하고 있어, 오히려 올바른 부부관계가 무엇인지 사회적 토론과 담론을 형성하는데 왜곡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는 간통죄를 유지하여 ‘가정의 화합’와 ‘일부일처제 혼인제도’를 보호하고자 하지만, 배우자 부정행위에 대한 이혼율은 줄어들지 않는 현실에서 간통죄가 가족해체 예방기능에 별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간통죄 유지를 통해 가정을 보호하고, 결혼을 유지 시키려 노력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 보장되는 가족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국민들에게 필요한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다양한 사회적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가족문화 양성을 모색하는 일이다.


2008년 4월 18일


사단법인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 이 의견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함께 작성하여 2008년 4월 18일자로 헌법재판소장에게 제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