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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고등군사법원은 피고인이 된 스토킹피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라!
  • 2008-06-24
  • 3176
 

 

고등군사법원은 피고인이 된 스토킹피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라!



1. 스토킹 피해자인 P대위는 가해자 S소령에 의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오늘은 스토킹피해자 P대위가 피고인이 된 항명 사건의 2심 첫 공판이 열리는 날이다. P대위는 1심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군에서 항명죄로 형을 받는 일은 매우 드물며, 특히 이 사건은 더더욱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다. 피고인인 P대위는 2007년 9월 직속상관인 본부대장 S소령이 헌병대에 고발한 수십 건의 죄목으로 조사를 받기 시작했으며, 이 중 2건의 항명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았다. S소령은 직속상관으로서 자신의 지휘권을 사용하지 않은 채 부하를 헌병대에 내부고발하고, 헌병대 조사 기간에도 자신이 고발자임을 숨긴 채 P대위를 지지하는 척 행동하였다. S소령은 조사 기간 중 P대위가 자신의 스토킹 행위를 사단에 보고하자 이후 P대위를 항명으로 추가 고발하였다.


  본 공동대책위에 속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P대위의 지인으로부터 2008년 2월 S소령의 스토킹 사건을 접수받았다. 상담과 자료 검토를 통해 P대위가 자신을 고발한 S소령으로부터 2007년 2월부터 9월까지 지속적으로 스토킹 피해를 입은 바 있음을 확인하였다. S소령은 P대위에게 한 달 평균 120건이 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남자친구를 사귀지 말 것, 외출 내역을 모두 보고할 것 등의 내용으로 각서 작성을 요구하며 노골적인 사생활 침해를 자행하였다. 또한 휴가 시에 만나는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 핸드폰으로 전송하게 하고, 주차는 반드시 자신의 숙소에서 보이는 자리에 하게 하고, 핸드폰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군 숙소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일과 시간 이후 P대위를 자신의 차에 태워 부대 인근을 돌면서 남자친구와 성관계 여부를 묻는 등 지속적인 스토킹으로 P대위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만큼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었다.


P대위는 헌병대 조사 기간 중 위의 내용을 사단에 보고하였으나 사단에서는 스토킹 중 일부 내용만을 조사하여 무혐의로 내사종결 하였으며, 사생활에 대한 각서를 쓰게 한 행위와 성관계 여부를 묻는 행위 등 S소령이 인정한 내용에 대해서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는 ‘불회부 경고’라는 가장 경미한 조치를 내렸다. 이는 내부에서 발생한 성폭력사건을 사단 전체가 공식적으로 묵인하고 조장하는 것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본 사건을 스토킹 및 성희롱으로 인지하여 엄중히 대응해야한다.

 

2. P대위는 무죄이며, 자신의 결백함을 용기 있게 증명해나가고 있다.


P대위는 현재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휴직 상태에 있으며, 2심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S소령은 P대위에 대해 항명, 상관모욕, 무단이탈, 직권권리남용 등 수십 여건을 고발하였으나, P대위는 부대 내의 왜곡된 소문과 부당한 대우를 견디며 수차례의 헌병대 조사와 수십 시간의 공판을 거쳐 결국 2건의 항명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 대하여 불기소 처분과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었다.


P대위가 유죄판결을 받은 내용은 고발자인 S소령의 명령을 거부한 사건이다. 총 4건의 항명 중 2건은 S소령의 진술만이 증거로 채택된 상황에서 S소령이 자신의 명령과 상반되는 문자메세지를 P대위에게 보낸 것이 밝혀져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나머지 2건은 다른 증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항명 사건의 증인이 피고인에게 평소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음이 밝혀져, P대위 측은 2심에서 이에 대한 증인 신청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여 본 사건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법적 과정에 함께 할 것이다.


3. 군은 이 사건을 계기로 군 내부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시작하라.


군내 스토킹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본 사건을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의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피고인이 된 사건으로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구성되었다. 본 사건은 군내부에서 성폭력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지휘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 군이 어떻게 가해자를 옹호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금까지 많은 인권단체들이 군내 성차별 문제를 언급하며 실태조사를 요구해왔으며, 군 내부 인사가 판결에 참여하는 군 사법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국방부 역시 국방정책 8대기조 중 하나인 ‘국가발전에 상응한 병영환경 개선 및 복지증진’에서 병영환경 개선 및 복지증진 기반구축, 장병 삶의 질 향상 추진 등의 세부과제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본 사건 및 그 동안 발생해온 여러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을 통해 군이 여전히 조직의 질서유지나 상관의 지휘권 행사라는 명목으로 구성원들의 인권보장을 외면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군은 내부 구성원의 인권침해가 빈번한 가부장적인 군 문화를 개선하지 않고 병영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군은 본 사건을 통해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징계가 가능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없이 시급한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 본 사건처럼 사단 전체가 성폭력 가해자를 옹호하여, 피해자가 사단 전체와 힘겹게 싸우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고등군사법원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피해자 P대위에게 무죄를 선고하라!

- 국방부는 본 사건의 본질을 인식하고 적극 조사하여 S소령의 스토킹행위를 엄중 처벌하라!

- 국방부는 군내 성차별 및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


본 공동대책위원회는 앞으로도 이 요구안을 가지고 군 내 성차별 및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군의 변화를 주시할 것이다.



2008. 6. 10.


군내 스토킹피해자지원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군인권지원센터설립준비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서울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의전화 부설 서울성폭력상담센터, 속초성폭력상담소, 진보신당, 춘천성폭력상담소, 춘천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