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강화’ 등을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을 맞아 현 정부의 여성정책을 평가하는 자리가 곳곳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상담소도 이 자리들에 참여하여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여성정책을 평가했는데요, 상담소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다른 단위, 분야에서는 어떤 지점을 평가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후기를 읽어주세요!
4월 28일 윤석열 정부 1년, 민생부터 민주주의까지 ‘거대한 퇴행’ 연속 토론회 ③ “윤석열 정부, 여성정책 1년 평가와 과제” (정의당) 토론 참여
정의당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 여성정책 1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는 국회에서 진행됐습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권수현 대표가 첫번째 주제발표로 입을 열었습니다. 발표자는 윤석열 정부의 여성정책을 (1)일제강제동원피해자, (2)주 69시간 노동, (3)여성가족부 폐지, (4)여성 지우기를 통한 여성정책의 축소와 왜곡, (5)혈연/이성결합에 집착하는 가족/인구정책, (6)여성인권 후퇴로 분류해 평가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정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퇴행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가 승소한 대법원 판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6일, 엉뚱하게 한국 기업의 기부금으로 강제동원 피해를 보상한다고 발표한 일이 있었죠. 이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일본 식민지배의 역사를 무시하는 조치였습니다. 또한, 주당 69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노동개악안 발표, 정치적 위기의 순간마다 소환되는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정책에서 명백히 보이는 의도적인 여성 지우기, 여성정책 관련 예산 축소, 결혼, 출산에만 집중된 인구정책 등 1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인 조치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정경윤 상임연구위원은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한국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짚고 윤석열 정부의 여성노동 정책 주요 특징을 살폈습니다. 윤석열 정부 여성노동 정책의 가장 특징적인 지점은 여성의 역할을 임신,출산,양육 담당으로서만 한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유연화와 함께 정부는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고 이는 돌봄분담의 악화로 이어지고 여성의 불안정 노동은 더욱 심화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문유진 대표는 주제발표를 보충하며 청년정책에서 여성의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정책에서 남성 참여자의 수가 여성보다 높게 나타났고, 기술기반 창업의 경우 여성은 디자인, 남성은 개발과 같이 성별 직종 분리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최근 도입되는 AI 기반 채용 시스템이 오히려 성차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 유랑 활동가의 토론이 있었습니다. 토론은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및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여성가족부가 법무부의 비동의강간죄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자 9시간 만에 입장을 철회한 사례부터 시작됐습니다. 이윽고 강간죄 개정의 필요성을 짚고 성폭력과 무고죄를 지속적으로 연결시키는 정부의 방향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비동의강간죄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며 호도하는 정치권의 전략은 성폭력 사건의 대부분이 직접적인 폭행 및 협박 없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감추고 오히려 피해자다움 통념을 강화함으로써 성폭력 피해자의 불안을 부추깁니다. 정치권은 젠더폭력의 원인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성차별적인 사회구조, 여성혐오 문화로 바라봐야 합니다. 정치권은 새로운 정치집단으로 ‘이대남’을 호명하며 청년들의 젠더갈등이 심하다고 하지만, 젠더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오히려 혐오에 기반한 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정부이며 이러한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여성/페미니스트 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5월 8일 윤석열 정부 1년 정책 평가 및 제언 토론회 “표류하는 성평등 정책 방향키 잡기” (한국여성단체연합) 발표 참여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는 정책/젠더폭력/노동/민주주의/복지/평화 등의 다양한 연사들이 참여해 윤석열 정부의 전반적인 여성정책을 평가했습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을 지운 정부, ‘정책’도 잃다>에서 2023 여성가족부 주요업무 추진계획,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2023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안 등의 예산과 정책에서 모두 ‘여성’, ‘성평등’, ‘젠더’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게 된 현실을 지적하며 정책의 목표와 주체, 대상이 실종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특징은 젠더불평등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를 차단하고 성평등의 문제의식을 기계적인 양성평등론으로 축소합니다. 이는 여성정책을 협소한 복지정책으로 변질시키고, 전통적인 가족주의로 회귀하는 문제점을 낳게 됩니다. 발표자는 이러한 정책이 저출생고령화라는 한국의 인구위기 상황에서 훨씬 더 큰 위험이며 더 늦기전에 방향키를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시대적 변화 방해하기: 무고죄로 강간죄 개정 가로막기>에서 “성폭력으로 고발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그룹을 ‘청년’으로 호명하고 피해자의 거짓말이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분노하는 정동을 ‘공정’으로 표명한 윤석열 후보의 공정-청년담론을 ‘약자혐오’ 정치의 일부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대검찰청, 법무부, 수사기관이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에 맞춰 무고죄 수사를 강화하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법무부가 반대한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의 성폭력 관련 내용들은 스스로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었습니다. 발표자는 엄벌주의를 강화하고 ‘안전’만을 내세우는 임시방편보다 젠더폭력에 대한 처벌, 예방, 인식개선이 우선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하며 마무리했습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젠더기반 여성폭력 대응 정책-‘기반’이 위험했던 1년>에서 (여성폭력이 아닌 단순한 폭력이라고) 주장하기, 구조를 파악할 수 없게 하기,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을 뒤바꾸기 등 정부가 젠더 기반 여성폭력을 대하는 방식을 분류하여 분석하며 윤석열 정부가 지금이라도 젠더 기반 여성폭력 관련 정책을 완전히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상생 대신 ‘배제’, 공정 대신 ‘차별’, 여성노동자의 1년>에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현실을 짚고 여러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에서 항상 1위고 무급돌봄노동시간을 합한 1일 총 노동시간은 늘 여성이 남성보다 깁니다. 그러나 정부가 거꾸로 주장하는 장시간 노동 정책은 오히려 돌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켜 결과적으로 성차별이 강화되는 결과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발표자는 돌봄학교 대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가정양육이 가능해야하고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야 하며 기업 자율에 맡겨진 ‘성별근로공시제’가 아니라 격차 개선까지 고민하는 ‘성평등 공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퇴행하는 민주적 거버넌스, 적대 정치를 넘어 연대와 협력으로>에서 현 민주주의의 위치를 진단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대통령실을 졸속 이전했는데 이 과정이 불통과 독선의 시작이었다고 평가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검찰 만능주의, 검사 편중 인사를 시작하며 정치권을 검사들과 관료 중심으로 채웠고 10.29 참사 등 지난 1년간 있었던 참사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실종된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노조와 시민단체는 윤석열 정부의 매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발표자는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는 냉소와 절망감을 경계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를 강고하게 다져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박은주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다시 ‘정상가족’, ‘선별복지’, ‘시장중심’, 시대를 거스르는 복지>에서 먼저 복지 예산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복지예산 중 공공임대주택의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고 여성장애인 지원 예산은 오히려 감액되었습니다. 복지 재원이 확충되는 대신 법인세, 소득세, 종부세는 감면되었습니다. 복지 정책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및 부성우선주의 원칙 폐기를 철회하였고 출산 중심의 부모급여를 신설했습니다. 이는 ‘시장 중심’의 복지로, ‘성장’에 대한 맹신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가구 구성의 변화와 현실을 무시한 채 ‘정상가족’만을 내세우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정상성’을 기준으로 구분과 배제, 차별하지 않는 성평등 복지, 성평등한 돌봄 사회입니다.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는 <정전 70년, 윤석열 정권 1년, 우리에게 평화는 가능한가>에서 윤석열 정권의 통일, 외교, 안보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1년 간, 국방비는 매우 크게 증가했고 북한의 위협과 군사적 긴장 또한, 증대되었습니다. 무기를 우회지원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정치.군사적 개입을 함으로써 외교적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발표자는 이러한 시대에 비핵평화주의 담론에 대한 인식을 다시 확산시키고 공동안보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요구되며 평화 지향적 병역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화 작업이 시급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각계각층의 분야에서 퇴행이 보이는 것이 암담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시대일수록 냉소와 절망감에 빠지지 말고 더욱 더 연대를 강화하자는 말을 인상깊게 되새겼습니다. 분량의 문제로 토론회의 내용을 더 길게 붙이지 못해 아쉽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한국여성단체연합 홈페이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women21.or.kr/notice/21929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캠페인 <분노한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라 Hear Us Roar> “젠더불평등을 폐지하라, 여가부 말고.” 기자회견(국제앰네스티) 연대발언
국제앰네스티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오는 9월까지 ‘성평등 추진체계 후퇴 흐름’을 저지하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 <분노한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라>를 진행합니다. 지난 5월 10일, 국제앰네스티는 “젠더불평등을 폐지하라, 여가부 말고(Abolish gender inequality, not the gender equality ministry)”를 구호로 기자회견을 열며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너편에서 보라색 대형 확성기 앞에서 많은 여성들이 젠더정의를 외쳤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유랑 활동가가 연대 발언에 참여하여 ‘여가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강화’를 기조로 한 정부의 정책이 성폭력 피해자를 불안하게 하고 이것이 성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현실을 짚었습니다. 그리고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닌, 여성폭력에 대한 구조적인 대응과 해결, 예방을 고민하고 추진할 수 있는 성평등 전담기구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외에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나영 대표가 우리 사회에 ‘낙태죄’가 완전히 폐지된 지 2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정부에서 재생산권 보장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유산유도제 도입 등 재생산권 보장을 촉구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이야기했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오 활동가가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주장했습니다.
현재 국제앰네스티는 여성가족부 폐지의 문제를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한 탄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탄원에 서명하고 싶은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amnesty.or.kr/onlineaction/64406/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유랑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