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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후기] NO 금서, YES 필독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릴레이 성평등 책담회
  • 2023-07-12
  • 1237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다음세대를여는학부모연합(다학연)은 성평등과 성적 권리에 대한 책들을 공공도서관에서 삭제하라고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에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과 혐오에 맞서 성평등과 권리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혐오가 반대하는 책이라면 평등의 필독서가 아닐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해당 도서를 읽고 이야기 나누는 책담회에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단위로서 초대받았습니다!


아래 후기는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진숙님이 정리하여 주신 내용입니다. 다학연의 혐오선동 때문에 만들어진 자리였지만 이를 기회로 반차별, 평등에 대해 깊이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는 놀라운 기세와 따뜻한 환대가 공존하던 당일의 논의를 함께 공유합니다! 



사진 : 릴레이 성평등 책담회 홍보물


충남차제연 2차 책담회 후기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진숙님 정리)


이번에 읽고 이야기 나눈 도서는 다학연이 퇴출을 요구하는 <어린이를 위한 페미니즘>,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 <나의 첫 젠더 수업>임. 


다학연 주장은 “페미니즘은 나쁜 것이니 이 책들을 없애고 아이들을 살리자.”는 것. 이들은 페미니즘이,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게 하고, 남자와 여자의 대립을 부추기며, 남성성, 여성성이 본질적이거나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젠더’ 개념을 사용하고, 실재하지 않는 유리천장을 강조한다고 주장함. 


<진행 순서와 나눈 이야기>


1. 책 발제 

▲ 어린이를 위한 페미니즘 : 책의 내용을 대략 소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젠더가 무엇인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잘 설명한 책임.


▲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 : 아동들과 책 읽기를 했던 경험을 들려줌. 첫 시간에 쉬운 책으로 생각했으나 어린이들과 함께 읽어보니, 단어 설명부터 해야 했음. 각 성별에 대한 이미지, 어울리는 직업을 떠올리는 활동을 해봤는데 아이들이 어른들이 떠올리는 것과 같은 것을 떠올리는 것을 보고 놀랐음. 그래서 ‘젠더, 양성평등과 성평등, 남자와 여자’ 부분을 같이 읽고,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의 차이를 설명하자 자신들이 떠올린 것이 젠더임을 이해했음. 이 책엔 간성과 트랜스젠더도 설명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간성을 장애로, 트랜스젠더를 범법자처럼 이해하는 경우가 있어 책 126페이지 문장을 함께 읽고 쓰는 활동을 했다고. “우리는 다르게 태어나거나 살아가는 사람 모두를 고귀하게 여겨야 해요. 나와 다른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나 병든 사람이 아니에요. 단지 다를 뿐이지요. 서로의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된답니다.” 책읽기 두 번째 시간엔 <3장 여성의 권리운동이 뭐에요?>, <4장 차별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고요?>, <5장 미투운동이 뭐에요?>, <6장 여성혐오는 무엇이고, 왜 일어나는 거에요?>를 읽었고, 지금의 당연한 권리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님을, 차별에 저항한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도 차별이 있다고 하자, 아이들도 자신들이 겪었던 차별을 말하기 시작했다고. 미투운동 관련해서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타인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연습을 해봤는데, 처음엔 낯설어하더니 나중엔 상처받고 속상했던 얘기들이 쏟아졌다고. 부모가 아이에게 당당하게 스킨십을 요구하는 것도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았음. 아래는 발표자의 원고에서 따옴. 

 “누군가의 몸에 그 몸의 주인이 불쾌하게 느끼는 말을 하는 것을 성희롱이라 하고, 강제로 원치않는 행위를 하는 것을 성추행/성폭행, 이 모두를 성폭력이라 일컫는다. 미투운동은 단순히 성추행이나 성폭력에 대한 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움직임이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가 페미니즘이다. 처음엔 여자도 인간이고 남자와 평등하다는 주장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남자와 여자만이 아니라 장애, 피부색, 성적 지향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론이고 운동이다.” 

“‘100명의 페미니스트가 있다면 100가지의 페미니즘이 있다’는 말이 있듯, 페미니즘은 한 가지 입장이 아니라 각기 다른 입장의 페미니즘이 있다. 페미니즘은 단수가 아니라 ‘페미니즘들(feminisms)’이다.”


▲ 나의 첫 젠더 수업 : 책 내용 소개을 소개하고, 책의 장점과 아쉬움을 발표함. 기본에 충실한 구성, 사례 중심 구성, 독자의 시각에 맞는 자료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 책이나, 반면에 성별이분법적 프레임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젠더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없고, 자유주의적 담론의 한계를 답습하며, 주제별로 논쟁 지점 직전에 멈추는 듯한 인상을 받아 아쉬웠음. 양성평등교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구성이고 내용인데 다학연이 왜 퇴출시키려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단순히 ‘젠더’ 용어에만 꽂혀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음. 기계적인 양성평등마저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인가. 우리는 시대착오적 공격에 맞서 더 많은 성평등을 쟁취하기 위해 연대하자. 


2. 길잡이 동은님의 발제 



사진 : 다음세대를위한학부모연합은 2022 개정교육과정을 '성혁명' 배제 결정이라고 해석하는 내용의 홍보물도 함께 배포함


- 다학연의 공격이 페미니즘과 '젠더'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22년 교육부의 교육과정개정에 대해 “성혁명, 차별금지법 교육을 국가가 배제하도록 한 결정”으로 해석한다. 해설까지 내어, 교육부가 ‘섹슈얼리티’를 삭제한 것, ‘성적자기결정권’을 ‘강압으로부터의 보호’ 개념으로만 해석하도록 한 것, 특히 ‘괄호 안에 특별히 성전환과 조기성애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교육적으로 충분히 안내할 것을 넣어 합의하였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 다학연이 주장하는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만드는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은 성폭력 의제를 보수화하는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공격과 잇닿아 있다.

- 남성 가해자, 여성 피해자 구도의 핵심에는 남성의 성욕을 성폭력의 발생원인으로 짚고 있고, 이는 피해자가 계속해서 자신의 행실을 단속하는 방식으로 조언을 듣게 되는 이유가 됨. 성폭력의 발생원인과 해결에 대해 다른 설명을 펼쳐온 게 페미니즘. 성폭력의 핵심은 권력관계임을 밝혀내고 서로 적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평등한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왔음. 또한 성폭력의 의미를 남성의 강압에 대해 여성이 적극적으로 저항해야 한다는 정조이데올로기에서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폭력으로 그 의미를 바꾸어온 것도 페미니즘. 그러나 현재의 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를 무화하는 퇴행이다. 

- 개정교육과정에서 섹슈얼리티를 삭제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압등으로부터의 보호라는 본래적 의미 이외에 다른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삽입된 것은 정조이데올로기에 근거한 현재의 강간죄와 그 모델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강간죄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폭행 협박이 있어야 하고, 이는 피해자에게만 저항 여부를 묻게 만들고 있다. 

- 섹슈얼리티와 성적 자기결정권 모두 특정 성행위가 아닌 나의 정체성, 관계, 사회적 소속과 관련된 통합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성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은 권력구조의 문제임을 제대로 드러내야 해결에 대한 모색도 가능함

- 페미니즘, 반성폭력은 이를 위해 계속해서 언어를 만들어오고 운동을 해왔고, 이는 페미니즘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줌.



사진 :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다음세대를여는학부모연합(다학연)은 성평등과 성적 권리에 대한 책들을 공공도서관에서 삭제하라고 홍보물을 배포함.


- 다학연이 문제라며 제시한 ‘남자아이를 위한 강간예방법’은 스웨덴의 한 정당에서 만든 것으로, 모든 여자아이들이 마치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행동이나 몸가짐이 있는 것처럼 항상 성폭행을 당하지 않게 조심하라는 조언을 듣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고, 여자아이들의 삶이 얼마나 제한을 받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미러링이었음을 소개. 

- 성폭력을 좁게 보는 법과 문화에 대해 반성폭력 운동이 제시하는 적극적 합의를 위한 다섯가지 원칙을 소개함.  yes or no를 넘어서는, 폭력이나 위험으로만 얘기하지 않고, 성적 즐거움을 목표로 두 사람이 맺는 관계를 중심으로, 추상적인 언어가 아닌 구체적인 것으로 다섯가지 원칙 소개. (명시적으로/의식이 있을 때/충분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평등하게/모든 과정에서 항상)


3. 참여자 의견 나눔 

- 페미니즘이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라고 하지도 않지만, 아이들에게 도덕이나 윤리를 가르칠 때 ‘잠재적 범죄자’라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듯이, 페미니즘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

- 엄청 도드라지게 진보적이 책도 아닌데 왜 저러는 걸까 생각이 들었고, 동은님 설명 들으며 성폭력 관련 법제에 대한 관심이 생겼음. 

- 내가 잘 몰랐기 때문에 성소수자 자녀를 이해하기 힘들었어서,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교육에 관심이 많았음. 책에 성소수자가 나오지 않는다니, 아직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 같아 아쉬웠고, 더 많이 사람들에게 성소수자를 알려야겠다 다짐함. 

- 온라인 카페에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서명을 해달라고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차별금지법만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음. 소방관의 트라우마 치료 지원도 반대하고, 장애인 활동지원시간 늘리는 것도 반대하고, 학생인권조례 폐지로도 연결되는데, 과연 혐오의 끝은 어디인가 싶고, 혐오의 주장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그래서 자신들의 활동이 효용성이 있다고 느껴서 더욱 활개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 많다고 느낌.  

- 인간의 존엄과 자기실현의 관점에서 페미니즘, 반성폭력, 차별금지가 공론장에서 많이 다뤄지고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실천이 중요함. 


시간이 빠르게 가서 더 충분히 이야기 나누지 못해 아쉬었고, 다음 시간을 기약하며 마무리. 역시 연대는 좋은 것! 책 발표해주신 푸른님, 사루님, 나영님, 길잡이 동은님,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