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운동, 전략 찾기 연속 간담회 2차
‘가족’ 해방 프로젝트
‘이상한 정상가족’을 넘어 새로운 시민적 유대 상상하기
지난 8월 3일 저녁 7시 30분에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운동 : 전략 찾기 연속 간담회 2차> 가 열렸습니다.
지난 1차 간담회에 이어서 (1차 간담회 후기 : https://www.sisters.or.kr/activity/law/6886 ) 이번에는 <’이상한 정상가족’을 넘어 새로운 시민적 유대 상상하기> 라는 주제로 열렸는데요.
어떤 상황에서든 가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공고한 사회 속에서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폭력을 인지하고 그 피해를 말하기까지, 또 말한 이후에도 힘든 상황이 발생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2021년 상담 세부통계에 의하면 친족 성폭력 상담 건수 중 55.2%가 피해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상담을 하고, 57.9%가 공소시효가 도과되었다고 하는데요. (2021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 : https://www.sisters.or.kr/consult/stat/6214 ) 친족 성폭력 사건의 대부분이 공소시효가 도과된 상황에서 피해 생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인 법적 해결에 대한 선택의 가능성을 늘리기 위해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는 우리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폭력의 구조로서 정상 가족 제도를 고민하고, 정상 가족 제도를 벗어나 새로운 유대에 관한 상상을 만들어 가는 자리를 마련해 보고자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발제로는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공폐단단의 활동가이자 <나는 안전합니다>의 저자 심이경님이 <친족 성폭력은 왜 드러나기 어려울까?>라는 주제로 발제 해주셨습니다.
이 발제에서 피해자가 오래 고민하고 가족에게 말하지만 피해 내용은 제대로 가족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다시 피해자는 가족의 비밀이 되는 상황 속에서 친족 성폭력이 드러나기 어려운 이유에 관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친족 성폭력은 가부장적 가족 구조에서 피해자의 취약한 위치와 피해자의 생존을 위해 가족 안에서 머물러야 하는 상황 때문에 드러나기 힘들게 됩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전 생애에 걸쳐 자녀의 권리와 피해자의 권리 중 늘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끊임없이 경험하고,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성폭력 피해 경험을 오래 참고 나면 이후 긴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어떤 손해가 있었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큰 분노를 억누르며 살아왔는지를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친족 성폭력은 극단적인 신뢰의 배신을 경험하는 트라우마라서 피해자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됩니다. 이는 친밀한 관계 맺기의 반복적인 실패, 반복적인 피해를 입는 경향으로 이어집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주어진 환경의 취약한 피해자로만 남아있지 않고 가해자와 맞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삶을 재건하기 위해 마침내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는 최소한의 법적 권리를 누릴 자격을 위해 공소시효가 폐지되어야 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셨습니다.
더불어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는 단일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발표는 공소시효 안에 가해자를 고소하지 못한 한 사람의 이야기로 들어주시기를 당부하며 발제자께서 활동하고 있는 공폐단단(친족성폭력 말하고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단단한 사람들의 모임)을 소개하면서 발제를 마치셨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1인시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두 번째 발제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님이 <폭력의 구조로써 '이성애 정상 가족 제도'> 주제로 해주셨습니다.
발제 제안을 받았을 때,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운동의 전략을 찾는 간담회 자리에서 ‘이성애 정상 가족 제도’가 폭력의 정상화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이것을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제안으로 인지하고 ‘정상 가족’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옛날 기사들을 찾아보셨다고 합니다. 기사에서 1. 가정폭력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사회의 반응, 2. 가정폭력처벌법이 생겼을 때의 반응을 볼 수 있었는데요.
“가정폭력 법제화 당시의 기사들을 보면 국지전에서는 국지전 방식으로 싸우는 것이 옳은데 핵폭탄을 쓴다는 표현이 나와요. 집안에서 일어나는 국지전인데 법은 핵폭탄이라는 거예요. 법적 문제로 가져가면 안 된다는 거죠.”
가정폭력 문제는 사회문제가 아니라 사생활의 문제라는 시점이 인상 깊었고, 더디다고 생각했지만, 현재의 시선과 많이 달라 그래도 사회가 급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는데요. 법 제정이 되었을 때는 신고율이 높았다가 법 제정 10년 이후부터는 신고하는 건이 떨어지게 됩니다. 왜냐면 법이 가정을 유지, 보호한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신고하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어떻게 안전하게 지내는가?’에 대한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피해자도 어렵게 느끼고, 가정폭력, 친족 성폭력 운동은 우리 삶의 구조 자체를 흔드는 운동이기 때문에 급진적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동의 동참 끌어내기 어려운 점을 말씀하시면서 급진적 의제로 만들어 가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나눠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핵심 전략은 다른 생활방식을 배제하고 ‘가족’에 특권을 부여하는 모든 국가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83년의 기사들에서 보였던 것들이 현재 시점에서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정상’의 기준은 그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같이 변화를 만들어 보자고 하셨습니다.
세 번째 발제는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 유화정님이 <'정상 가족'과 불화하며 새로운 시민적 유대 상상하기> 주제로 해주셨습니다.
“가족의 정의 - 가족 이란?”
“나에게 가족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와 가족이고 싶은가?”
이렇게 질문하시면서 발제를 시작해주셨는데요.
한국에서 가족 다양성은 여전히 한계가 있고, 한국에서의 정상 가족은 기혼과 유자녀 가족이 여전히 중심에 있습니다. 한 부모 등 여러 가족을 비정상 가족이라고 하지는 않고 다양한 가족이라고 포섭하고 인정해 주자고 하면서도 정상 가족과는 다른 외곽의 것으로 개념화 되어있습니다. 애초에 가족은 다양하고 복수형인데, 중심에 정상 가족을 놔두고 위성가족으로 다른 가족을 주변화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통계적으로 다양한 관계가 출연하고 있고 1인 가구이면서 비혼 가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사회가 기혼, 유자녀 정상 가족과 불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제 가족 다양성을 넘어서 가족 구성권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고, 어떤 가족 구성의 실천이든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족 실천은 데이비드 모건이라는 학자가 고안한 개념인데요. 가족은 거주지 혈연 법체계로 정의된 고정된 범주나 구조가 아니라 가족이기 때문에 하는 행위들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면 고양이와 함께 살기, 먹여 살기 위해 하는 여러 돌봄과 살림 등의 여러 노력의 제반 행위들을 하는 것이 가족 실천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런 실천을 같이하는 구성원들이 모였을 때 가족의 경험과 추억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발제가 끝나고 질의응답과 토론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공폐단단 활동가분들이 많이 참석하셔서 길거리 시위를 할 때 여러 사람이 단지 ‘가족을 싫어하는 사람들’로 받아들여 많은 시민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 어떤 전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말해주셨는데요.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에 대한 고민, 가해자를 드러내기 위한 운동임을 강조하며 가해자가 없는 가족이 '정상 가족'이다, 우리는 그것을 원한다 라고 이야기 해주시는 것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또 전략 찾기 간담회답게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를 폐지한다는 이 운동의 기조에서 여러 부딪힘, 해소되지 않는 것들을 나눠주신 분도 계시는데요. 친족 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문제 해결 방안으로 공소시효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가족을 해체해야 하는 운동의 조건과 반대로 가족이라는 것을 더 법적으로 끌어당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도 나눠주셨습니다.
<이 글은 열림터 파랑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