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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후기] <형사공탁 특례제도 시행 1년, 성폭력 피해자지원 현장의 목소리>토론회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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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9일 제도 시행 후, 지원 과정에서 형사공탁의 문제(피해자 의사와 무관한 감형, 기습공탁 등) 사례들이 체감되기 시작했습니다. 선고 직전에 이뤄지는 이른바 '기습공탁'은 피해자가 의사를 표현할 시간적 기회조차도 빼앗으며,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탁을 했다는 사유만으로 감형이 되는 사례들도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상담소는 성폭력 사건 형사공탁의 문제점을 알리고자 합의불원 및 엄벌탄원에도 불구 공탁 감경 사례들 발생하여, 제도 시행 6개월 시점에 논평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논평] 누구를 위한 형사공탁특례제도인가 - 제도 시행 반년, 무분별한 공탁 인정을 경계한다).

 

이후 형사공탁 실태파악의 필요성을 파악하게 되어,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형사공탁 사례의 명확한 실태파악을 위해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소속 상담소 및 피해자지원 변호사단체 등에 형사공탁 사례수집을 요청하였습니다.1031일 기준 총 58개의 사례가 수집되어 형사공탁 특례제도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에서 느끼는 형사공탁의 문제점에 대해서 짚고, 필요한 정책 과제를 살피는 토론회를 지난 121()에 온라인 줌에서 진행하였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지하 1층 이안젤라홀에는 발표1 호랑 활동가, 토론3 정명화 변호사님이 자리해주셨습니다.)




 먼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호랑 활동가의 <‘성폭력 사건-문제적공탁사례결과분석>발표로 토론회의 문을 열었습니다.


 

실제로 형사공탁특례제도 시행 이후 지원하는 여러 성폭력사건 판결문에 피해 회복을 위해 ㅇㅇ 원을 공탁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한다와 같은 문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새로 시행된 제도에 지원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혼란이 발생하기도 하였고, 제도를 이해하고 가해자의 감형을 막기위해 엄벌탄원서를 제출한 경우에도 공탁으로 인한 감형으로 이어져 납득이 되지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형사공탁이 곧 피해회복으로 간주되는 조건 속에서 형사공탁특례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공탁이 확대되는 것은 현장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공탁은 성폭력피해자의 회복에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형사공탁은 정말로 피해회복을 위한 것일까요.

 

사례수집으로 확보된 판결문 중 절반 이상의 사례에서 형사공탁이 감경사유로 명백하게 등장하거나 감경 사유로 추정되었습니다. 직접적으로 판결물에 공탁이 명시되어있지 않더라도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등의 문구가 양형과 관련하여 적혀있는 경우 공탁으로 인한 감경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공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반영하지 않은 사례도 상당수 있었는데, 모든 재판부가 형사공탁을 감경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재판부의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공탁에 대한 피해자의 의사가 일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어떤 재판부에서는 피해자들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면서 피고인과 합의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질적으로 공탁이 형량과 판결에 얼마나 영향을 끼졌는지 알 수 없다는 점과 이와 같은 반영 여부가 오롯이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달려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현행 공탁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피해자의 의사 표명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변론종결 후 선고기일 전에 이루어지는 기습공탁이 전체의 28.8%를 차지했습니다. 기습공탁은 피해자가 충분히 숙고하거나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합니다. 무엇보다 공탁사실을 인지하기까지 절차상 시일이 소요되어 의사표시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주목할 부분은 전체 사례 중 67.2%의 피해자가 엄벌탄원서나 회수동의서 작성하여 공탁수령보다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우선시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공탁을 원치 않는 피해자 중 의사가 명확하게 반영된 판결은 전체 사례의 20.3%에 불과했으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탄원서 등으로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했다 할지라도 공탁이 감경사유로 반영되었거나, 반영되었다고 추정되는 사례가 31.3%로 더욱 많았습니다. 과연 형사공탁을 원치 않았음에도 감경된 20건의 사례의 피해자들에게 공탁이 피해회복으로서 작동했을까요

 

가해자가 합의를 시도하여 피해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공탁이 활용되거나, 변론종결일까지 범행을 부인하다가 선고 전에 기습공탁하는 사례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피해자가 신원미상이거나 소재지 불명인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우는 공탁의사 및 공탁금이 전달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사실상 피해회복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 보입니다.

 

현행의 형사공탁은 피해자를 위한 제도이기보다는 가해자를 감경/감형을 위한 남용되고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사례 분석 결과,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의 공탁에 대해 엄벌탄원서를 제출하며 공탁수령보다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합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사례에서 공탁이 감경에 유리한 양형인자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제도 보완을 위해 1) 피해자가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갖을 수 있도록 피해사실을 고지하고, ‘기습공탁시 변론재개 등의 절차로 피해자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2)현행 성범죄 양형기준의 상당한 피해회복(공탁 포함)”을 수정하고, 양형인자로 반형 시피해 회복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뒷받침 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3) 피해자가 신원미상이거나 소재지가 불명확하여 의사 확인이 어려울 경우 상당한 피해회복이 불가능 하므로 유리한 양형인자로 감경사유로 인정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모든 피해자가 형사공탁제도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 이행이 필요하다 라고 제언하였습니다.

 

호랑 활동가 발표에 이어 첫 번째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형사공탁제도의 취지와 피해자 지위/의사에 대한고려>를 주제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장다혜 연구위원께서는 양형요소 판단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넘어 실직적인 피해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형사공탁의특례의 의미와 취지는 피고인의 피해회복에 대한 기회부여 및 피해자의 개인정보보호 양립 보장을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양형기준제 하에서 형사공탁은 일반감경인자 중상당한 피해회복으로 인정되고 있으므로, 형사공탁은 피고인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판단하기 위한 감형제도이며, 여기에서 피해자 내지 피해회복의 실질은 고려대상이 아니게 됩니다.

 

근대적 형사법에서 범죄는 사회규범 및 질서에 대한 위반 행위로 보며, 피해를 개인의 경험아닌 정의실현과 사회통제의 관정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구체적인 피해경험을 판단대상에서 배제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원 현장에서 형사소송 시 피해자는 제 3자로 참고인 정도의 위치로 체감되기도 합니다. 이에 피해자의 형사절차상 지위를 강화하고 피해회복을 고려한 형사절차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양형기준제에서 피해회복과 관련된 요소로 상담한 피해회복(공탁 포함)의 경우 2022년까지는 상당 금액 공탁으로 표시,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상담한 금액을 공탁 경우로 설명하고 있다고 합니다.(2023년 양형기준제에서는 설명삭제). 피해회복의 객관적 기준 없이 상당한 피해회복이라는 표현만으로 양형요소의 판단기준이 제시되고 있어 결국 공탁액수의 문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는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의 일환으로 피해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는 금액을 공탁했는지 여부를 피해자를 통해 확인해야 하나, 피해자의 의사만을 고려하는 순간 형사공탁의 취지와 배치되게 되는 지점을 짚었습니다.

 

이처럼 형사공탁 실무로 피해회복이라는 용어를 사용을 하지만 피해자 내지 피해회복에 대한 고려는 사실상 부재한 현실입니다. 단순히피해자 의사고려에만 그친다면, 가해자에 의해 2차 피해가 발생하는 등 피해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한 사례에 대해 피해회복이라고 볼 수 있는지 다소 고민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처벌불원이라는 피해자의 의사를 특별감경인자로 고려하고 있으나 처벌불원은 피해회복의 결과적 지표일뿐 피해회복이 되어야 하며, 피해회복을 통해 행위결과의 불법성이 감소했는지는 평가하는 피해자 관련 양형기준을 처벌불원이 아닌 피해회복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어 합의를 포함한 피해회복의 결과가 감경요소라면, 피해회복이 상담히 어려운 심각한 피해결과와 지속은 가중 요소가 되어야하다는 이야기도 덧붙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상당한 피해회복(공탁포함)의 판단시 피고인의 진정성 확인 기준 제시의 필요성을 짚었습니다.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통해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는 범행 후 태도를 공탁사실과 함께 평가해야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진정성에 대한 평가 없이 공탁의 결과만을 고려하는 실무가 이루어졌을 시 피고인의 경제력 자체가 피해회복의 노력정도로 평가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형사공탁시 진지한 반성과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함께 소명하도록 증거 제출을 의무화하며, 이를 피해자를 통해 확인하는 절차를 별도로 마련하여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습니다.

 

두 번째 토론으로 현실에서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은 어떤지, 공탁이 현실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성폭력 사건 공탁사례 결과> 통해서 좀 생생한 이야기를 담양인권지원상담소의 백영남 소장님이 나눠주셨습니다.



 (사례는 자료집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사례를 나눠주신 후, 공탁이라는 것이 피해자가 공탁에 동의하거나 합의한 점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을 내리는 데에 정상참작이 되었으며, 피해자가 엄벌을 요구하고 처벌의사가 분명하면 형사공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하였습니다.백영남 소장님의 토론을 통해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지원 법률전문가 입장에서 보는 문제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공동법률사무소 이채 변호사 정명화님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토론자는 형사공탁 특례제도 시행 후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변호사들이 실무의 힘듦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토론회를 통해 나눌 수 있어 시원하다는 소감으로 시작해주셨습니다.

앞서 호랑 활동가의 발표에서 언급되었듯이 피해자가 공탁을 인지하는게 시일이 소요됩니다. 형사공탁이 성립된 후 공탁관으로부터 공탁사실통지를 받은 법원과 검찰이 피해자 측에 형사공탁사실고지를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공탁사실을 인지한 피해자는 공탁금 수령 또는 거부를 선택하게 됩니다. 절차상 피공탁자 동일인 확인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수령 또는 거부를 위한 회수동의서 작성이 가능합니다. 간단한 절차 같지만 선고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의 기습공탁으로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현재 형사공탁 제도상 피공탁자의 가명 등으로 기재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실무상 가해자(피고인)이 공탁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공탁소에 제출하여야 하는 서류에 동일인 증명서가 포함되어 있어, 가해자(피고인)이 해당 서류를 통해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되고, 이는 기존의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와 모순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어 장다혜 토론자의 의견처럼 성폭력 피해의 회복을 금전적인 기준으로만 판단되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특히 성폭력이 재산죄가 아닌 인격권을 침해하는 범죄인 점(즉 공탁금을 수령한다고 하여 피해자가 회복되리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해자가 원치 않는 형사공탁은 오히려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야기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고 보았습니다.

 

성폭력 사건 하급심에서 형사재판 과정에서 변제공탁이 이뤄져 피해자가 이를 수령한 이후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공탁금액이 위자료 액수라 참작할만한 사정으로 고려되는 경우가 대분이라고 합니다. 피해자가 공탁금 출급청구 시 이의유보의 의사표시를 체크하는 항목이 있는데, 해당 항목에 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공탁금 외에 추가 손해금에 대해 추후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아내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 피해자가 이의유보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의유보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공탁금을 출급하게 되면, 해당 공탁금의 액수가 실제 치료비, 위자료 등에 미치지 못하는 소액이라 할지라도 이를 추후 민사소송 등을 통해 인정받기 힘들어 진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제도 보완을 위해 1)가해자(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하지 않고도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는 별도의 방안 마련 2) 형사공탁이 이루어진 경우 법원은 반드시 피해자와 피해자 변호사의 의견을 청취할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 3) 이의유보 등과 관련해서도 현재 서식에 기재되어있는 정도 보다 더욱 충분한 사전 안내가 필요 등의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토론 후 현장 질의를 끝으로 토론회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은 형사공탁 특례제도 1주년 맞이하여 현실을 확인하며 고민을 시작한 자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호랑 활동가의 발제문과 같이 기습공탁과 관련하여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법원행정처에서도 공탁금 출금, 회수동의 절차 간소화 계획이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토론회를 통해 공탁이 감경요소 판단될 때 피해회복 측면, 피고인이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을 했는지, 진지한 반성을 했는지 등 피해자 의사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상담소에서도 공탁제도에 있어서 피해자의 관점이 반영되도록 우리의 활동을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