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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단호한 시선] 피해자의 소송기록 열람등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환영한다!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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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비롯한 피해자의 소송기록 열람등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입법 예고를 거쳐 3월 18일 공포되었다(2025년 9월 19일 시행). 개정안은 제294조의4 피해자 등의 공판기록 열람·등사를 기존 재판장의 재량에 따라 허가할 수 있는 것에서 ‘원칙적으로 허가하여야’ 하는 사항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간 성폭력 피해자는 형사절차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이 상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되어 왔다. 기존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에서는 피해자 등의 공판기록 열람·등사에 대해 규정하면서도, 신청 시 허가 여부를 재판장의 재량사항으로 두어 피해자나 피해자 변호사가 소송기록에 대하여 열람 또는 등사를 신청하면 공소장 외에 피고인 측 변론요지서나 의견서, 증거 등에 대해서는 불허 결정이 나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또한 불허 결정 시 그 이유에 대해서 통지할 의무도 두고 있지 않아 피해자는 구체적인 사유도 알지 못한 채 재판장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피고인은 피해자의 진술내용을 비롯하여 각종 증거들을 충분히 검토한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는 반면, 피해자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유효하게 반박하거나 반증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여 불리한 판결을 받기도 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주장을 한 것을 판결문이 나온 뒤에야 비로소 확인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단체들은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가 형사절차에서 배제되는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22년 2월 주최한 ‘성폭력 법적해결 백래시에 맞서는 로우LAW킥’ 2차 집담회와 2024년 7월 주최한 ‘형사소송절차상 성폭력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피해자/ 피해자 변호사들과 함께 성폭력 피해자의 열람등사권을 비롯한 재판참여절차권 보장에 대해 심도깊게 다룬 바 있다.


이러한 현장에서의 목소리에 응답하여,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비슷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5개 발의(각 김남희, 김도읍, 서영교, 최기상, 황정아 의원 대표발의)되었다. 국회 법사위원회는 5건의 법률안을 통합·조정한 대안을 위원회안으로 제안하면서, 그 제안 이유를 “소송계속 중인 사건의 피해자와 그 법정대리인 등이 소송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신청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허용하도록 하고, 재판장이 신청에 대해 불허하는 경우 그 이유를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피해자의 소송기록 열람ㆍ등사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개정안 역시 재판장이 열람 또는 등사를 허가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불복 절차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불허 사유가 부당하더라도 이를 다툴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법원은 개정안의 취지를 존중하여 피해자의 열람등사권을 최대한 폭넓게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피해자 열람등사권은 피해자의 형사사법절차상의 지위와 권리 개선 과제 중 일부이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해자의 형사소송절차상 권리가 두텁게 보장될 수 있는 토대가 비로소 마련된 것이다. 우리는 법적 해결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소외되지 않고 주체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기를 촉구한다. 또한 앞으로도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 법적 해결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고 2차 피해를 방지하며 성폭력 피해자 권리가 강화될 수 있도록 활동해 나갈 것이다.


2025. 03. 28. 한국성폭력상담소